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 않아도 괜찮아, 연극 <뜨거운 여름>을 느끼다
뜨겁지 않아도 괜찮아, 연극 <뜨거운 여름>을 느끼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9.17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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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뜨거운 여름>포스터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따사로운 햇볕을 견뎌야만 하는 여름이 싫다. 하지만 여름은 가장 그리움이 큰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여름이 주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그늘 아래 서늘함과 장맛비가 주는 상쾌함에 깊이 빠져들곤 한다. 연극 <뜨거운 여름>은 제목 그대로 여름만큼이나 뜨겁고 혈기 왕성한 청춘의 이야기이다. 이상과 현실사이에서 치열하게 싸웠으며 스스로에 대한 의문 속에 괴로워 했던 젊은날을 그린다. 여름이 계절의 절정이듯, 뜨거움에 대한 기억은 우리의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다. 누구나 부모님께 비밀로 하던 꿈이 있었으며 설렘으로 잠못 이루던 밤이 있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행복했던 여름밤의 꿈을 꺼내보자.

뜨거움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나는 제일 먼저, 연탄을 소재로 한 시가 떠오른다. 스스로 타오르는 연탄처럼 뜨거운 삶을 살았는가 묻는 시를 읽으며 한 동안 생각에 잠기곤 했다. 그리고 마치 연탄처럼 내게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을까하는 고민을 한다. 우리가 말하는 열정과 행복, 꿈, 희망은 모두 뜨거움의 영역에 있는 단어들이다.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느끼면서 사는 것이 맛깔나는 인생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 뜨거움에 빠지길 망설인다. 그리고 한때는 내가 뜨거운 줄도 모르고서 타오르다가 세월이 흘러서야 뜨거웠던 순간을 깨닫게 된다.

<뜨거운 여름>은 연탄처럼 타올랐던 순간을 추억하며 등장인물들의 학창시절을 돌아본다. 참신한 내용은 아니더라도 연극을 보는 누구나 자신의 청춘, 그리고 꿈을 상기시킬 수 있다. 특히나 미적지근한 자신의 삶에 공허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 연극을 추천한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재희, 노래를 부르며 행복을 느끼던 채경, 흥이 많은 날라리 친구 진안, 무용과 연기를 전공하던 대훈까지. 이들은 모두 예술을 사랑했고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부모님은 이들의 꿈을 걱정하고 방해했지만 그들은 배고픈 길을 택했다. 그리고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열심히 싸웠다.
 
그들은 춤을 춘다. 욕망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우리의 뜨거움, 열정과 사랑은 무엇을 향했으며 그 끝은 무엇일까. 우리는 뜨거움이 식고 난 뒤에 오는 공허함이 두렵기에 꿈을 곧잘 외면하곤 한다. 이 연극은 쉽게 세월을 흘려보내는 우리들에게 역동적이고 힘찼던 순간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젊은이의 뜀박질처럼 가슴 뛰던 순간을 기억하라고 한다. 그들의 춤사위는 뜨거운 여름날의 열정과 사랑을 다시 꿈꿔보게 한다. 
 
뜨겁지 않아도 괜찮아. 치유가 대세인 시대라 그런지‘괜찮다'는 말은 어디서나 쓰인다. 하지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이 타인의 영향력을 쉽게 받는다는 명백한 사실 덕분에 우린 괜찮지 못하다. 왜 우린 남들처럼 뜨겁지 않을까, 왜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되지 못하는가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하지만 평생을 여름처럼 뜨겁게 살 필요는 없다. 여름이 지났다면 자연스럽게 가을을 받아들여야 하며 성숙을 즐겨야 한다. 나는 열정적인 사람으로 살라는 말이 싫다. 그렇게 비인간적이고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되기 싫다. 그리고 세월이 지날수록 늙은이가 되어간다는 식의 표현도 싫다. 그저 세월에 맞게 성숙하고 사계절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싶다. 차갑게 식은 연탄이 되어도 뜨거웠던 날들을 추억하며 살아있음을 느끼면 된다. 추위와 절망이 찾아왔을 때, 여름날의 추억이 살아갈 힘을 줄 것이다. 우리는 유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를 거쳐 비로소 완성의 단계에 이를 것이고 어느 단계 하나 소홀해서는 안된다. 20대, 30대, 40대,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자신에게도 '뜨거웠던 순간'이 있음을 감사하고 추억하며 살아보는건 어떨까.   
 
<공연 정보>
 
공연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공연기간 : 2015년 8월 11일(화)-11월 1일(일)
공연시간 : 평일 8시/ 토 3시, 6시 30분/일·공휴일 2시, 5시 30분 (월 공연 없음)
티켓가격 : 전석 40,000원
러닝타임 : 135분(인터미션 15분 포함)
공연문의 : Story P(02-744-4331)
제    작 :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창작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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