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단편영화제>, 다양성의 달콤함을 맛보다
<유럽단편영화제>, 다양성의 달콤함을 맛보다
  • 양혜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5.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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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2.경계 위에서 춤추다 Outsiders

[업코리아=양혜은 문화평론가] 언제, 어디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에 질렸다면 독립영화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독립영화의 매력을 꼽자면 다른 영화들보다 은밀하다는 것이다. 조금은 대중성에서 빗겨난 소재를 가져와 관객들에게 보여줄 듯 말 듯한 묘미를 준다. 원래 영화라는 매체가 상징과 비유를 담고있지만 독립 영화는 그 중에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데 의의가 있다.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던 세계를 엿보고 싶다면 독립영화관을 방문해보자.

제 3회 유럽단편영화제는 <유럽, 50개의 시선>이라는 슬로건으로 아리랑 시네센터와 KU시네마트랩에서 5월 15일부터 5월 25일까지 열흘간 개최된다. 평소에 접하기 힘들었던 유럽의 단편 영화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유럽 29개국, 48개 지방, 50편의 단편 영화를 통해 다양성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8개의 다양한 섹션으로 나뉜 테마를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섹션2.경계 위에서 춤추다>는 아웃 사이더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웃 사이더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틀 안에서 벗어나 있는 즉, 경계 밖에 서있는 사람들이다. 일반적으로 아웃사이더의 의미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는 모두 아웃 사이더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양한 경계의 교차점 위에서 방황하고 탈출을 시도하기도 한다. 단순한 인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미묘한 재미를 알 것이다. 이제부터 경계 위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아웃사이더들을 만나보자.

지네크(Zinneke)는 떠돌이 개를 의미하는 벨기에 말이다.

▲ 영화<지네크>의 한 장면
아홉 살의 소년 토마스는 경계를 넘어서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로인해 벼룩시장에서 만난 어른들을 따라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은 순수의 정체성을 버리지 못하고 어머니의 말을 듣는 어린 아이로 돌아간다. 사춘기 소년들이 으레 패기 넘치는 사고를 치고 친구들 사이에서 으쓱해하지만 결국은 어머니의 다그침에 눈물을 보이는 것처럼 이 소년은 방황과 도전, 어른과 아이, 타락과 순수, 어둠과 밝음의 경계 위에서 춤을 춘다.
▲ 영화 <원더랜드>의 포스터

동화나라(Wonderland)는 환상의 공간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집은 모자에게 색다른 공간으로 다가온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 것과 같다. 어머니를 따라 집을 방문한 아이가 펩시를 마시며 새로운 세상을 맛보고 어머니는 남편의 행방을 물으며 또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 싶어 한다. 아이는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집안 곳곳을 탐험하며 펩시가 주는 쾌락 빠지고 어머니는 자유의 경계를 넘기 위해 쾌락을 주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두 모자는 쾌락과 자유, 호기심과 탐험, 어색함과 어두움의 경계 위에서 춤추는 사람들이다.

 

▲ 영화 <마임 예술가,가빈>의 한 장면
마임 예술가, 가빈(Gabin the Mime Art)는 마임 공연을 하는 광대 가빈의 이야기이다. 흰 분칠을 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희극인으로 사는 그는 거울을 보며 또 다른 자아를 만난다. 잔인하고 타락한 제 2의 자아가 등장해 관객들의 웃음을 사는 그를 비웃는다. 가빈은 결국 악마로 지칭되는 제 2의 자아를 제거하기 위해 거울의 방으로 들어간다. 거울 속에서 자신을 비웃는 또 다른 자아을 향해 칼을 휘두르지만 결국 피를 흘리며 죽은 건 자신이었다. 그는 자아의 경계, 타인과 자아, 정체성의 분열, 타인의 시선, 거울 속에 갇힌 자아의 경계에서 방황했던 것이다. 희극인들은 관객의 웃음을 위해 또 다른 모습으로 무대에 서야만 한다. 어찌보면 그들이 자아의 경계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유럽 단편 영화제의 관객이 되어 등장인물과 함께 여러 경계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다양성'을 알게 되었다. 특정 지역의 문화와 가치를 넘어 또 다른 문화를 접하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우리는 서로가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세상을 살고 있기에 다양성의 가치를 거부하고는 이 시대를 살기 힘들다. 다른 것에 대한 무비판적인 수용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존중과 비판을 전제로 해야 다양성은 더욱 빛날 것이고 우리는 '너와 나'의 경계 위에서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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