발기취지문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고비로 우리 사회의 매우 빠르게, 그리고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드디어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했고, 정. 경. 관 그리고 문화계의 기득권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오랫동안 이 사회의 주인노릇을 하던 보수성향의 노장세대가 엄청난 무력감과 소외감에 빠져들고 있다. 반면에, 젊은 세대의 기세와 목소리는 커지고 있고, 어제까지 제도권 밖에 머물며 비주류였던 세력들이 진보를 자처하며 크게 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들 이른바 진보세력의 생각과 가치관이 점차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큰 기대와 깊은 우려 속에서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우선 이 기회에 기성질서의 낡은 부문과 어두운 구석이 정리되고 참신하고 바른 질서가 창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새 정부의 개혁이 자칫 기득권세력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쳐 표류하거나, 아니면 이념과잉이나 인기영합적 대중주의에 빠져 잘못된 궤도로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대단히 크다.

오늘 이 시점에서 노무현 정부가 처하고 있는 상황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꼬이고 있는 북핵문제, 국내의 반미분위기와 미묘한 한미관계, 그리고 경제위기의 먹구름 등 적잖은 난제가 앞을 가로막고 있다. 또한 여소야대의 국회는 물론, 우리 사회 보수계층들의 회의에 찬 눈초리도 만만치 않다. 더 나아가 큰 문제는 최근 우리 사회에 이념적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 내의 이러한 이념 갈등은 남북문제와 대미관계를 비롯하여, 노사관계, 세계화, 친일논쟁에서 언론개혁, 교육평준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주요한 생활영역 곳곳에서 간단없이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이 이념과 불신의 골은 대단히 깊어서, 한번 불이 붙으면 곧장 국론의 양극화로 치닫는다. 이러한 과도한 <이념화>경향은 국론의 분열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노무현 정부가 이러한 제반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기본적 가치를 확실히 천명하고, 국민과 사회의 대통합을 만들어 내면서, 합리적이며 바른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정부와 시민간, 사회집단간, 세대간, 가족구성원간에 참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에 크게 불거진 2030과 5060간의 세대격차는 실로 심각하기 그지없다. 양 세대간에는 그 동안 살아온 역사적 경험의 차이 외에도, 그들이 접하는 미디어의 차이로 인한 정보의 격차 때문에 세대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생각과 감성의 폭이 대단히 좁다. 따라서 이들간의 보다 진솔한 직접 대화와 토론을 통해, 세대간의 생각과 감성의 간격을 줄이고 보다 큰 사회적 합의를 향해 서로 한 걸음씩 다가서야 한다.

이러한 이념의 격차와 세대의 격차를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나가기 위하여 오늘날 가장 새롭고, 유용한 통로의 하나가 인터넷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이 가지는 부정적 측면, 특히 익명성의 그늘에서 자행되는 온갖 조직적, 비조직적 사이버 테러가 큰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이버 공간이 펼쳐주는 긍정적 측면, 즉 무한한 정보의 바다와 시공을 초월하는 의사소통의 광장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한국사회의 온갖 이념적 갈등과 세대간 분열, 상호 불신과 대화의 단절 등을 극복하고,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올바른 개혁의 길을 제시하기 위하여 인터넷 신문의 창간을 결심하였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인터넷 신문은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기본가치와 원칙에 기초하여 책임있는 공론 조성에 앞장 서려 한다.

우리는 변화와 개혁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임을 거듭 확인한다. 그러나 쇄신과 전진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와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합리적이며 점진적이며 국민의 합의에 바탕을 둔 개혁이어야 한다. 우리가 이념적 양극화를 배척하고 그 대신 중도와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는 우리 사회가 지향할 기본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추구한다. 오늘 이 땅에 만연된 이념적 혼미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장 기본적 가치에 대한 신념과 합의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신문은 미래의 주인인 젊은 세대의 민주시민교육에 특히 큰 관심을 쏟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체제가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들 개념들을 폭 넓게 이해한다. 따라서 영미의 자유주의적 정치경제체제는 물론 서구나 북구의 사회민주주의나 ‘조정된 시장경제’ (coordinated market economies)도 당연히 이 범주에 든다. 그러나 공산주의나 파시즘, 그리고 온갖 비민주적 권위주의, 그리고 국가사회주의경제는 배격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향후 한민족의 통일 방안에 대해 <어떤 통일>인가를 묻지 않는 몰(沒) 체제적 통일지상주의는 배격한다.

둘째, 우리는 [열린 민족주의]를 그리고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세계화]를 지향한다. 우리는 패배주의적이고 배타적인 닫힌 민족주의를 거부한다. 진정으로 민족의 자존과 자긍심을 지키는 길은 우리 민족의 장점을 가지고 세계에 나아가 그들과 자유스럽게 교류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발전에 적극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민족이 지구촌의 발전에 과연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한다.

세계화는 우리 민족의 제2의 도약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기회이며 도전이다. 이 기회를 올바로 살리려면 소위 세계표준(global standards)과 우리의 전통과 문화와 의식을 적극적으로 조화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세계화의 성과가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컨대 우리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세계화를 목표로 하여야 한다.

셋째, 우리는 합리적 개혁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다. 사회적 합의과정을 무시한 급진적이고 교조적 개혁은 이념적 헤게모니나 권력의 이해관계를 투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민주적 기본질서와 사회적 통합을 해친다. 결국 개혁은 마땅히 폭넓은 참여와 사회적 연대를 바탕으로, 합리적 점진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바르고 건강한 개혁은 과도한 이념이나 관념론, 혹은 거시담론의 결과가 아니라,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민생정치의 산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구체적 삶을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하는 [실용주의적 개혁]을 추구한다. 따라서 개혁성과 전문성을 함께 중시하며, 이론가와 실무자간의 공동노력, 부단한 심층적 정책연구에 기초한 개혁을 추구한다.

넷째, 우리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온갖 정치 및 경제세력, 그리고 계급적, 집단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우리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입장에서 국리민복과 성숙한 사회, 그리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국내외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권력과 적정한 거리를 두고, 창조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와 사회의 민주화, 시장의 인간화, 그리고 지구촌 나누기에 앞장을 선다.

다섯째, 우리는 [균형과 중도]를 표방한다. 우리는 [역사와 전통]과 [변화와 개혁]을 함께 중요시 한다.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을 추구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인간 한사람 한사람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존중과 깊은 신뢰, 그리고 정직이 모든 사회나 정치관계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양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그리고 신세대와 구세대가 함께 만나 진솔한 대화를 통하여 국민통합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고자 한다. 여기서 중도와 균형이란 좌.우와 신.구 세대간의 기하학적 중간점이 아니라, 그들간의 수평적 차이를 뛰어 넘어, 공동선 내지 국가 이익이라는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의 합의와 통합을 의미한다.

아울러 우리는 중도의 입장을 바르게 실천하기 위하여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모두 적대시하는 좌.우의 극단적 이념이나 불관용한 태도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확실히 한다. 또한 오늘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과도한 이념성, 즉 교조와 환상, 거짓신화와 허위의식, 비(非)합리와 반(反)이성을 철저히 배격하며, 익명의 그늘에 숨는 사이비 참여나 정체불명의 대중주의도 함께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