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 시네마 테크, 영화 <하루>로 관객과 소통하다.
KU 시네마 테크, 영화 <하루>로 관객과 소통하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8.1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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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루> 포스터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지난 8월 8일 토요일, KU 시네마 테크는 영화 <하루> 상영을 맞이하여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정성일 평론가와 함께 영화 <하루>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과 해석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GV(Guest Visit) 행사가 진행된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는 이야기에 앞서 이란 영화에 생소할 관객들을 위해 이란 영화의 흐름과 특징에 대해서 언급해주었다. 1980년대 이란 영화는 국가적 차원의 검열을 피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영화산업이 수축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적 억압해도 불구하고 현실의 문제점을 표출하고자 하는 도전적인 감독들과 손쉬운 촬영을 도와주는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 덕분에 이란 영화 산업이 다시 활성화되었고 현재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정성일 평론가가 본 영화 <하루>는 낯설게 느껴지는 이란의 사회를 통해 관객들이 한국을, 더 나아가 세계를 볼 수 있기를 원하며 답이 정해지지 않은 추론을 원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택시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네트워크를 확장시키고 여러 사회문제를 언급하기 쉬운 구조를 지녔으며 침묵을 좋아하고 무법자들을 처단하는 주인공의 태도는 곧 감독의 태도이자 관객들에게 주고픈 강렬한 메시지이다. 또한 평론가는“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해는 이해가 되는 과정”이라는 말을 하며 영화 속에서 관점의 차이를 넘어선 세계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영화에 대한 몰입도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참여가 더욱 빛났던 시간이었다. 영화 <하루>는 현재 KU시네마테크에서 상영 중이며 세계영화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란 영화를 만날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줄거리를 잠깐 언급하자면 영화 속에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택시기사 유네스와 미혼모 세디예가 바로 그 인물들이다. 하루 종일 택시를 운전하며 살아가는 유네스는 어느 날 다급해 보이는 임산부 세디예를 만난다.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그녀의 부탁에 그는 묵묵히 병원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로부터 유네스의 하루는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이름도 모르는 그녀에 대한 연민과 동정, 불안함, 무심함 등의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이다. 처음엔 외면하려고 했던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결국엔 그를 움직였고 유네스는 세디예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고 폭행까지 당한 세디예는 여성의 권리가 탄압당하는 이란의 현실을 보여주는 실제적 인물이다. 그리고 ‘유네스는 왜 알지도 못하는 만삭의 여인을 도와주었을까’라는 물음이 남는다. 하지만 유네스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삶을 바라볼수록 우리의 눈에는 한 여인의 처절한 슬픔만이 보인다. 영화 <하루>는 모두가 외면했지만 유녜스만은 무심하지 못했던 특별한 하루였던 것이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시간이 많아서가 아니라 심장이 있어서라는 말이 있다. 유네스의 직업은 시간이 돈인 택시기사이다. 운도 없게 마주친 임산부를 도와주느라 써버린 하루가 바로 귀중한 돈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심장을 지닌 사람이었고 타인에게 자발적인 도움을 주는 의로운 사람이었다. 또한 이 시대의 유행이 썰, 말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달리 말수가 적은 택시기사 유네스는 별나 보인다. 말을 잘하는 사람이 대우를 받고 입이 살아야 돈을 버는 시끄러운 시대에 침묵하는 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는 유네스의 지독한 침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이란의 시끄러운 현실에 묵묵히 타인을 도와주는 '침묵하는 영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이란의 일상과 사람들, 숨은 정의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중 하나다. 정성일 평론가와 함께 영화 속 장치와 의미를 찾아보는 일은 무척 재밌었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이 신선했고 영화 한 편으로 모두가 같은 방향의 생각에 빠져보는 시간이었다. 누군가 영화를 보는 일이 사치스럽다고 한다면 또한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달라지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당연히‘그렇다’이다. 좋은 영화 한 편을 보는 것은 분명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여유 없이 살아가는 순간에 정지버튼을 선물해줄 것이다. 러닝타임 1시간 반 동안만이라고 침묵을 지키고 삶을 정지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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