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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갈등해결의 길(3)>프랑스 CNDP와 미국 NIF 시민참여 사례정책 소통의 원리와 방법
  • 은재호(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7.03.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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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곳곳이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공공정책과 국책사업 과정에서도 각종 이해관계 대립을 겪으면서 난항에 부딪히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갈등을 줄이는 사회로 가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과 역량이 시급하다. [업코리아][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갈등해결의 역사와 경험이 풍부한 선진국에서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풀고 있는지 심층 취재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정책소통의 개념과 원리

우리 시대의 화두는 소통이다. 애초부터 모든 정부는, 특히 민주적인 정부는 국민이라 불리는 정책대상집단(target population)과의 소통을 전제로 정책을 설계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화두가 된 까닭은 정부가 원하는 정책이나 사업이 정책대상집단의 반발에, 그것도 때로는 조직적인 반발에 직면해 애초의 의도나 목표를 관철시키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사업에 이어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에 이르기까지, 그것이 국방·안보시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이제 어느 분야의 정책이든 정책대상집단의 동의와 수용이 없이는 정부 혼자 기획하고, 집행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정책추진 과정에서 정책대상집단과의 소통이 즉, 정책소통이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정책소통이란 정부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정책대상집단과 관련 이해관계자들에게 ① 관련 정보를 정확하고 투명하게 제공하는 한편, ② 이들의 필요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③ 상호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창출하는 일련의 관계관리 전략을 의미한다. 때문에 정책소통은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구하는, 좁은 의미의 정책홍보와 개념·목적·목표·방법에 있어 확연히 다르다. 소통은 홍보와 달리 일방적인 순응이나 설득을 구하지 않는다. 소통은 정책추진 주체와 대상 집단이 협력적 관계 형성을 통해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참여의 포괄성과 자발성이 보장되는 ‘공론장’ (Public sphere)을 형성하고 이 공론장 안에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며 토론을 통해 합의를 구축해 가는 일련의 상호작용 과정이다.

공론장의 형성은 시민사회의 형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카페, 극장, 살롱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공공장소 일반에서 태동된 담론(discourse)의 집하장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공론장이 될 수 있지만, 현대 국가는 이를 보다 제도화된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시민협의제도, 네덜란드의 국민참여 절차, 남아공의 몽플레 시나리오 (The Mont Fleur Scenarios), 미국의 21세기 타운홀미팅 (21th town hall meeting), 스웨덴의 알메달렌 정치주간 (Almedalen Political Week) 등 그 예는 부지기수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모두 갈등예방과 해결 기제 가운데 하나인 시민참여 모형(citizen participation model)이라고 할 수 있다. 시민참여 모형은 행정시스템 내·외부에서 시민들에게 다양한 의사결정 층위 (decison instances)에서, 그리고 다양한 정책과정 단계(policy process)에서 행정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하여 행정과 정책대상집단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접촉면을 넓히는 게 목적이다.

우리나라 행정기관 상당수도 이러한 예에 따라 활발한 시민참여 행정을 전개하고 있다. 협치서울 시민대토론회 (서울시), 시민 아고라 500 (광주광역시), 온라인 정책토론 ‘톡톡 경남’ (경상남도), 주민참여회의 (서울시 도봉구) 등은 선진적인 공동 의사결정 사례로서 전통적인 관료제의 의사결정과정을 개방하여 주민참여를 촉진하고 민·관 협치 (거버넌스)를 더욱 활성화하는 중이다. 그 결과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그를 통해 정책수용성을 높여 자신이 속한 지역공동체와 생활공동체에 대한 귀속감과 자부심을 드높였다.

이러한 시도는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정부 3.0 패러다임에 조응하는 행정수단으로서 참여와 숙의 민주주의 기제를 정부 정책과정에 도입해 갈등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려는 전향적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민주주의로 기능하며 우리 사회 전체의 갈등 감수성을 높이고 협력적 문화를 만들어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남은 것은 광역이든, 기초든 지자체 수준에서부터 중앙부처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관 주도적 행정행태를 탈피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한 갈등이라면 법과 권위에 의존하는 억압적 방식이 아니라 협상과 3자 조정(mediation)이라는 협력적 문제해결 방식과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정책과 사업의 수용성을 높임으로써 국가에 대한 국민의 충성심을, 지역에 대한 주민들의 귀속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시민참여 모형은 행정과 정책대상집단, 둘 모두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특히 공동체의 규모가 작으면 작을수록 비용은 저렴하되 효과는 더 직접적이고 전면적이다. 갈등관리의 대상이 되는 행위자의 수가 적어지고, 의사소통이 용이한 대면적 상황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보다는 지방에서, 광역보다는 기초에서 갈등관리의 효과를 더 빨리 체감할 수 있을뿐더러 그 비용도 저렴하다. 물론 갈등관리의 방법과 수단은 참여자의 수와 행태 또는 행정단위의 크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수준에서건 갈등관리를 위한 단체장과 의회의 관심, 그리고 그에 조응하는 법제적 기반이 성공적인 갈등관리의 필수조건이다.

이 글은 이러한 관점에서 정책소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기제로서 시민참여를 바탕으로 합의형성을 추구하는 프랑스 사례와 미국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프랑스는 이미 20여 년 전 부터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국민의사를 사업계획에 반영할 것을 목적으로 체계적인 공공토론을 조직화하고, 이를 주관하는 독립적인 행정기구를 상설 기구화해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에 성공했다. 국가공공토론위원회 (Commission National du Débat Public, 이하 ‘CNDP’)가 그것으로, 동 위원회는 1995년에 제정된 바르니에 법(Loi Barnier)에 따라 1997년 환경개발부 산하에 설립된 이후 2002년, 독립행정기관으로 발전되어 구성과 조직, 예산 측면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명실상부한 공론화 전담 기구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 주민과 직·간접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때문에 환경문제, 국토개발계획과 주요설비계획 전반에서 시작해 국가 비전에 이르기까지 그 활동범위가 갈수록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미국 역시 이와 비슷하게 국가 이슈포럼(National Issue Forum)을 제도화하여 공공숙의(public deliberation)를 촉진함으로써 정책갈등을 예방할 뿐 아니라 소통에 기초하는 정책수립(policy-making)을 지향하고 있다. 특히 텍사스 주 서부에 위치한 엘 페소는 경제적, 지역적,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시민 참여와 대중 참여가 저조한 도시였으나 국가 이슈 포럼을 도입한 이래 이 포럼이 20여년이 넘도록 반복되며 시민 생활의 중요한 일부분이 되고 있다. El Paso Times로 알려진 지방 포럼이 학교, 교회, 도서관 등을 거점으로 도시 전반에서 진행됐는데, 이 포럼에서는 낙태·교육·의료서비스를 포함한 다양한 쟁점이 다루어진다. 텍사스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플로리다 등지에서도 NIF를 통한 시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고, 주지사들은 포럼에 참여한 시민들로부터 자문을 얻거나 정책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를 자치 행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의 연혁과 운영방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이어서 미국의 국가 이슈포럼을 개관해보기로 한다.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개관

설립 배경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흔히 ‘영광의 30년’ (trente glorieuse)이라고 불리우는 이 기간은 일방적인 국책사업 추진과 그에 따른 공공갈등의 심화를 한다께 목도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주요 국책사업이 지연되거나 백지화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났고 이러한 경험에서 영미식의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DR)와 구별될 수 있는 ‘프랑스식 공공갈등관리’ 방안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특히, 1980년대에 들어와서 전개된 두 건의 환경분쟁은 시민참여에 기초하는 공론장 형성과 이를 통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자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나는 고속철도 지중해선 (TGV-Mediterranée) 건설사업과 관련된 분쟁으로 5년 동안 (1989-1994) 건설부 장관 네 명의 사임을 불러와 그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다른 하나는 르와르 지방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환경보호론자의 반대로 11개 보 건설 사업계획 가운데 3개 보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기 건설된 2개 보를 해체함으로써 전통적인 정부주도형 사업에 제동이 걸린 사건이다.

목적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화된 CNDP는 ‘중대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가지거나, 환경 또는 국토개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국토개발 사업과 설비사업’의 전반을 감독하며 공공토론을 통해 사업의 목적, 적정성, 특징 등 사업 전반에 대하여 공공 의사를 수렴․반영하여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도모할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사업기획단계 (예비타당성조사 단계)에서 종결단계에 이르기 까지 사업 전 과정에서 시민 참여를 보장하며 시민 참여를 통한 집단적 의사의 공론화를 목표로 할 뿐, 결정을 강제하여 집행권을 구속하지는 않는다. 즉, CNDP의 최종의견은 권고사항일 뿐 구속력을 가지는 (binding) 결정이 아니며, 권고사항의 수용과 불수용은 사업자의 결정에 의존한다는 특징을 가진다. 다만, 모든 논의과정을 가감 없이 공개하고 모든 참여자가 동등한 발언권을 가지는 공론장에서 논의된 결과는 행정명령이나 결정보다도 더 엄중한 ‘여론’의 감시를 받아, 토론에 붙여진 2002년 이래 토론에 붙여진 130건의 사업 가운데 10여개 사업이 전면 취소되고 약 70%가 원안 수정을 거쳐 시행되었다.

조직

CNDP는 대통령령으로 임명되는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 등 21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협의체 기관이다. 각 위원의 임기는 5년으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상근직으로 소정의 보수가 지급되고, 기타 위원들은 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환경법 L.121-5조는 위원들이 개인적으로 연관된 사업 또는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업에 관련된 토론 또는 조정절차에 참여할 수 없음을 명시한다.

임무와 권한

CNDP는 일정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공공토론의 조직과 운영을 담당한다. CNDP는 토론의 객관성과 형평성 등, 토론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토론 조직과 운영방식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살피는 역할을 수행하고, 토론의 구체적인 조직과 운영을 위해서는 3~7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별도의 공공토론특별위원회(Conseil Particulier du Débat Public, 이하 ‘CPDP’)를 임시조직으로 구성하여 토론 개최를 여기에 위임한다.

반면, 해당 사업의 갈등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CPDP를 구성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CNDP는 사업자에게 CNDP가 권고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공공토론을 개최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다. 또한, CNDP는 CPDP를 소집한 사업의 경우, 동 사업 시행 단계의 설비 검수부터 공사 완료 시까지 주민공고가 적정한 조건 하에서 이루어지는지 감독할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CNDP는 사업 기획 단계에서 관할 기관과 사업자들이 주민과의 조정에 관련된 질의를 할 경우,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공공토론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문서 (사업계획서 등)를 바탕으로 최장 4개월 내에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전문가 자문이 필요할 경우, CNDP가 그 사유가 타당하다고 결정하면 2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또한, 공공토론을 개최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지만 갈등관리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CNDP는 사업자에게 CNDP가 제안하는 방식을 따라 조정(mediation) 절차를 가동하도록 권고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직접 공공토론의 조직과 운영을 담당하지 않고 이를 사업자에게 위임한 사업의 경우에도 해당 사업에서 시민 참여가 보장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포괄적 임무를 수행하는 한편, 대중과의 조정을 용이하게 하고 진전시키도록 하는 일반적 또는 방법론적인 의견을 제시하거나 권고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성과

CNDP에는 약 12인 내외의 상근직 행정팀으로 구성된 사무국이 있으며, 예산은 2004년 1월 1일 이래 독자적인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있다. 2014년도 예산은 233만 유러 (한화 약 35억원, 1유러=1500원 기준)에 달한다. 다만, 이 예산에는 각 사업 추진기관이 부담하는 CPDP 운영비가 포한다되어 있지 않다. 실제 개별 토론에 소요된 예산을 살펴보면, 비용이 가장 낮은 경우 300,000€ (약 4500만원), 가장 높은 경우 2,473,000€ (약 37억원)가 소요되었다. 30회의 토론을 분석한 결과 1백만 유로 이상이 소요된 토론은 12회였다. 사업자 부담 평균 토론비용이 1백만 유로라면 추가 감정의 유무와 중요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CNDP 부담 평균비용은 60,000유로 (한화 약 9000만원)라고 할 수 있다.

평가

CNDP는 프랑스 정치․행정 맥락에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미국식 ‘대안적 분쟁해결제도’ (ADR)를 차용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프랑스의 전통적인 분쟁해결제도는 혁명 이후 의회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는 숙의민주주의 또는 근접민주주의의 개념을 수용하기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회에서 안전판으로 기능하는 의회주의가 과다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는 반성에서 숙의민주주의의 일환으로 CNDP를 도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때문에 프랑스 내부에서 이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는다.이 사실이다. 정치·행정시스템 내부에서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공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대의민주주의 제도와 양립 불가능한 변종 민주주의 제도이며 행정의 집행속도만 떨어트릴 우려가 있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숙의민주주의 또는 근접민주주의라는 미명아래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성이 결여된 대중의 의견이나 권고는 피상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노정한다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대중 참여를 보장한다고 하나 특정 사업과 관련하여 사업계획을 작성하고 기반 기술을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은 사업자가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성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않을 경우, 대중 참여가 형식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기간의 성과에 힘입어 동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의견 또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적인 행정부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에 시민참여를 통한 집단의견의 수렴은 프랑스 행정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는 선구적 제도라는 긍정적 의견이 그것이다. 이같은 관점은 공공토론이 시민사회의 참여과정에서 학습의 기능을 수행하여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을 개발함으로써 건강한 민주주의의 기초를 형성한다을 강조한다. 시민의 일상생활에 가장 가까운(street-level) 의사결정 형태로서 시민의 욕구와 필요에 밀착하여 부응할 수 있는 근접민주주의의 이상을 구현하며 대의민주주의의 보조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는 낙관적 견해이다.

CNDP는 소집의뢰된 77%의 사안에 대해 공공 토론 (51%) 또는 조정 (26%) 형태로 주민 참여를 보장했다. 소집된 2건 중 1건은 공공 토론 개최로 이어졌으며 이 중 91%는 공공토론위원회가, 9%는 사업자가 토론을 개최하여 대중의 참여에 기반하는 의사결정을 내렸다. 특히 환경·개발 관련 사업과 관련된 소집 건수를 살펴보면 3건 당 1건에 대해 공공토론이 개최되어 실천적 제도로 정착되었다를 알 수 있다. 더욱이 개발과 환경보존에 관련하여 개최된 공공토론이 신기술의 안정성 검토 등의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은 공공토론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반영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CNDP가 프랑스에 도입되며 많은 논란이 있었음이 주지의 사실이지만 갈등관리에 따른 비용 (갈등관리 비용)에도 불구하고 갈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갈등 비용) 보다는 적다는 이점에 주목하며 현재까지 소정의 성과를 거두어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민참여에 기반하는 의사결정은 정부를 비롯해 제도적 행위자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우리 사회에서 특히 필요한 민관협력 기제이다. 그러나 이것이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공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으로 전락한다면, 정치·행정시스템이 시민들과의 관계형성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소진할 수 있어 그 접근방법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첫째, CNDP가 천명하는 다음과 같은 4개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형평성의 원칙 : 모든 참여자는 동등한 발언권을 가진다.

근거기반 주장의 원칙 : 모든 찬·반 의견은 반드시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투명성의 원칙 : 모든 정보는 공개한다.

중립성 : CPDP는 내용에 대해 자기 의견을 표명하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권고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프랑스식 공공토론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되지만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한다께 온라인 토론 역시 가능해졌다. 다음 아고라와 한다께 진행하는 국민권익위위회 온라인 정책토론이나 온라인 정책토론 ‘톡톡 경남’이 그 예이다. 온·오프라인 토론을 적절하게 혼용하고 여기에 빅 데이터 분석을 덧붙인다면 토론의 가성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셋째, 정책기획과 평가를 주로 하는 중앙부처보다는 집행을 주 임무로 하며 주민들과의 접촉면이 넓은 지자체가 토론을 통해 정치·행정시스템과 시민들의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미 이루어진 결정을 공론화를 통해 정당화하려는’ 기존의 형식적인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지양한다면 기존 예산과 법규 안에서 얼마든지 내실 있는 토론회가 가능하다. 문제는 의사결정권자의 의지다.

미국 국가 이슈포럼(National Issue Forum) 개관

설립 배경

국가 이슈포럼(이하 NIF)은 1981년 여름 Wingspread Conference를 계기로 시작되었다. 여기에서는 17개 시민단체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전국 네트워트를 자임하며 국내정책협회(Domestic Policy Association)를 만들어 3개 이슈를 중점적으로 토론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당시에 첨예하게 대두된 공공의제(public agenda) 가운데 토론 이슈들을 선택하고, 핵심 이슈들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접근을 담은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이 이슈 북(issue book)은 공공토론의 프레이밍 수단이자 대중들로 하여금 이슈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를 넘어 여러 가지 다양한 관점에서 결과를 예상해보고, 그 모든 결과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게 하는, 매우 높은 수준의 토론을 가능하게 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 초기에 이를 조직한 활동가들은 조정자와 사회자를 배출하는 기반으로 대학을 예상했으나, 전국 네트워크가 풀뿌리 움직임으로 작동되자 대학 울타리를 넘어 전 사회에 확장되었다. 그래서 지난 수년간 연령, 계급, 인종, 교육, 지역 등의 관점에서 봐도 참여자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목적

NIF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집단이 직면한 가장 기본적인 문제 즉, 공공숙의(public deliberation)의 원형을 찾고 이를 통해 공공성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숙의 (deliberation)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어떤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다양한 선택들이 산출하는 결과를 신중하게 따져보며 공동체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고자 하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이다. 그러나 숙의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하거나 의외의 결과가 도출되는 것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NIF 접근법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NIF와 다른 형식들을 살펴보는 것이 빠른 방법이다.

(public hearing)는 공공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의견을 요청(solicit)하는 것으로 공공 정책 과정의 공식적 부분을 형성하는 것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단이다. 그러나 공청회의 경우 종종 당사자들이 서로 대립 관계에 있으며, 그 결과(결론)에 있어서도 항용 공공 숙의와 유사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정식 토론(formal debate)은 선거와 같은 특정 맥락에서 적절한 의견 집약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공통된 관심사의 욕구를 탐색하지 않으며 다양한 대안들의 비용과 효과를 비교하여 최적안을 도출하도록 유도하지 못한다. 또한 이미 견고하게 확립된 반대 의견들이 서로 보완될 경우에 나타날 수 있는 장단점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지 못한다.

뉴스 매체(news media)의 경우에는 공공담론(public discourse)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매스컴 보도는 전형적으로 대립을 일삼고 이데올로기적이며, 이미 판단을 내린 사람들 사이의 의견교환으로 자기확증적 편향을 더욱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뉴스 매체는 이슈의 내용보다는 이슈의 성격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대중의 기호(선정성)에 영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면 NIF가 겨냥하는 숙의는 주로 공공문제와 관련된 개인의 가치와 집단의 가치, 사회적 우선순위, 또 개인사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경험들이 교환되는 장소이자 기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참여자들은 각자 자기의 관심과 필요에 부응하는 이슈들을 살펴보고 토론하기 때문에 정책 전문가 혹은 국회의원들이 바라보는 이슈와도 다르고, 그들이 이슈를 특징짓는 방식과도 다르다.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직간접 이해당사자들이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이슈로 선정하고 그들이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즉, 프레임이 국가적 수준뿐 아니라 지역적 수준에서 채택될 수 있다면 포럼의 논의 과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어떤 매체도 어떤 전문가도 또 어떤 권위 있는 사람도 직간접 이해당사자들의 생생한 경험과 필요를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공행위의 공통 기반은 바로 이러한 대화 즉, 숙의라고 할 수 있는데 NIF가 겨냥하는 것은 바로 이 숙의토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NIF는 이를 위해 다양한 종류의 대화들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공적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공공토론을 촉발할 수 있는 이슈들을 발굴하고(naming), 시각과 관점을 조율하고(framing), 그리고 지역 단위의 토론을 촉진한다(facilitating).

조직과 조직형태

NIF는 공공포럼과 공공숙의를 위한 훈련기관을 후원하는 전국 단위의 개인과 조직의 초당파적 네트워크이다. 각 주의 사회과학협의회, 리더십 훈련 기관, 지역협의회나 지역 시민사회단체 등과 같이 다양한 개별 독립 조직들이 매년 시민들로 하여금 공공숙의를 위한 이슈를 선정하고, 프레이밍하고 또 물리적 공간에서 토론회를 소집, 조정할 수 있는 워크숍과 활동을 이어간다.

NIF 네트워크가 사용하는 자료들은 국가이슈포럼원(NIFI: National Issues Forums Institute)이 개발한다. 현재 30개 주에서 33개 조직이 이슈포럼원을 구성하고 있다. 이슈포럼원은 특정 이슈에 관한 배경 정보를 제공하고 숙의에 필요한 세 가지 관점을 폭넓게 설명하는 이슈 북(issue books)을 제작하고, 조정자와 사회자를위한 제반 기자제를 지원함으로써 공공 숙의를 촉진한다. 또한 학교에서 공공숙의를 위한 커리큘럼, NIF in the Classroom도 지원한다. 또한 이슈포럼원은 이슈를 프레이밍하고 토론 가이드 북 제작을 위해 NIF 네트워크 구성원 (또는 구성조직)들과 함께 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포럼을 계획할 때 교육, 불법 약물 사용, 위기청소년, 이주, 인종과 같은 주제라면 NIF 네트워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이슈 북을 활용한다. NIF 네트워크는 이미 과거 22년에 걸쳐 70개 주제가 넘는 이슈 북을 발간한 바 있는데, 이 주제들은 대부분 미국인의 삶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다. 초기 NIF 네트워크는 공공의제재단(Public Agenda Foundation)의 이슈-프레이밍 능력에 의존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집단과 개인들이 그들의 이슈를 스스로 프레이밍하는 능력이 발전하고 있으며 공동작업을 하기도 한다. 가령, 복지 개혁에 대한 이슈 북은 포틀랜드 도시연합(Urban League of Portland), 지역공동체 리더십센터(the National Association for Community Leadership)와 케터링 재단(Kettering Foundation) 제작진들에 의해 공동으로 프레이밍 되었다. 미국 변호사 협회는 모두를 위한 정의(And Juistice for All)라는 이슈북을 발간하기도 했다. 농업재단(Farm Foundation)은 생물공학과 새로운 식량 과학에 대한 이슈 북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슈 북은 특정 지역사회의 독특한 상황과 문화를 반영하여 프레이밍된다. 가령, 알라바마 주의 공공의료서비스가 발간한 이슈북 ‘유방암 : 극복할 수 있다’ (Breast Cancer: We Can Overcome)는 유방암 발병률이 인종에 따라 다르게 발병할 수 있는 농촌의 빈곤지역 상황을 반영한다.

NIF 이슈 북은 그 구조 속에 숙의 과정을 포함한다. 그들은 편파적 분열이나 개인적 특성이 아닌 이슈에 초점을 맞추며 이슈에 대해 3-4개의 관점들과 또 그에 함축된 각각의 가치들과 그에 기반하는 핵심적 사실들을 제시한다. 이슈에 대한 접근은 상호배타적이지 않는다. 이슈 북은 사람들이 복잡한 이슈를 이해하기위해 알아야할 사실과 배경 정보들을 제공하고 토론을 구조화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할 뿐, 특정 가치나 관점에 경사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임무와 권한

NIF 토론회는 여러 지역사회 집단과 기관들이 공동으로 조직한다. 따라서 토론회의 핵심은 다양한 상황과 관점을 가진 다양한 집단을 하나로 연결하는데 있다. NIF 토론회 참가자 수와 성격은 토론회가 조직되는 환경만큼이나 다양하다. 토론회의 크기와 참가자 수는 교회 지하실에서 만날 수 있는 소수 인원일 수도 있고 대학교 강당에서 모여야하는 수백 명일 수도 있다. 어떤 토론회는 한 번에 걸쳐 특정 문제만을 다룰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여러 이슈를 다룬다. NIF 토론회가 진행중인 플로리다 주의 Panama City, 미시간 주의 Grand Rapids, 캘리포니아의 Fairfield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이슈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열리는 숙의적 포럼은 시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며, 자기에게 주어진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친근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조정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들이다. 조정자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 전문가일 필요가 없으며, NIF 네트워크의 훈련 세션에 참가해 조정자로서의 훈련을 받는다. 사실, 특정 이슈의 전문가로 알려진 조정자는 참가자들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 따라서 조정자들은 이슈 북과 숙의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존중하고 그에 따르도록 훈련받고, 참여자들이 단순히 이슈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숙의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임무를 가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조정자들은 중립을 유지해야한다

조정자는 기본 규칙(ground rules)을 제시하여 참여자들이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모든 관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정자는 이슈와 다양한 관점들을 소개해야한다. 조정자들은 이슈를 요약할 수 있는 간단한 비디오 영상을 준비한다. 즉 참가자들이 이슈 관련 정보를 찾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 제공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특히 교육수준과 전문지식의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참여자들을 동등하게 대하고 동등한 지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정자는 사람들이 이슈와 관련된 개인적 경험 혹은 우려하는 부분들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이슈가 추상적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 개인적 경험들은 토론이 우리의 일상적 삶과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환기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개인적 일화는 참여자들이 서로의 눈으로 이슈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며, 상대방이 가치롭게 여기는 것들이 어떻게 이슈에 대한 관점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줄 수 잇다.

조정자는 각자의 접근과 시각에 관하여 숙의적 토론을 이끌어낼 줄 알아야 한다. 참여자들이 각자의 관점을 완전히,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각자의 관점과 관련된 개인적 경험과 스토리를 이야기하도록 하며, 각 관점의 비용과 결과들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정자는 토론의 마지막 부분에서 성찰reflection을 이끌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조정자들은 집단의 공통점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참여자들에게 진정한 이슈란 무엇이었는지, 수용 불가능한 결과는 무엇인지, 어떤 지점은 미해결되었는지를 평가하게 해야 한다. 참여자들이 이슈의 공통된 이해에 대해 표현하고자 할 때, 그들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관점에서 말하게 되고 이 단계에서 개인 간의 분쟁이 협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초를 생성한다.

성과

NIF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케터링 재단은 일련의 요약 보고서들을 준비한다. 발언보고서(narrative reports)와 조정자의 토론보고서를 기반으로 하는 이 보고서들은 지방 포럼에서 나온 발언들을 기초로 국가적 수준의 정책 담론을 형성하는데 활용된다. 그래서 케터링 재단의 요약 보고서는 포럼 시즌 말에 열리는 국가적 단위의 행사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보다 최근에는 “A Public Voice”라는 1시간짜리 TV 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회 결과를 보고한바 있다.

NIF 토론회의 주요 성과는 숙의를 통해 참가자들의 관점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확장하는데 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은 참가자들이 특정 문제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무엇을 우려하는 지에 대한 자기의 이야기를 교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숙의 과정에서 많은 참여자들은 자기-이득-이것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그들이 속한 지역사회 내, 다양한 상황, 다양한 세대의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넓은 관점으로 자신의 관점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토론회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공유된 내러티브를 만들며, Ryfe가 상식(common sense)이라고 명명한 것을 구축하고 공유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의견일치 영역을 확인하기 위하여 상이한 관점을 통합하거나 혹은 수용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 참여자들의 입장이 반드시 변화해야 할 필요는 없다. 숙의가 반드시 개인들의 관점을 변화시키거나 의견을 일치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있다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 타인에 대한 지각이 보다 선명해져서 비록 토론회 참여자들이 타인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그들을 더욱 잘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숙의 과정은 또 사람들의 사적 관심을 공적 가치와 연결시켜준다. 타인과 문제 그 자체에 대한 지각의 변화는 참여자들의 공통 기반을 확인시켜주며, 공공정책의 수용 가능한 방향이 어디인지 가르쳐준다. 공통 기반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것을 원하는 의견일치나 합의가 아닐뿐더러, 이는 양보와도 다르다. 사람들은 동의하진 않지만 기꺼이 절충하여 합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공통기반(Common ground)이란 서로 다른 가치와 의견을 가졌지만 공동의 준거틀과 방향감을 가진 집단이 수용할 수 있는 행위과 정책으로 정의된다.

NIF 숙의는 참여자들이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하는 대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나아가 사람들은 그들이 참여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더욱 동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지역사회 의사결정이 숙의적 토론회 내에서 보다 공개적으로 이루어질 때, 사람들은 그러한 결정에 더욱 지지를 표명하고 비용과 결과들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숙의적 토론회의 성과는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 지역 사회와 국가적 수준 모두에서 공공정책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때문에 NIF는 공공 숙의를 촉진하는 다양한 설계 방식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영향을 미쳤다. NIF는 과거 십년동안 콜롬비아, 러시아, 크로아티아, 뉴질랜드 등의 국가들로 하여금 숙의적 포럼 형식을 채택하여 국가 이슈 포럼을 진행하도록 지원한 바 있다. 그래서 강력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에게 NIF와 숙의적 포럼은 딜레마에 빠진 대의민주주의 정치의 대안으로 소개된다.

평가

1) 개인에 미치는 효과

숙의적 토론회는 시민의식함양에 기여한다. 숙의 경험의 관찰과 참여자 인터뷰에 기초하는 일련의 연구들은 공공 숙의 경험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6가지로 밝힌다.

NIF 토론회 참여는 특정 이슈,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고양시키며 높은 수준의 시민 참여를 이끈다. 특히 시민참여에 무관심한 청년 학생들의 문제를 다루는 ‘공동체 열쇠’(Key to Community)에서는 포럼이 분명하고 중요한 효과를 가져왔다고 밝힌다. 많은 참가자들은 포럼을 통해 타인과 더 나은 유대감을 경험하고, 사회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보고한 바 있다. 한편, 교실에서 NIF에 참가한 고등학생들도 그들의 지역사회와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되었음이 드러났다. 그들은 지역사회 포럼을 주최하고 참가했으며, 지역사회 프로젝트, 조직, 집단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신문을 읽거나 이슈에 관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보고했다.

NIF 토론회 참여는 참여자의 관점을 확장시켜준다. 20개의 흑인과 백인 교회집단은 오하이오 주 Dayton에서 인종 관계를 다루는 NIF를 진행하면서 인종 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할 것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가 더 나은 관계로 발전하게 되었음을 경험했다.

개인들은 토론회에 참여함으로써 더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스스로를 경험하며 집단내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법을 학습하게 된다.

NIF 토론회에 참여하면 정치적 행위자로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효능감(political competency)이 강화된다.

숙의적 대화에 참여하게 되면 사람들의 관심의 영역이 보다 넓어진다.

숙의는 피상적인 편견을 넘어 타인과 사회 현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NIF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는, 숙의적 토론의 성과가 단순히 대화능력을 고양시킬 뿐 아니라 공적 판단 (public judgement)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강화시켜 주는데 있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캘리포니아에서 인종차별 철폐 포럼은 개개인의 생각이나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참여자들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를 지적인 방식으로 계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NIF 토론회는 참여자들에게 대중으로서의 경험을 뚜렷하고 생생하게 제공해주기 때문에 NIF 토론회에 끌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NIF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변화와 이러한 영향력을 관찰하고 연구한 사람들은 숙의가 더 나은 시민을 만들어준다는 것을 확신한다.

2) 지역사회에 미치는 효과

NIF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상이한 환경과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로 이루어진 집단을 구성하고, 이들로 하여금 공통의 관심사에 관하여 대화할 수 있는 시민적(civic)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켄터키 주 Owensboro에서 인종 문제에 대한 포럼이 열렸을 때 초기의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포럼 참여자들은 인종적 구분을 가로지르는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관심사에 대하여 논의하고, 백여개의 실행가능한 아이디어(actionable ideas) 목록을 시민의제로 설정(civil setting)하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관점이 상이한 이슈에 대하여 숙의가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때야 말로 가장 강력한 숙의 효과가 나타나지만, 단일 포럼 혹은 단일 이슈에 대한 포럼 또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 Corona에서 위험 청소년에 대한 일회적 포럼은 주어진 의제에 대한 참여자들의 문제의식을 고취시켰고, 이 포럼을 통하여 학생, 부모, 교사, 청소년 사법 제도를 포함한 국공립기관 등으로 협의체 조직이 형성되어 보다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NIF는 여러 가지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도전에 직면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NIF는 초당파적이며 객관적인 접근을 지향해야한다. NIF는 공통 관심사에 관하여 다양한 관점들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 접근이어야 하고, 따라서 편향되지 않는 이슈 북을 작성하는 것이 첫 번째 성공요인이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집단이 토론회에 참여하고 이들 사이의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체로 두 가지 이유에서 토론회에 참가하는데 a) 특정 이슈에 대한 관심과 b) 친구나 지인들의 동반이나 권고에 힘입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대체로 잘 교육받은 능동적인 시민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NIF 포럼은 지역사회의 일부 집단만을 대표해서는 안되고 가능한 모든 집단을 참여시키도록 해야 한다.

숙의 민주주의의 발전은 국회의원과 대의매체가 이러한 토론회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NIF 포럼은 일반적으로 소규모이고 참여자들이 전체 지역사회를 대표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많은 국회의원들이 지방과 국가적 수준에서 NIF 포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NIF와 숙의 민주주의 운동의 핵심적인 과업은 포럼과 국회의원 간의 관계를 최대한 밀접하게 만드는 데 있다. 대중의 삶에서 공공 숙의를 일상적 부분으로 확립하며, 국회의원들에게 공공 숙의의 중요성을 확신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정책소통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 이 글은 참여와 숙의가 결합된 성공적인 정책소통 사례로서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와 미국의 국가이슈포럼(NIF)을 살펴보았다. 전자는 국가가 주도하고 공식화의 정도를 가장 최상위로 끌어올린 숙의적 기제를, 후자는 자율성과 중립성, 다양성을 극대화시킨 민간 중심의 숙의적 기제를 대표하지만 그 목표와 방법은 놀라우리만큼 흡사하다. 양자 모두 자발적 참여와 심층 토론에 기초하는 이슈 중심의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공동체의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을 증진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대화와 타협에 기초하는 시민문화(civic culture)를 고양할 것을 겨냥하고 있다. 이렇게 즉각적인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단기적인 성과 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겨냥하는 숙의기제는 다양한 갈등이 분출하는 우리 사회가 주목할만한 기제라고 하겠다.

그런데 흔히 서구 선진국의 갈등관리 제도를 소개하고 이의 도입을 제안하면 제도이식에 따른 기존 제도와의 마찰이나 문화적 거부감을 이유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일부의 우려와 달리 현장중심 모형(Practice-driven model)로 발전한 한국의 갈등관리 실태는 서구 제도의 수용에 매우 적극적이고 또 이를 변용하여 적용하는 자생력이 매우 높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앵글로색슨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전한 대체적 분쟁해결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를 보자. 협상, 조정(mediation), 촉진(facilitation) 등 핵심적인 개념과 기술들은 이미 민간부문을 필두로 광범위하게 사용, 전파되고 있으며 다수 공공갈등 사례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갈등해결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예방과 해결기제가 우리 행정과 정치의 토양에 안착할지 여부는 이러한 제도나 법규가 갖는 내재적 이질성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우리 공무원들의 경로의존성 (path-dependancy)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기득권층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 저항은 그동안 의가결정권을 독점하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누려왔던 관료집단 뿐 아니라 정치인,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 아젠다를 선점하고 독점했던 행위자 집단 모두로 부터 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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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호(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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