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읽는 23번지> 따로 또 같이, 숨을 담고 있는 풍선 세 개
<가뿐하게 읽는 23번지> 따로 또 같이, 숨을 담고 있는 풍선 세 개
  • 한가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5.10.2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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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풍선 세 개」에 관한 기록
▲ 김양미 저, 「풍선 세 개」, 시공주니어, 2011 (출처: 네이버 책)

[업코리아=한가희 문화평론가]  앞서, 단절을 겪고 있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집에 대한 글을 썼었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 상에 놓여 ‘단절’과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진행될 것이지만 「풍선 세 개」는 보다 직접적인 상황을 그린 그림책이다.

  이야기 속 가족은 이혼 직전의 상태이다. 언니와 동생을 데려가기로 한 엄마와, 자신을 데려가기로 한 아빠 사이에서 ‘나’는 몸무게로 둘을 나누었나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다. 가족들은 각자 가져 갈 물건들을 나누기 시작한다. ‘나’는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을 언니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고, 그래서 다투게 된다. 하지만 둘을 지켜보던 막내에게는 단지 보물 유리병과 풍선 세 개만 있으면 충분하다. 채 물건을 정리하지 못하고 잠자리에 들게 된 그날 밤, 막내는 ‘나’에게로 와 자신이 가진 것 중 초록색 풍선마저 “언니 가져.”라며 주고 간다. 언니에게는 노란색 풍선을 주었을 것이다. 막내 덕분에 세 자매는 따뜻함에 물들고 이내 물건을 정리하면서 서로에게 양보하기 시작한다. 막내가 떠나면서 소중한 것을 주었듯, ‘나’도 언니도 소중한 것을 나눈다. 그게 가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냥 우리 모두 함께 살면 안 돼요?”

  이혼하기로 마음먹은 부모는 흔들리지 않는다. 왜 헤어질 수밖에 없느냐는 ‘나’의 질문에 아빠는, 너희들의 우물에는 ‘여전히 시원하고 맛 좋은 물이 퐁퐁 솟아나고 있’지만 자신들이 13년 전에 팠던, 맛 좋고 몸에 좋은 물이 샘솟았던 우물에는 이제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고도 서로에게 나눔을 시작한 세 자매는 애틋하기보다는 오히려 잔잔하면서도 단단하다. 이러한 감정은 그들의 행동 자체에서도 보이고 있지만 그림책 전반적으로도 느껴진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깔끔한 문장들, 간단한 그림 위에 십 퍼센트 정도나 차지할까 싶은 채색 방법까지도. 여백이 많아 그림을 보면 공허감이 들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이유로 풍선이나 전등 그림 등 색칠된 사물들이 더 크게 느껴진다. 마치 세 자매의 따뜻한 마음처럼 말이다.

  그렇게 세 아이는 자신들의 일부를 나눈다. 내 것을 너에게 주고, 네 것을 나에게 주는 행동들은 각자의 물건을 나누려는 부모와 대척점에 있는 일종의 의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부모에게 소속되었다는 이유로, 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은 선택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어쩌면 그들의 최후의 저항이, 그토록 고요하고 무겁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섣불리 아이들을 지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도라는 것은 무색한 일이다. 삶에 대한 경험이 보다 적은 아이들이 흔들릴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어른이라지만, 어른의 세계 때문에 다친 아이들을 어떻게 어른이 보살필 수 있을까. 아이는 어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은 아니다. 우습게도 어른들의 그러한 행동으로 아이는 한 뼘 더 자라게 될 것이다. 마냥 바람직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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