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숙 에세이 ‘밥상에서 세상으로’, 현재를 선물하다
김흥숙 에세이 ‘밥상에서 세상으로’, 현재를 선물하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6.02.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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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들
▲ <밥상에서 세상으로> 책표지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얼마 전, 부천 초등생시신 훼손 사건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뻔뻔한 부모는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시체를 훼손해 일부는 버리고 일부는 냉동 보관했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범행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고의로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으며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파렴치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날마다 들려오는 범죄 소식은 생의 비참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이제 부모다운 부모와 자식다운 자식이 되기 힘든 위태로운 세상에 산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부모와 자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좋은 부모가 더 많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디스토피아에서 절망을 부르짖는 사람들이 빨리 일어서길, 웃을 일 없는 세상에서 웃고 있는‘당신들의 천국'이 얼른 끝나기를 바랍니다.

 

저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고자 할 때 책을 읽습니다. 책 자체가 저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책이 만들어준 세상은 디스토피아 속 작은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아늑한 카페에 앉아 따뜻한 라떼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 듭니다. 오늘 펼쳐든 책은 김흥숙 에세이‘밥상에서 세상으로(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들)’입니다. 이 책은 제가 선물 받은 책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저는 선물을 고르는 일을 좋아하는데, 현재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일지, 이 선물을 좋아할지 상상해보는 일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가 선물(present)이라는 말처럼 선물을 고르는 현재의 시간과 마음이 선물에 담기는 일도 즐겁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여러모로 저에게 현재를 돌아보게 해준 훌륭한 선물입니다.

 

책의 저자 김흥숙 시인은 코리아 타임즈, 자유칼럼, CBS 시사자키, 한겨례 신문, 한국일보에 몸담았던 기자입니다. 저서로는 시산문집 <그대를 부르고 나면 목이 마르고>와 <시선>, <우먼에서 휴먼으로>, 영한시집 <숲>이 있습니다. 저자는 늘 올바름을 추구하고 정의의 편에서 불의에 대항하는 지식인이자 제가 닮고 싶어 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정의'를 가르친 부모님의 밥상교육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각자가 꾸려가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올바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저자는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들과 살아오며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올바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일 아침 뉴스를 장식해주는 정치인들과‘생각 없음의 유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아래는 이 책의 <맺음말> 일부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자신과 부모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혹시 부모를 잘못 만났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를 바꾸려 애쓰는 대신 자기 부모처럼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부모도 남이고 남을 바꾸는 것보다는 ‘나’를 바꾸는 게 훨씬 쉬운데다, 부모가 저지른 잘못을 피하려 노력하다 보면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이‘부모 복 없는’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좋은 부모가 되는 걸 도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부모 아래서는 좋은 자녀가 나오고, 좋은 자녀가 성장하면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이 책이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바랍니다.


김흥숙 교수님은 인문학을 공부하던 학회에서 만난 인연입니다. 사실 교수님은 인문학을 가르치기보다는 올바른 인생에 대해 가르쳐주셨던 분입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교수님의 강의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에게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라던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교수님의 글이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마음이 지칠 때마다 교수님의 글을 찾아 읽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 매력인 글 매력에 반해 교수님을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과 그들의 본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교수님은 타인에게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살고 계신 신기한 분이십니다. 때로는 감성을 어루만지는 시인이 되어, 때로는 사회의 부패한 부분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냉철한 기자가 되어 한결같이 정직과 사랑을 말합니다. 가끔 교수님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따뜻한 온기가 삭막한 서울살이를 잊게 해주고 자주 찾아뵐 수 없는 부모님의 빈자리를 채워줍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에서 우리는 가상이었으면 하는 현실을 살아갑니다. 모두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형성된 이미지대로 사랑을 하고 일상을 보냅니다. 가짜가 진짜를 모방하고 이미지가 실재를 대체하는 세상에서 저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진짜'가 그립습니다. 시와 예술이 아름다운 것은 그 속에 엮인 진짜 감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가 진짜 같은 세상에서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진심과 사랑을 생각해봅니다.

 

이 글은 교수님을 생각하며 감사드리는‘현재'를 담은 작은‘선물'입니다. 마음이 넓은 교수님을 생각하니 어머니가 그리워집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를 응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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