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영화제>, 히잡에 가려진 또 다른 세상을 보다
<아랍영화제>, 히잡에 가려진 또 다른 세상을 보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6.0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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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여행은 중독이다. 처음 접해보는 풍경은 우리를 즐겁게 만들고 그 안에 빠져들게 한다. 이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일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새로움'이란 세 글자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낯설고 새로운 것들로부터 익숙하고 오래된 것들을 환기하고 생동을 얻는다. 나는 종종 독립영화관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엔 낯섦과 새로움과 생각할 거리가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아랍영화제를 방문해 평소 접하기 힘들었던 중동의 일상을 들여다보았다. 생소한 아랍의 풍경은 동화 속 이야기를 꾸며놓은 것 같은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흔히 아랍 국가를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단어는 부정어가 대부분일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아랍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베일에 가려진 그들을 보고 있으며 편견과 오해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아랍 영화제는 히잡에 가려진 그들의 세상을 바라볼 좋은 기회이다. 특히 아랍의 여성인권을 잘 드러낸 영화<나는 열 살의 이혼녀 : I am NoJoom, Age 10 and Divorced>를 소개하고자 한다. 

▲ 영화<나는 열 살의 이혼녀>의 한 장면

열 살의 소녀 누줌은 아버지의 강요로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된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방세를 내기 위한 방편으로 결혼 지참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서른 살의 남자와 결혼해 낮에는 계속 일을 했고 밤에는 남편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10살의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 힘든 일들뿐이었다. 그녀는 이혼을 결심하고 가족을 찾아갔지만 어머니로부터‘이건 우리의 운명이야. 우리는 결혼을 해야 한단다'라는 가혹한 대답을 듣는다. 결국, 누줌은 가족의 명예와 전통을 거부하는 길을 가기로 결정하고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감독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멘 최초 여성 감독인 카디자 알살라미(Khadija Al-Salami)는 11살에 강제로 결혼을 하고 이혼을 결심했던 용감한 여성이다. 그리고 영화<나는 열 살의 이혼녀>를 제작해 2014년 두바이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용기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처럼 그녀의 용기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볼 기회를 얻었다. 결국, 우리가 낯섦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오해와 편견의 베일을 벗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과거에 아랍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있었고 그들의 순박하고 어린아이 같았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그 친구들이 자라왔던 세상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눈동자에 담긴 사연을 보고 종교, 국가, 인종을 넘어선 인류애를 나눴으면 한다. 더 이상 낯설기 때문에 경계를 해야하는 사이가 아니라 낯설기 때문에 '다름'과 '존중'을 배울 수 있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 

제 4회 아랍영화제는 6월 4일부터 6월 10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장소는 지역별로 아트하우스 모모(서울), 영화의 전당(부산)에서 이뤄진다. 모든 상영과 행사는 무료로 진행되니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으면 한다.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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