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이름 변경 신중해야 한다
KOREA, 이름 변경 신중해야 한다
  • 김상준(동아방송대 교수)
  • 승인 2003.09.09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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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교수의 한국어 바로 보기 (2)]

최근 우리나라의 영문 이름을 COREA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남북 양측의 일부 역사학자들이 모여 일제의 한반도 침략 과정에서 사라진 우리의 옛 국호 영문표기인 COREA를 복원시키고 KOREA는 버리기로 한다는 데 합의하고, 앞으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고 국호를 바꿀 경우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이며, 언어사용면에서도 대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경제적 부담면에서는 북한보다 정보화 사회를 앞질러 가고 있는 우리 남한이 입는 부담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학술 토론회에서 북한측 허종호 조선역사학학회 위원장은 조선 정부가 국호 영문표기를 처음 공식 사용한 것은 1882년 5월 서방과의 첫 외교조약인 조·미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때로 당시 조선 정부는 Kingdom of Corea라고 국호를 표기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남한의 정용욱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는 우리나라 영문 표기가 KOREA로 바뀌기 시작한 때는 바로 일본이 한반도 병탄을 노리고 영국과 동맹을 맺은 1902년 전후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로 해양학자인 한상복 박사는 일제 시대 이전에도 KOREA라는 명칭이 이미 전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는데, 포르투갈이 처음 조선을 COREA라고 유럽에 소개한 이후 불어권과 스페인어권 등 라틴계 국가에서는 COREA가 일반적으로 쓰였고, 독어권과 영어권 국가에서는 KOREA가 주로 쓰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논쟁도 뜨거워 졌는데, 2003 Joins.com의 보도에 접한 한 네티즌은 국호변경 주장을 한심한 영어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하면서, 영어, 독어, 화란어 등 북유럽어는 우리말 'ㅋ' 발음의 단어 첫 글자를 K로 쓰고,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 남유럽어는 C로 시작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반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호를 변경할 경우에는 국내외의 사전을 비롯한 수많은 서적, 국내외의 각종 외교문서, 해외공관의 국적표시와 각종 집기, 문구류의 표기변경으로 국가적 비용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KOREA를 COREA로 바꾸면 영문국호의 약어 ROK를 ROC로 고쳐야 하는데, 군용장비 중 총포와 탱크, 미사일, 함정, 전폭기의 국가표시, 민간 항공기와 선박을 비롯한 국제적 수송기관에 붙인 이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또한 KS 표시는 CS로, KBS는 CBS로, KT는 CT로, 인터넷 주소 kr은 cr로, KIST는 CIST로 바꾸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표기만이 아니라 발음도 달라진다. 알파벳 C는 K와 달리 무려 7·8개의 소리로 변이음이 많아 단순하지가 않다. 예를 들면 CA는 CAR, CAN처럼 '카' 혹은 '캐', CI는 CITY처럼 '씨', CE는 CENT처럼 '쎄'로 발음한다. 그래서 하나의 단어처럼 붙여서 발음하는 약어 중 키스트(KIST)는 씨스트(CIST)로, 케도(KEDO)는 쎄도(CEDO)로 변해 혼란이 따르게 된다. 이외에도 국호에서 K를 C로 바꿀 경우 한국어 규범에도 영향을 미쳐, 로마자 표기법에서 'ㄱ'을 'K, G'로 표기하게 돼있는 것을 'C'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이미 정보화 사회로 들어섰다. 그래서 정보화 사회의 필수적인 기호로 외래어와 알파벳 약어의 사용, 국어의 로마자 표기 등이 급속도로 확산되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정보화 사회의 정상에 서있는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 관리사업은 아직도 산업사회의 입구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있는 북한의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1960년대 후반부터 주체적 언어 이론을 확립하면서, 1966년에는 김일성 교시에 의해 소위 문화어 운동을 펼쳐 김일성 자신이 쓰는 말인 평양말을 표준으로 한 문화어를 규범으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어를 제외한 영·미어 계통 외래어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들에게 KOREA라는 자본주의적 기호는 유엔이나 국제회의 등에서나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문자이기 때문에 K나 C 중 어느 것으로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일 수도 있다.

이번에 남북한 역사학자 회의에 참석한 우리나라 학자들과 일부 정치인, 그리고 영문국호 변경에 찬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KOREA보다 COREA가 먼저 쓰였다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지, 확실한 근거가 있더라도 꼭 변경해야 할 명분이 있는지, 국호의 변경이 국가적으로 엄청난 비용부담과 함께 언어사용면에서의 대재난이 될 것이라는 것을 상상이나 했는지 겸허하게 자문해야 한다.

김상준, (동아방송대 교수, 언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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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준 2003-11-19 02:37:00
단지 일제시대의 잔재라고 생각했단 K 이기때문에 C 로 바꾸자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는데 그로 인해 있을수 있는 일들까지는

생각 못해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