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정미 칼럼]나무의사, 우종영이 말하는 인생의 해답
[황 정미 칼럼]나무의사, 우종영이 말하는 인생의 해답
  • 황정미 인재기자
  • 승인 2021.01.04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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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나는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습니다"

나무 곁에 서면 불필요한 일과 무의미한 관계가 구분되고 삶은 저절로 단순해진다고 말하는 우종영 나무의사는 그가 쓴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무 의시로 살아온 지 30년, 곰곰이 되짚어 보니 내가 나무를 돌본 게 아니라 실은 나무가 나를 살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부딪치는 힘든 문제 앞에서도 나는 부지불식간에 나무에게서 답을 찾았다."

코로나 위기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불투명한 시대에 살고 있다. 회사를 가고 장사를 하고 공부를 하는 당연한 일상이 깨져버린 시간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오히려 살아 온 과거를 돌아보고 깜깜하다고 표현했던 미래를 천천히 조망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 위기는 우리에게 부지불식간에 답을 준 것은 아닐까. 우종영 작가는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 감히 투정을 부릴 수 가 없다고 했다. 우리가 그렇다. 아무 것도 손을 쓸수가 없는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는 이제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던 당연스러운 과거를 그리워하는 투정도 사라졌다. 우리는 이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테니 평범하게 살게 해주세요' 기도할 뿐이다. 우종영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이 저절로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답을 찾은 셈이다.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법이다.

[어느 날 모 기업에서 전화가 왔다.본사 건물에 심은 소나무 30여그루가 시름시름 아프다고 했다. 나를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냐고 물었더니, 전화번호부를 뒤졌는데 업종편에 '조경 시공 업체'는 있어도 '조경 관리 업체'는 푸른 공간이 유일하더란다.(...)그 후 나는 꼬박 2년을 출퇴근하다시피 소나무들을 돌봤고, 다행히 소나무들은 이전의 푸르른 모습을 되찾았다.(...)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서울에 조경업체가 수백 개인데 왜 모든 나무 관리를 한 업체에만 맡겼느냐며 이를 문제 삼았다고 했다.(...)서류상의 기록과 실제 내 업무량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겠다는 통보였다."그러면,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십시오. 내가 새벽 4시에 나가니 그때 우리 집에서 만나 함께 출발합시다."-<<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필자는 30년이 넘도록 아이들을 가르쳤다. 장애가 있는 나에게 최적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한 명 두명,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다보니 작가가 되기 전 마지막 7년은 '숙식과외'라는 특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기숙사 학원은 있지만 숙식을 해주는 공부방은 없었고, 고가의 돈을 받고 가르치는 기숙사 학원은 있지만 돈을 받지 않고 밥을 주고 재워주는 곳은 없었으니, 언제까지 그럴 수 있냐고 비아냥거리거나 진짜로 그렇게 가르치는지 몰래 지켜보다 갔다.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등수가 오르는 비법을 말로 알려주지 않았다. 네 발로 기어가며 밥을 차려주고, 다양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방법을 달리하며 새벽 불빛을 밝혔다. 1년, 2년...한결같이 밥을 주고 한결같이 재워주었다. 그렇게 함께 한 시간이 쌓여 빌딩 숲 가득한 도시에서 특별하지만 특이하지 않는 공부방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나무의사, 우종영씨가 우직하게 나무를 사랑하듯, 나 또한 아이들을 우직하게 사랑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기회가 찾아 온다. 30년전 예기치 않게 감사를 받았던 일은 내게 위기인 한편 나를 세상에 드러낸 준 기회였다. 그런데 기회란 것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차곡차곡 쌓였기에 찾아 든 결과물이다.<<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필자뿐이랴.

살림만 하던 주부가 '신박한 정리' 프로그램에서 정리의 달인이 되기까지 수없이 짐을 옮겼고, 말이 어눌했던 유재석은 볼펜을 입에 물고 연습하며 무대 위에서 떨지 않기 위해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시각화했다고 한다.

썩은 고목나무가 얼마나 잘 버티고 있는지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고목 주위에 보라색 맥문동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자 그제야 그 곳에서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되었다니, 버틴 세월이 빛을 발하는 시점인 것이다.

 

우종영 나무의사는 말했다. 더 좋은 일은 인내심을 가진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최고의 일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찾아온다고. 그것이 지금도 아픈 나무들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2021년 새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 힘들어한다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굳은 믿음으로 조금만 더 견뎌내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당연한 해답이 아닐까?

남은 날들을 나무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다짐하는 우종영 작가의 마음이 오늘, 필자의 마음과 같다.

 

 

 

[업코리아=황정미 인재기자]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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