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변의 형사재판이야기]‘61억원 사기’ 사건… 무죄 받은 이유
[곽변의 형사재판이야기]‘61억원 사기’ 사건… 무죄 받은 이유
  • 임용환 기자
  • 승인 2019.05.29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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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안세희 화백
그림=안세희 화백

안녕하세요. 법률사무소 청 곽준호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전부 무죄를 받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위반(사기) 사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사건은 해외에서 벌어진 의류 도매업자와 의류 소매업자 사이에 있었던 분쟁에 대한 것입니다. 의류 도매업자가 소매업자를 상대로 ‘일부러 물량을 부풀려서 주문한 다음에 덤핑을 쳐서 처분을 하고 도주를 했다’는 요지로 사기죄로 고소를 해서 재판으로 넘어간 사안입니다. 저는 피고인(의류 소매업자)을 변호하게 되었고 결국 61억원 사건에서 전부 무죄를 받았습니다. 많은 분이 “아니 그렇게 큰 사건에서 어떻게 무죄를 받았어요?”라고 묻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박카스 때문에 무죄를 받았습니다”라고 답하며 웃었습니다. 그러게요, 어떻게 박카스 때문에 무죄를 받았을까요?

실제로 고소인 의류 도매업자 말처럼 의류 대금을 제대로 못 갚은 것도 사실이고 일부 제품을 덤핑해서 판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희 의뢰인은 수사 단계에서는 또 울면서 ‘고소인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사실도 있어 이런 점은 재판 내도록 우리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기로 하고, 일단 처음부터 물건을 과대 주문해서 미수금을 쌓은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물품 주문 과정에서 일어난 채권관계라는 점을 고소인 측 증인들을 한 명 한 명 신문하면서 밝혀냈습니다. 그래도 ‘덤핑 판매를 했다’는 사실은 남았습니다. 즉 피고인(의류 소매업자)이 덤핑 판매를 한 것은 사실이었는데, 만약 아무런 이유 없이 잘 팔리는 물건을 덤핑으로 처리했다면 이는 빠른 현금화를 위한 것이라는 고소인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는 불현듯 약사이신 제 어머니께서 “잘 팔리는 박카스를 원가보다 오히려 더 싸게 판다”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났습니다. 다른 약국들과의 경쟁 때문에 박카스가 아무리 잘 팔려도 그럴수록 오히려 더 원가보다 더 싸게 팔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박카스가 싸다고 하면 그 박카스 하나 덕분에 그 약국의 다른 약들도 다 싸다고 생각해 찾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최후 변론 때 이 박카스 이야기를 하면서 “설사 피고인이 일부 물품을, 심지어 잘 팔리는 물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를 했다고 해도 이는 영업 정책적인 것이지 고소인에게 일부러 피해를 입히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재판부를 설득했었습니다.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런 것은 흔히들 ‘미끼 상품’이라고 해서 대형마트에서 삼겹살은 시중보다 싸게 팔지만 정작 가전은 더 비싸게 파는 그런 전략과 같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쉽게 접하는 물건의 가격이 싸면 그곳에서 파는 다른 물건들의 가격도 싸다고 착각을 하는 그런 심리를 노리는 전략이지요.

이러한 저의 주장을 재판부도 받아주셨고 이러한 내용이 판결문에 그대로 적시가 되었습니다. 물론 ‘박카스’라고 쓰지는 않았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의 예를 변론에 자주 드는 편입니다. 예전에 유명 연예인 관련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도 고시 시절 모의고사 점수 관련 에피소드를 가지고 재판부를 설득했었습니다. 저는 고시 공부를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하셨을 재판장님께 고시 관련 에피소드보다 더 쉽게 와닿는 것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했었는데, 실제로 그것이 와닿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장은 기각되었습니다. 결국 일상생활에서 통용되는 상식이 곧 법(法)인 것 같습니다.

곽준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청 대표)
곽준호 변호사 (법률사무소 청 대표)

 

 

 

 

 

 

 

 

[업코리아=임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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