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할 일, 빨래하기 그리고 뮤지컬 <빨래>보기
오늘 할 일, 빨래하기 그리고 뮤지컬 <빨래>보기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8.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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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빨래>포스터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빨래를 하고 싶은 날이 있다. 화창한 주말, 해야 할 일이 없을 때 우리는 미뤄둔 빨래를 한다. 바쁜 일상을 보내기에 쌓아둘 수밖에 없는 빨랫감을 보며 우리의 삶도 화창한 날을 기다리는 빨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뮤지컬 <빨래>는 이러한 발상을 담아내 삶을 말하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빨래를 서러운 타향살이마저 잊게 만드는 위대한 행위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멀고도 낯선 이야기가 당연하고도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먼 타지 사람이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과정을 그린 뮤지컬 <빨래>를 들여다보자.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고’

고복수(1911∼1972) 선생님의 타향살이 노래가사이다. 해가 갈수록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하니 이 가사에 공감하는 이가 꽤 많을 것이다. 뮤지컬 <빨래>는 타향살이에서 비롯된 사랑, 그리움, 슬픔, 이별 등의 보편적 정서를 그려냈다. 해가 갈수록 서울살이는 익숙해져 가는데 말 못할 그리움과 공허함은 깊어져간다는 타향살이의 심경을 말한다. 나 또한 서울에서 타향살이를 하는 중이라 극중 역할들에 몰입하며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었다. 서울살이를 하며 느꼈던 여러 상념들이 고스란히 이 공연에 녹아내린 듯 했다. 감동적이고 현실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또한 뮤지컬<빨래>가 10년이 넘도록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뮤지컬 <빨래>에는 여러 개성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독히도 버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닮은 두 남녀가 등장한다. 몽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와 강원도에서 꿈을 찾아 서울로 온 나영이다. 둘은 돈이 세상의 전부인 악독한 사장 밑에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서점에서 일하는 나영은 책을 좋아하지만 초과근무가 일상인 근무환경 때문에 독서가 사치인 삶을 산다. 솔롱고는 돈을 벌기위해 한국에 왔지만 제때 월급도 받지 못하는 형편으로 지낸다. 둘은 옥상에서 빨래를 널며 비슷한 처지로 살아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고향을 떠난 외로움과 서글픔을 빨래를 널며 함께 말리는 것이다. 둘은 빨래를 통해 하늘의 별을 보고 고향을 노래하고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삶을 버텨나간다.

뮤지컬 <빨래>는 처절한 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을의 이야기는 감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의 이야기이다. 달동네에 살아본 적이 없고 비정규직은 경험해보지 않았을지라도 그 세계는 엄연히 존재한다. 뮤지컬 속 이야기는 우리가 접하지 않은 세계일 뿐 이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공감능력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감상은 허상이 되곤 하지만 아픔에 같이 눈물짓고 기쁨에 같이 웃어주는게 그리 어려운지 묻고싶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을이었다가도 순식간에 갑으로 변모하는 사람들을 말하고 싶다. '우리’라는 이름아래‘남'을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공동체에 소속되어 안정을 느끼고자 한다. 이와 동시에 남들과는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는 우월감에 빠져 이기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뮤지컬 <빨래>에서는 직원에게 불합리하게 행동하는 사장이나 약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집과 일터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좋은 사람일지라도 그 밖에서는 차별을 일삼는 못된 사람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돌아보자. 혹시 약자와 강자의 줄다리기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바로 소통과 공감이 없는 각박한 사회를 만들고 있는 주범일지도 모른다. 진실함이 없는 인간관계는 결국엔 모든 것으로부터 낯섦과 고독을 느끼도록 만든다. 최첨단을 향해서 빠르게 달려가는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지만 결국엔 고독을 느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본연 모습 그대로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희박해졌고 가식적인 만남을 이어나가면서 우리의 자아 또한 발현되지 않고 있다. 눈물과 웃음이 사라진 사회가 되었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각자의 고유한 성격과 행동을 그대로 보여주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평생 외롭게 살아야할지도 모른다.‘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사는가?’에 대한 물음에 끊임없이 대답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뮤지컬 <빨래>는 희망을 말한다. 더러운 얼룩을 지우고 개운하게 말라가는 빨래처럼 우리도 얼룩지고 주름진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인생은 바람에 맡기고 살아갈 힘이 남아있는 우리를 보자’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감히 추천하건데 날씨가 맑은 날, 빨래도 널고 뮤지컬 <빨래>를 보러가는 건 어떨까.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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