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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태 컬럼> 노벨상보다 부러워해야할 것우리는 문화선진국으로 가야한다

해마다 10월이면 노벨상 이야기로 대한민국이 한번 떠들썩해진다. 노벨상 하면 우리는 아쉬움 반, 부러움 반이다. 이웃나라 일본 수상자 얘기가 나오면 은근한 분노감까지 생긴다. 그러면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 인프라, 우리도 열심히 뛰어보자는 멘트도 빠트리지 않는다. 노벨상은 물론 한 나라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눈에는 우리가 부러워해야할 분야는 다른데 있다고 본다.

우리사회에는 노벨상 수상보다 관심을 가져야할 사회 문제가 산적해있다. 6. 25 전쟁 이후 우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 경제성장에 집중해왔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 민주화에 많은 피땀을 흘렸다. 괄목할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높은 자살률, 이혼률, 빈부격차문제 등도 함께 동반성장 해왔다. 경제성장, 정치발전이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한 사회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균형성장이 필요한데, 우리는 기형성장을 이룬 사회가 되었다. 우리사회의 균형잡힌 성장을 위해서는 정신문화의 성장이 이루어져야한다고 본다. 우리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안녕이다. 그러나 이런 정신적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까닭에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안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경제와 기술중심의 사회가 기형적인 사회를 만들었다는 육감에 기인한 것 같다. 오랜 동안 벽장에 던져두었던 고전을 꺼내서 읽고, 강연을 듣는다고 단숨에 우리의 인문학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럽 사람들의 견해이지만, 인문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철학의 학맥이 형성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영국 세 나라 뿐이라고 한다. 독일은 칸트와 헤겔이라는 걸출한 학자를 배출한 후 지금도 그 후예들이 독일의 철학을 연구하고 강의하고 또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영국은 프랜시스 베이컨, 존 로크, 데이비드 흄의 뒤를 이어 경험론적 학풍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카르트 이후, 사르트르, 엠마누엘 레비나스, 롤랑 바르트, 자크 라캉, 미셀 푸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알렝 바디우가 세계 철학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슬라보예 지젝도 프랑스에서 수학한 학자다.

이런 철학자들의 활동은 지적 유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 세계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윤리적 해결방안까지 제시한다. 이런 학자들의 연구 성과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유럽의 이런 학문적 아우라는 강대국 미국도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보인다. 유럽은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정신문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조직으로서의 교회는 과거보다 그 영향력이 줄어들었지만, 신학적 결과물들은 여전히 정신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진리를 생산하는 네 가지 영역으로 정치, 과학, 예술(), 사랑을 꼽았다. 그런데 현대문명은 정치를 경영으로, 과학은 기술로, 예술은 (대중)문화로, 사랑은 성(性)으로 퇴색시켰다고 비판한다. 우리보다 높은 수준의 정신문화를 가진 유럽세계를 성찰하고 말한 것이다. 바디우가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어떤 말을 할 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쉽게도 정신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유럽인들 만큼 깊게 여기지 않는다. 과학기술 분야에 비하면 투자도 인프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사회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문화의 미숙에서 기인한다. 정치와 행정, 제도와 법률로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더 많다. 사회는 그것보다 더 고차원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의 성숙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부러워할 것은 노벨상이 아니다. 부러워하려면 높은 정신문화 수준을 부러워해야한다. 그 부러워함이 우리가 염원하는 인간과 세계의 가치, 그리고 우리의 행복과 평화의 수준을 높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 그리고 투자가 이루어져야한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문화선진국으로 가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상태 편집위원  koramthe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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