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이야기, <욕조연극>에 발을 담그다.
흐르는 이야기, <욕조연극>에 발을 담그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10.25 2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단 ETS의 감각적인 창작 세계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이 화두다. 티비를 틀면 하루 종일 연애 이야기가 나오고 검색어 순위는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이 장악했으며 인기 기사들의 대부분은 연애에 관한 가십거리이다. 어느 때보다 극악무도한 범죄가 일어나는 세상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이 넘쳐나보인다. 언제부턴지 사랑은 유행처럼 번져간 용어가 되었고 사랑의 이미지는 21세기 가장 열심히 소비되고 있다. 어떤 상황이던간에 사랑은 만병통치약처럼 제시되는 훌륭한 대안이며 어디에서든 '사랑하라'는 말이 들린다. 사랑이 전부인 삶을 사는 척 위장하고 있지만 낭만이란 없는 현대인의 삶을 우리는 안다. 그들이 만든 보기좋은 '사랑'에 미쳐버린 삶은 결코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비극을 초래했다. 우리는 사랑을 외치고 구걸하며 눈물 흘리지만 사랑을 못한다. 인간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사랑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일까. 

<욕조연극 : 사랑이야기>은 기존의 연애 이야기와는 사뭇 달랐다. 사랑에 대한 적당한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인간의 실존에 관한 물음에서부터 사랑을 생각해보게 하는 연극이었다. 6인의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시각을 통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주며 때로는 사랑의 상처를, 때로는 사랑의 치유를 말한다. 등장인물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전제 조건속에서 각자의 자아를 발현시켰다. 타자를 통해 자아를 발전시키는 것, 사랑의 참된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연극은 극단 ETS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창작세계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무대에 덩그러니 놓여진 욕조를 사용해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참신한 연출이 있기 때문이다. 물과 마음은 요동치기도 하고 잔잔히 흐르기도 하는 모순점에 놓여있다. 배우들은 욕조 속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첨벙대며 물장난을 치기도 한다. 사랑에 빠져 요동치기도 하고 장난치기도 하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몸짓은 몇 마디 대사보다 참신하게, 그리고 감각적으로 사랑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다.   

욕조연극은 평범한 이야기이다. 물에 젖은 모습처럼 사랑에 푹 빠졌다가 나오는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 생채기 가득한 어른으로 자라나 사랑을 구걸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는 우리의 이야기 말이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명백한 대답은 '사랑'이다. 세계로부터의 소외, 군중속의 고독, 스스로에 대한 타자화가 일어나는 이유는 '사랑의 결핍'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그런 자신을 보여줄 누군가 있다면 사람은 병들지 않는다.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갈 이유를 아는 자는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는 니체의 명언이 있다. 이는 거꾸로 생각해보면 살아갈 이유는 모르는 자는 어떤 고난도 이길 수 없다는 잔인한 말이 된다.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무기력함에 빠져있는 현대인은 실존의 물음 속에 살 수밖에 없다. 믿음직한 친구, 사랑스러운 연인, 든든한 누나, 철부지 자식, 누군가의 멘토로서 스무가지가 넘는 역할극을 동시진행중인 우리가 실존한다는 증거는 결국, 사랑에 대한 기억이다.

'사는 것의 흔적, 그것의 기억, 그리고 타인이 내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내가 타인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에서부터 우리의 존재가 시작된다.' '사는 것의 흔적, 그것의 기억, 그리고 타인이 내 삶을 어떻게 기억하고, 내가 타인의 삶을 어떻게 기억하는가에서부터 우리의 존재가 시작된다.'

욕조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부이다.“살아간다는 것",“사랑”, "사랑의 기억”에 대해 말하는 이 극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라는 말처럼 이 시대의 사랑에 대해 그들의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대가 외롭다면, 그리고 그러한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면 욕조연극에 발을 담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연 정보>

- 공연명 : 욕조연극_사랑이야기

- 공연일시 : 2015년 10월 18일(일)~30일(목)

          월 공연 없음. 평일 8시, 토/일 4시.

- 공연장소 :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

- 작/연출 : 김혜리

- 출연 : 하예찬, 정수연, 안창현, 전혜진, 정유진, 최수호

- 제작 : 극단 ETS

업코리아, UPKOREA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