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어 보여서 더 슬펐던 슈퍼매치
재밌어 보여서 더 슬펐던 슈퍼매치
  • 방재원 객원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09 1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4일 토요일 저녁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2020년 첫 슈퍼매치가 벌어졌다.
토요일 여름밤의 슈퍼매치. 예년과 같았다면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구름 관중으로 가득 메워질 경기였다.
하지만 무관중 경기. 관중은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슬펐던 건 슈퍼매치를 치르는 양 팀의 현 상황이었다. 10위 서울과 11위 수원. 팬들은 이 경기를 슬퍼매치라 불렀다.

한국 축구 리그의 대표라 자칭하는 수원삼성과 FC서울은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일시적인 슬럼프라고 하기에는 나아질 수 있는 개선점도 쉽사리 찾아볼 수가 없다. 경기는 치열했지만 경기력은 팬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3대3의 경기결과만 보면 아주 재밌었을 것 같은 경기였지만 팬들은 경기를 보고 웃을 수 없었다.

슈퍼매치라는 명성 덕분인지 경기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고 첫 균열은 FC서울에서 발생했다.
전반 6분, 윤영선이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핸들링을 범해 PK를 내줬다. 태클을 하면서 올라가버린 팔이 화근이었다.
서울은 K리그1 최다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남춘, 황현수, 김주성의 쓰리백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서울은 황현수의 부상, 김남춘의 컨디션 난조로 수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다. 오스마르는 한동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었고, 김원식은 주전 수비의 공백을 메워주지 못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긴급히 데려온 윤영선이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을 잘 이끌어 줄 것이라 기대하며 이적 후 바로 선발로 투입되었다.
이적 후 첫 출전이었던 지난 인천 전에 이어, 오늘 경기까지 2경기에서 두 번째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경기 초반 기세를 올리던 서울에게 얼음과 같은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었다.

실점 후 서울은 라인을 굉장히 끌어올리며 전방 압박과 매우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다. 전반 28분, 조영욱의 패스를 박주영이 밀어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올라온 서울은 그 후에도 공격적인 경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게 독이었다.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울 선수들의 움직임은 현저히 느려졌고 2선과 3선 사이의 공간이 벌어졌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온 김원식은 고광민과 계속 위치가 겹치며 수원의 왼쪽 공격을 방해하지 못했다.
수원은 41분, 45분 연속골을 넣으며 전반전에 승기를 잡았다. 서울이 왜 리그 최다 실점 팀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경기 내용이었다.

하프타임, 수원의 팬들은 서울을 잡고 반등의 기회를 삼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반 분위기는 수원에게 녹록지 않았다. 수원은 시즌 내내 후반전에 수비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여왔다. 슈퍼매치 전까지 9경기에서 실점 11개 중 10개를 후반에 허용했다.
울산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는 2대0으로 앞서다가 후반에만 3실점 후 역전패, 대구와의 8라운드 경기에서는 1대0으로 앞서가다가 후반 29분부터 내리 3실점을 허용하면서 역전패를 한 아픈 기억이 있다.

오늘도 조영욱의 벼락같은 슛에 56분 실점, 오스마르의 프리킥을 고광민이 리바운드 후 골로 연결하면서 60분 실점. 다시 와르르 무너졌다.

남은 30분은 양팀 모두 더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서울은 후반을 시작하며 김원식을 빼고 김남춘을 오른쪽 풀백에 투입했지만 수비의 안정감을 찾는데 실패했다. 고광민은 눈에 띄게 체력 저하가 보였으며, 박주영도 더 이상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원은 후반 동안 내내 무기력했다. 염기훈 등 교체 타이밍과 교체 후 팀의 공격적 플레이도 아쉬웠다.
경기 종료 직전 서로 사이좋게 골대를 맞추며-서울의 플레이는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났다.- 처절했지만 짠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슈퍼매치가 끝나고 악수하는 이임생 감독과 최용수 감독 사진출처 : 연합뉴스]
[슈퍼매치가 끝나고 악수하는 이임생 감독과 최용수 감독 사진출처 : 연합뉴스]

승점 1점은 양 팀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득점이 많지 않았던 양 팀에게 3득점은 고무적이지만, 그 상대가 서로였다는 것이 씁쓸한 끝 맛을 남겼다.
손 볼 곳이 너무 많아 바로 다음 경기에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도 보이지 않았다.
경기 결과만으로는 흥미로워 보였을지 모르지만 보는 팬들의 마음은 90분 내내 아프고 쓸쓸했던 슬픈 매치였다.

[업코리아=방재원 객원칼럼니스트] 

업코리아, UP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