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 자본과 정치의 문화적 결과물, 천만영화
<청년칼럼> 자본과 정치의 문화적 결과물, 천만영화
  • 박태민 문화평론가
  • 승인 2015.11.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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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과 『국제시장』 을 통해 본 천만영화의 이면

[업코리아=동국대학교 박태민 문화평론가] 올해에도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오른 두 편의 한국영화가 있다. 영화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두 영화 모두 천만 관객의 선택을 받으며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첫 쌍 천만영화의 탄생을 알렸다. 이로써 외화를 제외하고 한국영화로만 무려 13개의 천만영화가 탄생하였다. 천만영화의 탄생은 한국영화시장의 붐을 증명하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스크린독과점이라는 한국영화산업의 구조적 폐단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국영화의 힘을 상징하는 천만 한국영화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형 배급사들의 스크린독과점이 천만관객몰이에 상당한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천만 한국영화는 한국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게 되는데 이에 따라 특정 이데올로기를 은밀하게 내포해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거대 자본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천만영화의 이면을 한국영화산업의 구조적 측면과 ‘변호인’과 ‘국제시장’의 기획의도 측면에서 비교하며 분석해보겠다.

자본이 ‘만드는’ 천만영화

영화시장에서 소비자는 관객이다. 천만영화는 모름지기 관객의 선택으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관객의 선택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될까? 천만영화들은 어떠한 점으로부터 천만명이나 되는 관객들의 마음을 살 수 있던 것일까? 대체로 천만영화는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먼저 작품성은 영화의 퀄리티, 즉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가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시나리오, 연기, 연출의 삼박자가 구성 있게 잘 맞은 영화를 두고 작품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대중성이란 무엇일까? 대중성에 대한 정의는 명확히 내리긴 어렵지만 대중성 있는 영화가 곧 대중들이 원하는 영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숨겨진 니즈를 잘 읽어낸 영화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특성을 갖춘다고 해서 모든 영화들이 천만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천만영화는 이렇게 작품성과 대중성을 전제조건으로 포함하면서 대중이 언제 어디서나 접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소비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즉, 스크린의 수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영화시장의 구조를 보면 크게 제작사, 배급사, 극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영화를 상품으로 비유해볼 때 제작사는 생산업자이고 배급사는 도매상, 극장은 소매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든 산업에서 그렇다고 볼 순 없지만 영화 산업에서는 도매상, 즉 배급은 몹시 중요하다. 영화가 개봉될 시기, 개봉의 규모, 개봉될 지역, 마케팅 방식 등 영화 산업의 거의 모든 일이 배급 단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영화 산업에서 배급사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CJ E&M과 롯데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영시장에 있어서도 전체극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거대자본을 토대로 대기업이 영화제작 단계부터 투자, 배급, 상영까지 독점하고 있는 구조이기 자사에서 제공하는 영화를 마음만 먹으면 천만영화로 만들 수 있게 된다. 뒤에서 분석해볼 영화인 국제시장과 변호인도 스크린 점유율을 보면 각각 40.39%와 35.78%로 당시 개봉한 영화들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스크린 수를 독점하였기 때문에 천만영화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가 ‘만드는’ 천만영화   

이렇게 ‘만들어진’ 천만영화는 국민 5명 중 1명이 본 꼴로 사회에 많은 영향력을 끼친다. 영화에 내포된 메시지가 사회 분위기 조성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제작된 영화들이 천만영화가 되면 프로파간다, 즉 선전적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된다. 재작년과 작년 겨울 각각 개봉하여 천만영화 반열에 나란히 오른 변호인과 국제시장이 대표적 사례이다. 두 영화는 모두 과거 격동적이었던 한국 현대사에 감동적인 스토리를 담아 내어 남녀노소 구분할 것 없이 많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두 영화 모두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의식을 내포하여 당시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스토리, 연기, 연출의 작품성 역시 높게 평가 받아 천만관객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천만영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만큼 상당한 스크린 수 역시 천만영화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렇게 닮은 두 영화의 이면을 자세히 살펴 보게 되면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가 강력한 프로파간다로써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두 영화가 같은 천만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어떠한 이데올로기를 내포하며 만들어졌는지 기획의도를 유추해보며 분석해보겠다.

기획의도는 영화가 크랭크인 된 시기 또는 개봉한 시기와 맞물려 당시 시대 상황과 비교해볼 때 영화가 지니는 방향성과의 흐름, 맥락을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프로파간다로써 영화가 작용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따라서 두 영화의 기획의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변호인’ 의 기획의도부터 살펴보자면, ‘변호인’ 의 기획의도는 양우석 감독이 ‘사회가 망가지는 걸 수수방관해선 안된다는 책임감으로부터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고 했듯이 당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보수진영의 5년 집권 이후 실시된 18대 대선에서는 보수진영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진보진영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격돌하였다. 결과는 새누리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하여 진보세력으로의 정권교체는 실패로 되돌아 갔다. 문재인 후보의 지지자이자 진보적 성향의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낙담을 하게 되고 정치적 소외자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후 대선이 치루어진 2012년 12월 19일로부터 정확히 1년이 지난 시기인 2013년 12월 18일에 영화 ‘변호인’ 은 개봉을 한다. 시기 상으로 볼 때 ‘변호인’ 은 2013년 3월에 크랭크인이 되어 그 해 말에 개봉을 한 것인데 이는 1년이라는 집권 시기동안 현 정권으로부터 불만을 느끼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시대적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사회적으로 박근혜 대통령 정권의 1년의 시간동안 정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공약 시행에 관한 정부의 무능력함과 쇠퇴하는 민주주의의 모습들로 인해 보수진영에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렇듯 ‘변호인’ 은 당시 국민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국민들이 염원하는 시대를 그린 최적의 콘텐츠이자 진보진영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는 천만영화였음을 알 수 있다.

‘국제시장’ 또한 마찬가지로 보수진영의 논리를 앞세워 기획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제시장’ 은 ‘변호인’ 개봉 이후 정확히 1년 뒤이자 대선 실시 2년 후인 2014년 12월 17일에 개봉하였다. 당시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계속적으로 높아만 갔다.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았다. 이렇듯 보수진영과 관련하여 국민의 부정적 여론 형성이 극에 달았기 때문에 보수진영에서는 이를 역전할 기회가 필요했고 영화 ‘국제시장’ 이 나온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영화에서는 진보 진영 입장을 대변한 영화들이 많이 있었다. ‘국제시장’ 은 이러한 한국 영화 흐름에서 유일하게 매우 잘 만들어진 보수적 성향의 영화였다. 유신 시절 독재정권 아래 눈부신 발전을 이룬 산업화 시기에 감동적 스토리를 담아 중장년층의 감성을 성공적으로 자극하여 유신시절에 관한 역사를 미화하였다. 개봉 당시 특히 정부에 대한 젊은 층들의 부정적 여론이 극에 달았기 때문에 청년들을 모으는 대신 기득권층인 4,5,6,70 대의 공감을 살만한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다.

'변호인’ 과 ‘국제시장’ 은 개봉시기와 시대상황의 상관관계로 미루어 보아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어느 정도 개입된 의도를 가지고 천만영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작품성과 대중성에 잘 녹아냄과 동시에 스크린독과점을 통해 의도적으로 천만영화로 만들어진 두 영화의 사례를 통해 ‘천만영화’ 가 자본과 정치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탄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천만영화는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영향력이 뛰어난 수단이기 때문에 자본과 정치의 문화적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천만영화를 볼 때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수용하기 보다는 개봉한 시기와 맞물려 시대상황의 흐름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해보고 영화가 지니는 주제의식의 의도를 잘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의 건전한 문화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는 이처럼 거시적인 흐름을 잘 읽을 줄 아는 분별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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