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가 아닌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
'그녀는 예뻤다'가 아닌 '그래서 그녀는 예뻤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10.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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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현장 스케치 사진

[업코리아=문화평론가 양혜은]아름답고 싶지 않은 여자는 없다.‘얼굴이나 머리를 아름답게 가꾸다’라는 뜻의‘미용’은 여자들의 본능이기도 하다. 본능적으로 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때가 있었지만 본능에만 충실한 모습만큼 추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대놓고 여자들의 외모를 논하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등장했다. 직설적인 화법이 대세인 요즘이라 그런지 숨김이 없는 제목이다. 조만간 <그녀는 못생겼다>라는 후속작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을 제목에 반감이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감도 잠시, 이제는 이 드라마의 열렬한 시청자가 되어 이 글을 쓴다.

1. 내가 기억하는 그녀, 김혜진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름은 김혜진이다. 어릴 적 그녀는 예뻤고 공부도 잘했으며 인기도 많은 학우였다. 더군다나 뚱뚱하고 소극적이었던 초등학교 동창생 성준에게 그녀는 첫 사랑이자,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엄마 같은 친구였다. 둘은 초등학생 시절을 함께 보냈고 그 뒤로는 추억만을 간직한 채로 각자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한국으로 돌아온 성준을 다시 만날 기회가 왔지만 혜진은 과거와는 달리 초라하게 바뀐 자신의 모습에 늘씬하고 예쁜 친구 하리를 성준과의 만남에 대신 보낸다.

일반적으로 그녀의 행동은 이해가 안가지만 드라마적 장치들이 더해져 시청자들을 납득시켰다. 혜진의 부시시한 헤어스타일, 80년대로 돌아간 복고 패션, 붉은 주근깨가 올라온 광대며 누가 보아도 촌스러운 모습에 첫 사랑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심정을 공감하게 된다. 여기에는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외모에 대한 뿌리 깊은 인식이 작용한다. 여자는 외모에서 비롯되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지대한 편이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다. 특히나 예뻐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외모지상주의에 물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혜진이라는 인물에 쉽게 공감할 수 있으며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빠져든 이유이기도 하다. 

'못생겨진 나를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라는 대사에서 우린 씁쓸한 인정을 하게 된다. 외모가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적 인식과 그에 길들여진 본인의 인식조차도 말이다. 인성보다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외적 기준을 알기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성형수술이 유행이고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응하는 개인을 욕할 자격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드라마는 직설적인 제목으로 말하고 있다. 첫 사랑 성준이 기억하는 혜진,‘그녀는 예뻤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기억 속의 그녀가 예뻤다는 사실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전부일까? 

2. 내가 추억하는 그녀, 김혜진 

드라마의 초반은 지나치게 밝고 일처리를 못하며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못하는 혜진의 모습을 그린다. 못생겨진 외모만큼이나 부족해진 능력을 가진 그녀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 이로써 이 드라마에서는 하나의 공식을 만든다. 예쁘고 발표도 잘하고 인기도 많았던 과거의 혜진과 못생기고 능력도 부족한 현재의 혜진을 대칭적으로 놓으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치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이 능력까지 갖추면 평균 이상으로 우월해보이고 못생긴 사람은 능력에 대해 가차없이 평가되며 미움 받기도 더 쉽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건 고정관념을 만드는 건 사회적 시선과 더불어 혜진의 태도라는 것이다.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첫 사랑을 만날 기회를 놓쳐버린 그녀의 첫 번째 실수에서부터 예뻤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도 외모로 대우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여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두 번째 반전은 시작된다. 바로 추억이다. 성준은 같이 일하는 인턴 혜진을 자신의 첫 사랑이라 생각 못하지만 서서히 둘만의 추억거리를 찾아간다. 혜진이 신호등을 건널 때‘가시오다~!'라고 외치는 모습이나 빗속에서 성준을 지켜주는 모습, 악성 곱슬인 머리까지도 어릴 적 첫 사랑 혜진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녀의 외모는 변했을지라도 성준이 추억하는 그녀, 김혜진은 그대로인 것이다. 

3. 내가 사랑하는 그녀, 김혜진 

이 드라마는 세 단계를 거쳐 첫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첫 번째 단계는 오해이다. 혜진의 외모 변천에 따른 오해로 둘은 어긋난다. 성준은 혜진의 친구 하리를 첫 사랑 혜진으로 착각하고 만나며 혜진에게 상처를 준다. 두 번째 단계는 추억 소환이다. 과거의 추억이 오버랩되면서 첫 사랑과 닮은 혜진의 모습에 성준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는 있는 그대로의 혜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고 추억으로 다시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마치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처럼 이들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던 외모에 대한 '오만한 편견', 그 장애물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드라마의 제목이 꽤 맘에 들고 있다.‘그녀는 예뻤다’라는 제목이‘그래서 그녀는 예뻤다’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성준이 혜진을 다시 사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예뻐 보이게 만들었던 변하지 않는 인성 때문이었다.

추억과 인간성은 외모처럼 쉽게 변하지 않는다. 비록 외모에 가려 인성과 실력을 보일 기회가 박탈되는 요즘이지만 외모보다 인성이 오래가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지나치게 외모를 가꾸는 사람들은 쉽게 허영심에 물들고 호의에 웃음을 팔게 될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이 확실한 무기가 될 수는 있지만 태초의 나다움을 이기진 못한다. 동화 속 신데렐라와 콩쥐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서 가장 아름다웠을 때 왕자와 사또를 만났다. 하지만 신데렐라와 콩쥐가 모진 일을 견뎌가며 버틴 정신적 레벨과 끈기를 이길 자는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 외모지상주의는 쉽게 바뀌지 않을 사회 풍토이다.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이 병적으로 외모로만 발현되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부모님의 칭찬을 듣고 싶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하는 아이처럼 “예쁘다” 혹은 “멋지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외모는 과시할 때 제일 못나 보이는 법이다. 이제는 표정과 말투, 행동거지, 예절, 교양, 소신을 쌓고 나다운 분위기를 만들어야 돋보이는 시대이다.

드라마 <그녀는 이뻤다>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다루지만 결국엔‘왜’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그 시절, 혜진을 아름답게 만들었던 건 단순히 그 시절 그녀가 예뻐서가 아니라 그 기억이 아름다워서일 것이다. 어릴 적 그녀는 아름다웠다. 마음씨도 배려심도 순박한 웃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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