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3),"어설퍼도 괜찮아, 더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까"
등대글로벌스쿨 교사칼럼(3),"어설퍼도 괜찮아, 더 많은 것들을 배웠으니까"
  • 박진희 교사
  • 승인 2018.11.03 2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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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프로젝트’라는 바자회 행사가 열렸었다.
한독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석 중인 독일친구들.
한독교환학생프로그램에 참석 중인 독일친구들.

지난 주말 학교에서는 ‘솔로몬 프로젝트’라는 바자회 행사가 열렸었다. 이번 ‘솔로몬 프로젝트’에서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물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것을 기본으로,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고,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한 게임 이벤트도 진행했었다. 그리고 브런치와 함께 통돼지 구이로 만들어진 점심 메뉴를 판매함과 동시에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와 차를 팔기도 했으며, 학생회의 안내에 따라 학교 투어 행사도 가졌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서 쓰이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담당 선생님들의 지도가 있기는 했지만, 학생회를 중심으로 준비되었다.

학생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개학하기 한 달 전부터 관련 모임을 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기가 시작하고서는 본격적으로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님께 행사 홍보와 함께 물품 모집을 시작했다. 저녁마다 모여서 행사 날에 진행될 이벤트를 구상하고 관련 담당자를 정하는 등 많은 애를 썼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판매할 옷을 걸어둘 긴 행거도 직접 나무를 자르고 못질을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모든 행사를 마친 후 기분이 어떤지 물어보았더니 준비 과정에서는 잘 되고 있는지 늘 의구심이 들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큰 행사를 잘 치렀다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든다며 밝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요즘 많은 학부모님들은 학생들의 모든 학교 관련 일들을 챙겨주곤 한다. 과제는 물론, 수행평가나 시험, 진학과 관련된 부분까지 부모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이다. 얼마 전 남편이 궁궐에 갔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 궁궐해설사의 해설에 따라 여러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두 여학생과 함께 온 어머니들이 열심히 자료를 찍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학생들은 뒤에서 구경하듯이 따라만 다니고 적극적으로 자료를 찍고 분주히 움직이는 것은 학생들이 아닌 학부모였다. 그리고 자료를 놓친 부분에 대해서 부모님들께 왜 잘 챙기지 않는지 투덜거리는 모습을 보고서는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길 전하면서, 요즘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있다는 말을 전한 적이 있다.

독수리는 새끼 독수리가 첫 비행을 할 때 새끼가 절벽 아래로 스스로 뛰어 내리도록 유도한다. 절벽 아래에 먹이를 두고 그곳에 먹이가 있다는 것을 몇 차례나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새끼 독수리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계속 뛰어 내리도록 유도하다가 새끼가 뛰지 못하면 새끼 뒤쪽으로 가서 일부러 밀어내기도 한다. 어미 독수리는 그렇게 뛰어내린 새끼 옆에서 나란히 날다가 자신의 날개로 받아서 날아 오른 뒤, 다시 새끼를 공중에서 떨어뜨린다. 스스로 나는 방법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득한 절벽 밑으로 뛰어내리는 두려움을 이기고 날기를 습득한 독수리는 강인함을 배우며 진정한 ‘하늘의 맹수’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독수리가 자식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그 엄격함과 성실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우리들의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관심을 가지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느 부모에게나 있는 공통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자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은 그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들이 이 험한 세상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기다려 주지 못하는 조급함 때문에 부모가 나서게 되면, 졸업 기준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 4학년 자녀를 둔 부모가 학적과에 전화하는 일이 생기게 되고, 회사 인사팀에 왜 자신의 자녀가 탈락했는지 전화하는 웃지 못 할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어설펐을 수 있으나, 이번 솔로몬 프로젝트는 큰 무리 없이 잘 진행되었다. 행사 전반을 살핀 학생회 임원을 포함한 우리 팀원 학생들의 손길이 구석구석 보여서 더 뿌듯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조금 어설프면 어떠랴, 조금 모자라면 어떠랴. 이번 기회를 통해서 그들은 더 성장했을 것이다.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 갑작스레 발생한 문제를 처리하는 방법, 서로 소통하는 방법 등을 스스로 터득하고 충분히 배웠을 것이다.

박진희 교사(등대글로벌스쿨 교사, 이화여대 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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