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10),사랑의 첫 걸음은 귀를 기울이는 거야!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10),사랑의 첫 걸음은 귀를 기울이는 거야!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9.03.05 2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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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교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등대글로벌스쿨 학생들.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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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초등학생 수업하는 중에 생긴 일이다. 한 학생이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따로 불렀다. 그리고 이유를 물었더니 한 친구가 자신을 치고 지나갔는데, 그 친구가 사과를 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빴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고 지나갔다는 친구를 불러서 상황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자신이 친구를 치고 지나갔는지도 몰랐다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두 학생에게 서로 서운한 것들을 이야기 하라고 시간을 주었다. 기분이 나빴다는 학생은 오늘의 일뿐만 아니라 평소에 그 친구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이것 저것 이야기 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친구의 눈물에 마주하고 서 있던 학생은 약간 어리둥절해 했다. 하지만, 그 학생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고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서로 안아주면서 일은 잘 마무리 되었다.

또 한번은 여학생이 한 학년 위의 오빠가 자신을 자꾸 놀린다고 도움을 요청한 사건이 있었다. 여학생의 말에 의하면, 본인이 컴퓨터실에서 그날 기분이 나빠서 조금 잘못 행동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오빠가 놀린 것 같다는 것이었다.

등대글로벌스쿨 학생들. 업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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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해당 학생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하고 왜 그랬는지 물어보았다. 남학생은 컴퓨터실의 사건은 기억도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 학생을 놀렸던 것은 그 여학생이 자신을 보고 비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여학생이 평소 자주 짓는 표정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그 여학생이 비웃거나 놀린 것이 아니라 평소 자주 짓는 표정이라고 해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남학생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면서 여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필자에게 부탁했다.

위의 두 상황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학생들이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그것에 대해서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경우는 모두 상처를 받은 친구들의 상황을 다른 친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는지조차 학생들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상처를 받은 학생이 그 학생에게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해서 오해를 풀면 된다. 학생들 사이의 문제는 이처럼 작고 사소한 일들이 다수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을 그때 해결하지 못하면, 여러 번 쌓이면서 묵은 감정까지 나오게 되고 결국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관계가 발전하게 된다. 그들이 문제에 대해서 친구에게 쉽게 말을 건네지 못하는 이유는 친하지 않거나,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친구들 사이에서의 관계의 문제는 초등학생부터 사춘기가 한창인 중학생은 물론, 고등학생들까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자신의 문제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시기임은 알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먼저 다가가 나의 불편함을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에게 내 아픔만을 강조하거나 강요하기보다 상대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듣는 태도 역시 중요하다. 자존심의 문제는 관계를 회복하기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 그리고 감정적인 대응 역시 문제를 좋은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내면을 향한 경청의 자세와 타인을 향한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 안에 상처와 관계에 대한 불편함이 생겼다면, 먼저 내면의 소리에 경청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내가 어떤 점이 불편한 것인지, 조금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상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 다음은 상대방의 말에 대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상대방이 그런 말과 행동을 하게 된 상황과 이유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핑계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내려놓고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들어주어야 한다. 이 두 작업이 잘 이루어지면, 그 이후는 아주 수월하게 처리될 수 있다.

독일의 신학자 폴 틸리히는 “사랑의 첫 번째 의무는 상대방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The first duty of love is to listen.)”라고 말했다. 필자는 새 학기가 되면 신입생과 학부모님께 신학자의 이 말을 꼭 전한다. 작은 목소리라도 먼저 듣는 자세로 학생들을 바라보겠노라고, 학생들을 서로에게 먼저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갖도록 가르치겠노라고 다짐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시기는 성품이 완성된 상태가 아니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으며 한 단계씩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불완전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 앞에서 학생들은, 먼저는 내 마음을 향해 귀를 기울이고 나아가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자세에서부터 나를 향한, 그리고 타인을 향한 사랑은 시작된다.

박진희 교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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