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자아분열 그리고 우주
끊임없는 자아분열 그리고 우주
  • 정수연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5.30 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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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밴드 ‘피아(PIA)’

[업코리아=숙명여대 정수연 문화평론가] 3년 만에 그들이 돌아왔다, 피아! 한국 하드 락 계의 중추역할을 하던 그들, 2001년 데뷔앨범 ‘Pia@arrogantempire.xxx’를 내놓고 그들도 벌써 데뷔 15주년이 되었고 6집을 낸 중견 밴드가 되었다. 그들은 초기의 곡인 ‘행복한 꿈의 나라’나 ‘원숭이’, ‘소용돌이’처럼 무게감이 상당하고 파괴적인 느낌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덜어냈다. 그보다는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기반이 된 청량한 음악을 중심으로 가는 듯 보였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러한 가볍고도 청량한 사운드와 초기의 폭발적 힘이 어우러진 모습이 보인다. 아마 초반의 피아의 하드한 모습을 좋아하는 팬들의 성에 완전히 차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진보에 박수가 절로 나올 것이다.

이번 앨범에서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사실 트레이드마크가 너무 많지만) 보컬 옥요한의 그로울링 창법, 그들만의 독특한 신디 라인, 그리고 숨 가쁜 드럼의 박자 쪼개기, 청량한 기타와 베이스 리프가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만큼 그들은 노련해지고, 음악을 능숙하게 요리하게 되었다. 사실 빠른 리듬의 그로울링 창법으로 울부짖는 부류의 음악은 젊은 락 밴드들의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로 데뷔 초에 무겁고 빠른 사운드를 선보였던 밴드들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힘이 빠지고 늘어져 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이유 때문에 이 그룹도 여느 그룹들과 같이 매너리즘에 빠져 가볍기만 한 사운드에 안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있었으나, 그것을 이번앨범을 통해 말끔하게 날려버렸다.

그들의 가사는 초기에 분노로 가득했다. 그것이 사회를 향한 것이든 자신을 향한 것이든 그 분노가 자신보다 커서, 울부짖는 감정이 모든 것을 삼킬 듯 했다. 그 이후에는 조금씩 누그러지면서 신, 우주와 계속 갈등하듯이 자아분열을 이루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나에 도달하는 과정, 그리고 우주와 함께 간다는 믿음. 그에 대한 추상적인 관념들의 나열이 그들 가사의 특징이다. 이번에도 그런 특징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앨범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백색의 샤’는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즐기면 더 멋있는 곡이 될 것 같아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고 직접 밝혔다. 곡은 실제로 그렇다. 후렴에 광활하게 깔리는 코러스는 이 노래의 깊이감과 공간감을 더하고 거친 기타리프와 리듬은 통쾌함이 느껴진다. 마치 들판을 내달리듯 웅장하면서도 청량하다. 또 다른 타이틀 곡인 ‘Her’의 경우는 처음 부분엔 이전 앨범인 ‘Pentagram’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나는데 적당한 무게감과 떠나간 그녀로 인해 우울해 보이는 보컬로 인해 빠른 비트 속에서 그리움을 잘 살려낸다. 후렴 부분에는 모든 세션이 소리를 채우면서 빠르게 쏟아진다. '백색의 샤'가 악동들이 한판 거나하게 노는 느낌이라면, ‘Her’의 경우 그들이 그 전 앨범에서 보여준 약간은 가벼운 촉감을 유지하면서 생동감을 더했다.

그 이외에 추천 곡은 ‘Storm is coming’과 ‘Memento Mori’이다. ‘Storm is coming’은 제목에서 느껴지듯 폭풍처럼 몰아치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하드락이다. 초기 피아 팬들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속을 ‘뚫어뻥’으로 뚫어주는 것 같은 강한 드럼비트와 모든 것을 파괴하는 기타리프! 그리고 그로울링, 한마디로 다 부순다! ‘Memento Mori’ 역시 내지르는 후렴구가 속 시원하다. 어느 새인가 후렴을 따라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만난 그들은 여전히 한창 매력적이고 자신감 충만한 밴드였다. 세월 때문인지, 드럼의 혜승군이 약간 힘들어보였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보컬 옥요한은 이제 그로울링이 힘들 법도 한데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가 노래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디사이저의 일명 ‘심지요정’은 여전히 상큼하고, 헐랭은 ‘상’남자 그대로였다. 머리를 좌우로 털면서 신나게 기타를 치는 모습이 어디에도 구애받지 않는 성격을 예상하게 했다. 기범의 경우 끊임없이 멘트를 쳤지만! 역시 베이스를 연주할 때가 제일 세련되어 보였다. 지판 위를 빠르게 움직이며 베이스 줄을 튕겨대는 모습이 역시나 밴드의 무게를 잡아주는 역할이었다.

그들은 여전하다, 그리고 여전히 모순적이다. 서늘하다가도 뜨거운, 좌절 속에서도 희망이 피어나는 그들의 음악. 조금이라도 모순적인 당신이라면, 당장 피아의 노래를 집어서 귀에 꽂길.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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