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식스맨' - 우리에게 남은 것
'무한도전 식스맨' - 우리에게 남은 것
  • 박성준 문화평론가
  • 승인 2015.04.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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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통제감'은 어디로 가나

[업코리아=박성준 문화평론가] MBC 무한도전은 ‘여섯 번째 멤버’를 뽑는 과정을 담은 ‘식스맨’을 4주간 방영했다. 반응은 한달 내내 뜨거웠다. “누가 되면 좋을지, 누가 되면 안 될지” 네티즌들은 저마다의 근거를 내세우며 갑론을박 했다.

1.
흡사 대국민 면접과 같았던 방송이 나간 직후, 식스맨 후보들은 시청자들에게 곧바로 평가 받았다. 그 장소는 여러 인터넷 포털사이트.

“000이 식스맨으로 뽑힌다면 박명수와 캐릭터가 겹친다. 캐릭터가 겹치면 박명수는 자연스럽게 위축 될 텐데..”

“000은 막말해서 분명히 사고를 칠 것이다. 사고 쳐서 공석이 된 자리인데
또 사고 쳐서 나가면 어쩌냐..“

“000은 방송에서는 재밌는데.. 벌써 소재 고갈된 것이 보인다. 한계가 있을 것 같다. 하는 행동이 다 컨셉 같다. 무한도전은 자연스러워야 된다.”

“00 극혐”

주로 위와 같은 의견들이었고, 어떤 댓글은 댓-댓글이 100개가 넘기도 했다.

한편, 식스맨에 출연했던 유병재 작가는 “국무총리도 이렇게 안 뽑았다”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만큼 누가 ‘식스맨’이 되냐의 문제는 국민의 초유한 관심사였다. 

2.

시청자들이 무한도전에 이리도 큰 관심을 가지는 것에는 단지 ‘그런 예능 TV쇼 하나에 이렇게 까지 반응하나’라는 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무한도전은 국민들의 ‘쌓인 스트레스’를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풀어준 예능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매주 새로운 기획으로 인기를 얻어왔고, 소위 ‘국민예능’이라는 일종의 책임감도 시청자가 부과한 건지 스스로가 부과한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러 버렸다.

한편, 식스맨이 한창 방영하고 있던 시기에 정치계에선 ‘성완종 리스트’, 또 ‘세월호 1주기’와 그 이후 ‘세월호 유족들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동시에 일어났다.

메인뉴스에 달린 댓글 수 로 보건데, 무한도전 기사의 댓글은 정치기사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물론, 정치권 뉴스는 시시각각 새로운 보도가 올라오고, 무슨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넘치는 정보들 속에서 우리는 허우적대야만 한다. 우리가 그 이슈들로 부터 눈을 감게 되는 것은 그 지점이다. 한마디로 예능 프로에 대한 기사보다 ‘내용을 쫒아가기 어렵고, 한마디 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입이 ‘무거워진다’.


이런 상황에, 포털사이트 화면상에 곧 바로 눈에 띄고 쉽게 접근 가능했던 기사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기사나, 연예인들의 열애설과 같은 것들이었다.
특히 ‘세월호’에 관한 여러 이슈들에는 국민들이 아예 반으로 분할되어 있어, ‘인간 고통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만으로는 끼어들기조차도 민망한 문제가 되어 버렸다.

또한 국민들은 정부와 공무원, 정치인을 워낙 신뢰하지 않는 터이다. 이는 결국 정치에 대한 회의감과 무력감을 낳았다. 유병재의 지나가는 농담처럼 ‘국무총리를 식스맨처럼 철저히 뽑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았을까. 어차피 누가 되든 똑같을 텐데. 라는 ‘학습된 무기력’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자기 통제감’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무한도전’은 그야말로 마지막으로 남은 최후의 보루일 수 도 있겠다. 

3.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을 그만 쏟고,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 관심을 좀 쏟자.” 라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런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을 소망한다거나, 싫어하는 연예인이 안 나왔으면 하는 소망의 표출은 오히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지금까지의 열띤 논란들은, 자기가 원하는 무한도전의 모습을 지키고 싶은 저마다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왜일까?

이는 국민으로서의 ‘통제감’-세상이나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예측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 무한도전으로만 향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 때문일지 모른다. 손 쉽게 접근 가능하고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쇼-연예계 이슈로의 치환.

식스맨선정의 4주 과정 동안 국민들은 어느새 면접관, 인사담당자의 입장에 앉았다. 유사 ‘통제권’을 행사 해온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을 가진 국민들은 다양한 저마다의 리액션을 취했다.

‘취준생’들은 ‘한명의 사람을 뽑는 것이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라며 회사면접관의 입장을 어쩔 수 없이 역지사지해야만 했고, 자신이 ‘이중적 위치’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되기도 했다.

그리고 모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마음먹은 누군가들은 그 후보에게 불리한 과거행적들을 유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민재판’의 수준으로 치 닫았고, 경우에 따라 남녀 간의 대결구도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논란이 된 후보A는 자진사퇴했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력한 B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움직임도 생겼고, 심지어 B후보 하차사명운동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B후보 소속사에 대한 음모론까지 최초의 토론들이 과열되어 이런 사태까지 불러온 것이다.  

4.

투표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했다. 후보는 결국 6명에서 5명이 되었다. 이는 국민들의 ‘통제감’이 이루어낸 결과다.
그리고 토요일 어제, 식스맨은 결정되었다. 모든 것은 끝났다.

그러나 끝났다고 해서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 주 부터는 식스맨이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000은 막말해서 분명히 사고를 칠 것이다. 사고 쳐서 공석이 된 자리인데 또 사고 쳐서 나가면 어쩌냐..“

이 댓글이 의미심장한 이유는, 이 말이 마치 ‘자기 예언적 현상’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고를 안치면 누군가가 사고를 만들게 될 것이다.’

식스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은 그의 과거 행적을 기어이 찾아내어 언젠가는 문제 삼을 수 있다.
이는 멤버가 된지 한참 후에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멤버가 되는 것’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단순히 되는 것’ 이후의 적응의 과정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5.

결국 무한도전 식스맨 방영. 그에 따른 우리의 반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벌어진 여러 사건들에 대한 반응이 일어난 몇 주간은 현재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어두운 면모와 가치관을 연쇄적으로 성찰하게 했다.
접근하기 쉬운 이슈만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현상. 정치에 대한 무력함에 대한 ‘무관심’.
결과를 위해 과정은 무시되는 가치관.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 난립해있는 정보들로 인해 우리의 ‘정보 선별능력’이 점점 위험한 수준으로 가고 있는 현실.

앞으로가 더욱 두려워진다. 언제 또 다시 국민들이 연예인과 TV쇼에 대한 냉정한 재판과 통제권을 행사하는 날이 올지 그리고 그것은 또 얼마나 과열될지.

정치적 이슈와 연예계 이슈. 무엇이 자신에게 중요한지는 지극히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 ‘통제감’의 행사가 ‘온전한 자유’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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