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4)]좌옹 윤치호 외손자 정태진 박사, 애국가 친필 원본 보존경위!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4)]좌옹 윤치호 외손자 정태진 박사, 애국가 친필 원본 보존경위!
  • 보스턴 강현아 특파원
  • 승인 2018.11.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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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옹 윤치호 선생의 외손자 정태진 박사님의 이야기
지난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퀸지영생장로교회에서 만난 좌옹 윤치호 선생의 외손자 정태진 박사님(85).업코리아
지난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퀸지영생장로교회에서 만난 정태진 박사님(85).보스턴 업코리아.

[업코리아=보스턴 강현아 특파원] 필자는 지난 달 10월 14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퀸지영생장로교회에서 정태진 박사(85)님을 만나 좌옹 윤치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보스턴 인공신장센터 원장으로 은퇴하신 정태진 박사님은 대한민국 애국가를 작사한 좌옹 윤치호 선생의 외손자이다.

사실 필자는 그동안 좌옹 윤치호 선생에 대하여 무지하였고, 애국가 작사와 관련하여 자세히 아는 바도 없었기에 애초부터 정태진 박사님에 대한 이야기를 요청한 것이었으나 그 요청이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인 좌옹 윤치호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유족으로부터 전해 듣는 소중한 기회가 된 것이다.

애국가 작사가는 사실상 미상이 아닌 정부 차원의 공식화가 유보된 상태이다. 좌옹 윤치호 선생의 애국가 작사설을 뒷받침하는 내용은 그동안 수많은 연구자의 논문과 책으로 이미 충분히 입증된바 그 사료들이 집대성된 책이 지난 2017년 출간된 '윤치호 평전'(윤경남 편저)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근거자료가 좌옹 윤치호 선생이 직접 작성한 '애국가 친필 원본'과 '찬미가'로 압축된다.

좌측에 좌옹 윤치호 선생의 애국가 친필 원본. 우측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 에모리(Emory)대학의 소장 현황.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혜문닷컴'.
(좌측) 좌옹 윤치호 선생의 애국가 친필 원본. (우측)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모리(Emory)대학의 소장 현황.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혜문닷컴'.

애국가 친필 원본

 - 다음은 좌옹 윤치호 선생의 외손자 정태진 박사의 이야기. 

 "외할아버지 좌옹은 일본강점기 때 조선에 홀로 남은 지사였어요. 다른 이들은 만주로 피신을 하거나 싸우다가 죽었던 시대였어요. 조선의 실질적인 리더로 끝까지 남아 활동하는 동안 젊은이들도 많이 따랐지요. 당시 애국가를 지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 일본이 더욱 박해를 했겠지요. 그래서 집 안에 있는 모든 증거를 다 없애기도 했어요. 해방된 후 우리 어머님(좌옹 윤치호 선생의 셋째따님 윤문희)이 가장 원했던 것이 아버지(좌옹)의 친필로 써진 애국가를 받아보는 것이었어요. 외할아버지는 어머님을 특별히 사랑하셨는데, 그 사랑이 좌옹의 일기에도 자세히 기록되어 있지요. 어머님이 개성으로 가서 외할아버지께 직접 애국가를 친필로 써줍사 부탁을 하셨는데 당시 80세의 외할아버지께서 직접 붓을 꺼내어 '동해물과 백두산이'를 써 내려갔지요. 그리고 마지막에 '윤치호 작'이라고 쓰신 거에요. 어머님은 그것을 받아오시고 무척 좋아하셨지요. 그리고는 얼마나 지혜로우셨는지 받아온 친필 원본 뒷면에 '1945년 9월에 아버지가 친히 써주신 것'이라는 문구와 싸인을 해놓으신거에요" 

지금까지 유일하게 현존하는 이 애국가 친필 원본이 1955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작사자 규명을 위한 증거물로 정광현 교수(정태진 박사님의 부친)에 의해 제시된 바 있지만, 당시 11표의 찬성과 2표의 미결로 공식화가 미루어졌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현재는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에모리(Emory)대학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 에모리대학은 좌옹 윤치호 선생의 모교이며 좌옹은 에모리대학 한국인 최초의 졸업생이다. 

 "제가 미국에서 결혼할 당시 어머님이 며느리(박사님의 부인 박마리아)에게 한복 몇 벌을 선물로 보내오셨는데 애국가 친필 원본이 그 틈에 들어있던 거에요. 평범한 종이로 알고 버리진 않았는지 걱정을 하시면서 어머니로부터 급히 전화가 왔는데 제 아내가 그것을 가보로 잘 간직해 놓은것을 아시고는 어머님이 안도를 하셨지요. 이후 보관 문제로 고민한 끝에 1997년에 외할아버지의 모교인 에모리대학에 맡기기로 했어요. 현재까지 영구보존이라는 명목으로 계약을 맺어온 상태이지요. 단,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에서 애국가 작사자가 윤치호임을 공식적으로 공인하고 국가에서 보관하겠다고 한다면 한국으로 가져가도록 약속을 했어요. 그러니까 그 친필 원본은 대한민국 국민의 품으로 가기 전까지는 에모리대학의 소유도 유족의 소유도 누구의 것도 아니지요" 

필자는 에모리대학에 보관 중인 원본은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나 박사님이 보내주신 티셔츠를 통해 좌옹 윤치호 선생의 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앞면은 좌옹의 친필이 뒷면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는 오래전부터 박사님이 직접 만들어 오신 기념물이다. 

앞면은 좌옹의 친필이 뒷면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는 오래전부터 정박사님이 직접 만들어 오신 기념물이다.
앞면은 좌옹의 친필이 뒷면에는 태극기가 새겨진 티셔츠는 오래전부터 정박사님이 직접 만들어 오신 기념물이다.보스턴 업코리아.

1908년에 편찬된 <찬미가>
 
100년 이상을 대한민국 국민이 사용하고 불러온 애국가이다. 그 역사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자료는 '찬미가'이다. 1895년 오랜 망명 생활과 유학 생활을 마치고 조선으로 귀국한 좌옹 윤치호 선생은 교육활동 특히 기독교를 통한 구국 활동에 주력하였는데 1906년 한영서원을 설립한 이후 좌옹이 직접 만든 교재 중 하나가 바로 <찬미가>이다.

1908년에 편찬된 '찬미가'(좌). 14번째에 좌옹 윤치호 선생이 지은 애국가가 수록되어 있다(우).업코리아
1908년에 편찬된 '찬미가'(좌). 14번째에 좌옹 윤치호 선생이 지은 애국가가 수록되어 있다(우).보스턴 업코리아

 "외할아버지는 조선에 감리교를 최초로 정착시킨 인물이에요. 당시 한국에 교회는 세웠는데 찬송가는 없었기 때문에 외할아버지가 직접 15개의 곡을 골라놓았지요. 10개는 찬송가 중에서 고르고 14번째에 외할아버지가 쓴 '동해물과 백두산이'가 있어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찬송가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가사에요. 우리 애국가는 4절까지 있고 후렴도 있지요. 그 양식이 찬송가와 같은 양식을 빌린 거에요. 15곡의 제일 첫 곡이 '임금을 위하여'에요. 그 당시에는 신하들이 임금을 찬양하지 않으면 귀양을 가기도 했던 시대니까요. 그렇게 해서 편집한 것들과 직접 지은 것까지 포함해서 15개의 찬송가를 묶어 편찬한 것이 찬미가에요." 

이 <찬미가>는 초판이 아닌 제2판이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면서 초판이 사라진 후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1935년 안익태 작곡으로 알려진 대한민국 애국가는 그 이전까지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 스코틀랜드 민요로 세계적인 송구영신 노래로 불리며 널리 알려짐)의 곡조에 맞춰 불렸다.  

"당시 외할아버지가 제일 좋아했던 민요가 '올드 랭 사인'이었어요. 조선에 영국 함대가 왔을 때 영국 함정에서 조선의 국가를 연주할 테니 국가를 보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조선에는 아직 국가라는 것이 없던 때였지요. 그때 고종황제가 외할아버지를 불러 국가 연주 요청이 왔으니 국가를 만들어 보내라고 명을 했어요. 그 명을 받은 외할아버지는 14번째 곡을 보니 그 내용이 '나라 사랑'이기에 '올드 랭 사인' 곡조를 붙여 영국 함대에 전해주었지요. 영국 측에서 이미 잘 아는 민요곡조라 신나게 연주했다는 에피소드도 있어요"

한국 땅에서 작사가의 친필로 작성된 애국가 원본을 대한민국 국민과 후대가 직접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의식을 되짚어 볼 것을 시사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교직에 있는 동안 음악 교과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애국가는 어김없이 음악 교과서 가장 첫 페이지에 실려있는 악곡이었다.

작곡가는 안익태, 작자는 미상으로 남아있는 애국가를 의례 때마다 학생들과 함께 부르면서 '왜' 미상인지에 관해 묻는 학생도 설명하는 교사도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편협한 역사의식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얼마나 우매한 것인지를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좌옹 윤치호 선생의 애국가 친필 원본이 하루빨리 대한민국 국민의 품 안에서 그 가사처럼 길이 보전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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