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훈장 개똥이>, 아이다움에서 어른다움으로 걸어가다.
뮤지컬 <훈장 개똥이>, 아이다움에서 어른다움으로 걸어가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6.01.0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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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아이들의 시대가 열렸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오 마이 베이비' 등의 육아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만든 삭막한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람들의 치유거리가 확실했다. 우리들은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리육아'를 통한 '대리만족'을 경험한다. 순수로 무장한 아이들은 세상의 주인이자 행복의 열쇠임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몸짓 발짓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사랑을 주는 것만이 어른들의 역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지나친 사랑과 관심을 주고 '아이중심적인' 사고를 하는데 익숙해져버렸다. 물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아이들이 TV 속 주인공이 아닌 진정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훈장 개똥이>는 한자를 재밌게 풀어낸 서당 판타지 뮤지컬로 아이들이 금기의 일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한 대가로 요괴와 싸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서당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게으름을 반성하고 정직의 중요성을 깨우친다는 교훈적 이야기이다. 실제로 뮤지컬을 관람하는 아이들이 요괴에 대항해 함께 싸우려는 모습이 순수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역시나 절대선의 편에서 악당을 미워했다. 나또한 어릴 적에는 악당과 영웅의 구분이 분명했다. 하지만 절대악과 절대선이 동의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정의와 불의의 모호한 경계에서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결국, 아이들은 착하고 순수했고 아이다웠다. 문제는 어른들이 어른답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닮아가는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어른에게 바친데 대해 어린이들에게 용서를 빈다.’는 도서 <어린왕자>의 서문처럼 진정으로 동화가 필요한 건 어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순수함을 배우지만 아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아이들은 순수와 용기라는 무기를 가진 반면에 어른들의 손에 쥐어진 무기는 돈이 전부이니 말이다. 과연 나는 어른다운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묻게 되는 시점이다. 이제 곧 해가 바뀌고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내가 걸어온 세월과 사람들에게 불러진 내 이름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되었는지 생각해본다.

 

뻔한 가르침, 주인이 되는 일에 대하여

 

이미 아이들은 집의 주인이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떼쓰고,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자기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주장 밖에 할 줄 모르는 악덕주인이다. 주인이 된다는 것은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선택하는 연습'과 '모든 결정에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부모님의 세계관을 그대로 수용한다. 어릴 적에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과 자신보다 큰 사람에게 저항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새 아이들은 부모를 닮아가고 그들에게 배운 가치관을 따르며 산다. 그리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보다 부모님이 하고 싶은 일을 대신 하고자 한다. 결국, 누군가의 지시를 기다리는 아이 같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내가 부모가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는 법,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법, 선택을 하는 법, 행동과 말에 책임을 지는 법을 가르칠 것이다. 부모라는 울타리 밖에서도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인생의 주인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순응성에 벗어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착한 아이가 되는 것은 힘들지만 행복한 아이가 되는 건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자신하는 나는 모든 선택을 존중받으면서 자랐다. 그리고 내가 저지른 일에서 오는 모든 비난과 책임을 견뎠다. 왕따인 친구를 괴롭히는 남자애들과 싸우다 학교 뒤뜰에서 뒹굴어도 부모님은 남성적인 딸을 나무라지 않으셨다. 부모님은 나의 학교 생활과 성적에 지나친 관심을 두신 적도 없었고 대학 진학 상담을 위해 학교에 오신 적도 없었다. 모든 선택과 책임은 나의 것이었다. 물론 용돈을 받아본 적도 없다. 그리고 덕분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서도 잘 지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인생의 주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중이다. 

 

'아이들이 미래다’라는 표현은 진부하지만 세상을 그리는 건 아이들의 몫이 확실하다. 그들의 손에 알록달록한 물감이 쥐어져있고 칭찬과 상장이 아닌 그들의 행복을 위해 그림은 그려져야 한다.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이 무한 빛깔의 파스텔톤 수채화이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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