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나를 돌아봐>를 재밌어할까
왜 사람들은 <나를 돌아봐>를 재밌어할까
  • 정수연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5.22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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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을'을 기억하나요?

 ‘갑과 을’, 요즘에 특히 많이 보이는 단어이다. 을의 서러움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인터넷 속에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대다수의 그들이 ‘을’이라는 사회적인 무언의 이름표를 계속 달고 갈 수도 있겠지만, 몇몇은 갑이 되기도 한다. 어리고 서툴러서 갑의 횡포를 그대로 당해오던 그들은 그때의 눈물을 뒤로 하고 다시 갑이 된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갑은 을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방송종료한 파일럿 프로그램, <나를 돌아봐>의 경우 사회에 갑을 의식을 잘 꼬집으면서 웃음 속에 ‘기억되지 않는 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먼저 프로그램을 보며 시청자들은 조영남과 김수미의 고집스런 엉뚱한 행동이나 시원스러운 욕에 웃는다. 하지만 이내 프로그램 속에 내제되어 있는 갑의 을을 돌아보기의 구조를 통해 자신의 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조영남과 김수미는 사회의 갑중의 갑들이다. 그들이 그들의 분야에서 쌓은 경력과 명성은 이제 누구나 고개를 숙일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들을 보필하는 매니저 역할에 을을 넣지 않았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웃음 포인트이자 기획의 중심을 관통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경규, 장동민은 이제 을이 아니다. 그들은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들로,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의 사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갑으로서 연예계에서 꽤 기세등등한 태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더한 갑을 모시면서 욕을 맞고 얻어터진다. 나름 노련하고 능숙하게 방송을 요리하던 그들이, 욕을 먹고 맞으며 당황하는 모습에 웃음이 난다. 뒤집어진 갑을 통해 통쾌하기도 하고 익숙한 방송인인 그들에게서 신선한 느낌을 얻기도 한다.

 편안하게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은 잊고 있던 자신의 을을 떠올린다. 특히 장동민의 경우, 무한도전의 식스맨의 후보가 되면서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어 큰 홍역을 앓았다. 방송을 촬영할 때의 시기가 그 때와 맞물렸는데, 김수미가 그를 향해 가감 없이 솔직하며, 직설적이지만 진심으로 독려해주는 모습을 보며 그의 을을 본다. 또한 김수미 역시 과거 선배에게 혼났지만 대들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올챙이 시절이 있었음을 이제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나를 돌아봐>는 갑과 갑을 붙여놓고 ‘을을 기억하는 갑’의 구조를 형성해놓음으로서 이 프로그램만의 매력을 만들어 놓는다. 실컷 웃다가 그 말미에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을을 기억하게 한다. 그러면서 익숙하게 혹은 노련하게 하는 일들을 잠깐 낯설게 만들어 주고, 그들의 과거인 또 다른 현재의 을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줄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러한 권유가 너무 필요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재밌어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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