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영화처럼 살아갈 수 없다.
연극은 영화처럼 살아갈 수 없다.
  • 이창석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6.0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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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연출의 힘

 [업코리아=건국대학교 이창석 문화평론가]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고, 밥 먹고 영화보고 차 마시고. 이것을 데이트의 정석이라고 한다. 문화융성의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여가시간에 즐기는 문화생활은 외식과 영화 관람이 대부분이다. 특정 전문분야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이 외의 축제, 전시회, 공연과 같은 문화 활동들은 ‘특별한 날’에만 이뤄질 정도로 일반인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다. 외식과 영화산업이 대중들에게 가장 가까운 문화 활동으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적, 공간적 접근성을 가장 유력한 이유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저렴하고 비교적 가까운 곳에 존재하여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둘 다 활성화 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반면 과거부터 전통적인 문화 활동이라고 여겨왔던 공연예술은 대중미디어의 확산에 묻혀 성장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의 많은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한번 기세를 잃은 종(種)은 멸종되기 쉽다. 어쩌면 많은 공연예술종사자들이 퍼포먼스와 시위까지 하면서 외부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일 수도 있다. 자유경쟁상태로 내버려 둔다면 아예 사회에서 사라져 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예술을 살리려는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연계는 위기이다. 공연장의 보고라고 평가받는 서울 혜화동의 연이은 공연장 폐관 사태에서 우리는 한국의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암울한 가능성을 보게 된다. 서울시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극 종사자들은 지금 위기상황이다. 결국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작품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지 생각하기에 앞서 연극과 영화가 많은 점에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배우에 의해 스토리를 관객 앞에서 재연한다는 점에서 두 분야는 닮았지만 이것을 제외한 다른 요소는 완전히 다르다. 영화는 스토리의 감정과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각적 현실감에 강점이 있는 반면, 연극이 갖고 있는 장점은 눈앞에 대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점에 근거하여 연극의 연출은 영화의 연출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연출가는 스토리 속 대상을 직접 관객에게 접촉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리얼 4D이다.  

연극 중에는 동명의 영화가 있는 작품이 있다. 무엇이 원작이든, 이런 작품에서 간혹 영화의 연출을 연극에 맞게 적용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기발함에 재미를 느끼지만 그것은 패러디에서 느끼는 즐거움일 뿐 영화의 매력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라는 매체는 초기에 연극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10분 가까이 되는 롱 컷으로 이루어진 영상과 고정된 카메라, 평범한 음향 등은 연극을 영상으로 저장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보다 효과적인 정보전달을 위해 촬영기법, 기술 등을 발전시킨 끝에 현재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생생한 몰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중문화예술이 되었다. 

연극도 작품 자체의 표현에 대해 연구가 필요하다. 연극은 더 이상 영화와 유사한 매체가 아니다. 특히 연출에 관하여 영화와 차별화 되는 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의 한 장르로써 그들만의 연출법을 개발해야 한다. 인적자원과 아날로그 요소에 의존하는 연극에서 벗어나 새로운 무대연출 기법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연극은 공연 분야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기술은 영상 속 상황이 실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디지털 정보를 감각 정보로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는데, 이미 실재하는 대상을 두고 펼쳐지는 연극이 첨단기술과 만났을 때 어떤 놀라운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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