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하게 읽는 23번지> 이제는 필요 없어진 밀가루 아기를 터뜨리며 ①
<가뿐하게 읽는 23번지> 이제는 필요 없어진 밀가루 아기를 터뜨리며 ①
  • 한가희 문화평론가
  • 승인 2015.10.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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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밀가루 아기 키우기』에 관한 기록
▲ 앤 파인 저, 노은정 역, 『밀가루 아기 키우기』, 비룡소, 2013 (출처: 네이버 책)

[업코리아=한가희 문화평론가]  “실수로 아기를 하나 키우게 된다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면 당연히 아기한테서 도망치고 말 걸.”

(앤 파인 저, 노은정 역, 『밀가루 아기 키우기』, 비룡소, 2013, 142쪽)

  초등학생, 혹은 중학생이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 아이를 붙잡고 이렇게 말한다면, “아기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은 조심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면 그들이 단번에 깨달을 수 있을까. 왜? 라는 질문이 따라오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럼 구구절절 설명해야겠지. 애초에 아직 성장이 다 완료되지 않은 너희들이 임신을 하는 것은 어떻고, 아기도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에 책임의 의무가 어떻고, 아기를 키우기 위한 경제적 요건이 어떻고 등등. 그러면 이런 구체적인 설명들을 그들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말하면서도 지치는 이런 뜬구름 같은 이야기 말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나. 앤 파인은 그럼 직접 해보면 되잖아, 라고 말을 던지듯 ‘밀가루 아기’라는 이상하고 예측 불가한 단어를 만들어 보인다.

  카트라이트 선생이 담임으로 있는 4C반은 지진아와 문제아들로 구성된 반이다. 선생의 말을 빌리면 ‘학교는커녕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병원에 누워 있을 정도로 머리 상태가 나쁜’ 아이들 중 가장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아는 바로 사이먼 마틴이다. 이들은 학급 연구 발표회에서 아동 발달, 즉 ‘밀가루 아기 키우기’라는 주제를 선정 받는다. 밀가루 아기가 뭐냐고, 계집애들이나 하는 놀이가 아니냐는 아우성들 틈에서 카트라이트 선생 또한 이 터무니없는 주제에 대해 따질 참으로, 연구 발표회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펠트햄 박사를 찾아간다. ‘내가 맡은 반에서 지금 100파운드가 넘는 흰 밀가루가 터져서 풀풀 날리게 될 판’이라고 호소하는 선생의 말은 물론 아이들이 그런 사고를 칠까 우려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연히 그 부분을 엿듣게 된 우리의 사이먼은 삼 주 간의 연구가 끝나면 그런 식의 소위 ‘파티’를 즐기도록 선생이 허락해준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4C반의 밀가루 아기 키우기가 시작된다.

  한 명당 하나씩 제공 받은 밀가루 포대를 심통 난 표정으로 바라보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 빨리 이 정신 사나운 연구를 끝내고 싶은 카트라이트 선생은,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반응과 변화들을 목격하게 된다.

  이 변화란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밀가루 아기를 진짜 아기로 생각하여 ‘잘’ 돌보는 아이와 밀가루로 만들어진 아기조차 키우는 일에 지쳐 포기하는 아이. 대부분의 4C반 아이들에게 밀가루 아기는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어딜 가든 귀찮게 데리고 다녀야 하며 조금만 눈을 떼도 금세 더러워지고, 크게 상처 난 곳도 없는데 포대 틈에서 밀가루가 솔솔 빠져나간다. 게다가 마냥 예쁘게 생기지도 않았다. 카트라이트 선생은 모든 부모가 아기가 조금씩 모자라다고 바꾸고 싶어 했으면 이 교실 안이 텅 비었을 거라고 일침을 놓지만, 그래도 아이들의 불만은 줄어들기는커녕 밀가루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서 점점 늘어가기만 한다. 심지어는 ‘밀가루 아기 대신 맡아주기’와 같은 소위 이동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돈을 버는 아이도 등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게 된 것은 육아가 힘든 일이고 평생 아기가 갖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지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가뿐하게 읽는 23번지> 이제는 필요 없어진 밀가루 아기를 터뜨리며 ②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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