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바로 너처럼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바로 너처럼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6.27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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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포스터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과거에 사람들은 해가 뜨면 집을 나오고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갔다. 지금도 우리의 인생은 변함없이 집이라는 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않는다. 집은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며 우리들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책을 읽으며 어떤 음악을 듣는지 알 수 있다. 집은 결국 자아의 세계다. 우리는 유독 자기 세계에 빠져 방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히키코모리'라고 지칭한다. 이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우리도 히키코모리 같은 성향을 지녔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집밖으로 자주 나오지만 히키코모리는 집안에서만 길게는 몇 년을 보낸다. 조심스럽게 그들의 집을 방문해 히키코모리의 세계, 그들의 개인적 심연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이 있다.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라는 다소 밋밋한 제목의 연극이었다. 히키코모리가 밖으로 나왔다는데 무슨 큰일이라도 되는 것일까라는 생각으로 연극을 보았다. 연극을 보고 난 후에는 제목 끝에 느낌표 하나가 빠진 느낌이었다. 큰일이 맞았다. 그들이 밖으로 나왔다는 건 가슴 뛰는 모험이나 낭만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 낯설고 두려운 것들이 가득찬 세상을 향한 목숨을 건 사투였다. 순수로 무장한 어린왕자가 타락한 지구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힘겨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히키코모리를 외톨이, 사회부적응자,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부르길 좋아한다. 한 번도 그들의 생애를 들여다본 적도 없고 그들의 사연에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연극은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에게 히키코모리는 바로 우리와 다름없다고 그들에 대한 이해와 정의를 달리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린왕자처럼 자신만의 행성에서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살아남으려면 강해져야만 하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히키코모리는 힘들게 살아왔다. 집이라는 쉼터가 더 오래 필요했고 자신을 일으켜줄 가족과 주변인이 필요했다. 나는 히키코모리를 보는 내내 그들 속에서 나를 보았다. 집안에 틀어박혀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는 때론 누구에게도 방해받거나 상처받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좋아했다. 나또한 남들 눈에는 사회부적응자이고 히키코모리이고 외톨이일 것이다. 나는 이제 그들을 응원해주기로 했다. 벽안의 세상에서 나와 그들도 바깥세상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을 타자화하지 않기로 했다. 무섭고 잔인한 세상이라도 방안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행복이 있다. 물론 불행을 접할 기회 또한 많지만 나는 그들이 어둠 속에 살아도 순간의 행복을 맛보는 인간이기를 바란다.

극중 인물인 카즈오가 하는 대사가 있다.
“어떻게 다른 사람이 날 도울 수 있나요?”
“추태 부리면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극중에서 그는 쓰레기로 온몸을 덮고 세상과 어우러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집밖으로 나가기 위해 쓰레기 같은 세상과 어우러지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들에게 사는 게 재밌냐고 묻는다. 히키코모리들은 삶에 대해 고민하고 세상이 아닌 방안에서 답을 구하려 한다. 그들은 사람이 두렵고 사회가 두렵다.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인간이 지닌 긍정의 힘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모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비관과 부정 속에서 숨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연금술사가 말해준 자아의 신화를 알려주자. 무언가를 향한 간절한 믿음과 확신, 열정이 놀라운 신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린 이미 충분히 이상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놀라운 힘을 지녔다. 그 힘은 초능력이 아니라 때때로 튀어나오는 용기와 도전을 즐기는 평범함일 것이다. 우리도 어린 왕자처럼 순수를 간직한 채 지구라는 별난 행성에서 세상을 배워보자.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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