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3)] 글로리아 머레이(Gloria Murray)와의 인터뷰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3)] 글로리아 머레이(Gloria Murray)와의 인터뷰
  • 보스턴 강현아 특파원
  • 승인 2018.10.1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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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새댁의 생활영어 적응기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 나의 고마운 친구이자 영어선생님 글로리아 머레이(Gloria Murray). 그녀가 늘 아끼던 고양이 알렉스와 함께. 사진|강현아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 나의 고마운 친구이자 영어선생님 글로리아 머레이(Gloria Murray). 그녀가 늘 아끼던 고양이 알렉스와 함께. 사진|강현아

 


[업코리아=보스턴 강현아 특파원] 필자는 미국 보스턴으로 시집온 새댁 2년 차다. 유학이나 어학연수 경험이 없는 이른바 콩글리시 능숙자이다. 한인 사회의 규모가 크지 않은 이곳 보스턴에서의 미국 생활 적응도는 영어 실력과 비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새댁이라는 신분으로 무작정 발을 디딘 이국땅에서 감사하게도 필자는 현지인의 도움으로 1년이 넘게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 비용도 들이지 않고 안락한 가정집에서 현지인과의 1시간이 넘는 1:1 개인지도는 그야말로 맞춤형 교수학습과 다를게 없다고 자부하곤 한다. 여기 미국에서 처음으로 나의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 그리고 낯선 땅에서 말문이 트여 조금씩 살아가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나의 고마운 영어선생님 글로리아 머레이(Gloria Murray) 부인을 소개한다.

 매일아침 보스턴대학으로 출퇴근을 하고 그 중 일주일에 두 번은 퇴근 후에 나의 영어학습을 도와주며 주일이면 교회에서 봉사활동으로 바쁜, 누구보다 젊은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글로리아부인은 올해 70번째 생일을 맞이하고 있다. 그녀의 고향은 미국 메인(Maine)주, 보스턴대학을 졸업하고 TESOL(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로 석사학위를 마친 후 봉사로 시작한 영어교육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 언제부터 이방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나,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1993년으로 거슬러가네요. 현재 섬기고 있는 교회(First Presbyterian Church)가 한인교회(Quincy Young Sang Presbyterian Church)와 건물을 같이 하고 있지요. 당시 한인교회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이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었지요. 다른 언어를 말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에요. 서른 살 즈음에 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 프랑스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것이 참 재미있었는데 말하기는 참 어렵더군요. 당시 나를 지도해준 선생님 한 분이 구술표현(oral expression) 수업을 추천했는데 그 수업에서 수강생들과 프랑스어로 작은 연극을 만들어 선보여야 했죠. 그 프로젝트를 하면서 외국어 말하기의 어려움이 뭔지 자세히 느끼고 결국엔 자신감도 얻었으니 아마 이민자들에게 영어를 지도하는데 좋은 영향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레슨비나 어떤 사례도 요구하지 않는 그녀의 시간을 얻는 것이 참으로 미안하여 잡채나 김밥과 같은 한국음식을 만들어 찾아가면 그 작은 것에 더욱 고마워하며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나눠주곤 했다. 마을의 도서관을 함께 가주고 주말에 열리는 길거리 시장(farmer's market)을 데려가 주는 등 글로리아는 내게 마을과 친숙해지는 방법을 알려준 친절한 이웃이자 친구 1호가 되어준 것이다.

-레슨비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지.

 "돈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레슨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다만 성실하게 꾸준히 함께 하는 것을 늘 강조해왔어요.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부모들이 빠지지 않고 데리고 왔는데 부모들이나 다른 성인들을 지도할 때는 자주 빠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레슨비보다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첫날 글로리아 부인의 집을 찾아갔을 때 그녀는 그림으로 가득한 영한사전과 미국 어린이 교육용 오디오북을 건네며 보고 싶은 만큼 보고 돌려주길 권면해왔다. 그 친절함이 참 좋았는지 나는 집에서 그 책을 아주 열심히 보았던 기억이 난다. 본격적인 수업은 아주 오래된 교육용 비디오테이프로 진행되었는데 내용은 보스턴을 배경으로 한 젊은이가 꿈을 이뤄가는 90년대 스토리(제목 'Rebecca’s Dream')이다. 90년대 미국의 오래된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보는 재미, 낡은 비디오 테잎을 돌려가며 시청하는 아날로그 방식, 이 모든 것들이 내게는 참 빈티지하면서도 즐겁게 다가왔던 것이다. 15분가량의 각 회차를 시청한 후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거나 모르는 것을 질문하는 동안 나는 진땀을 흘리며 영어를 해야만 했고, 말도 안 되는 나의 영어를 친절히 경청해준 그녀 앞에서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떼듯 차츰차츰 영어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 이 교육방법(비디오 시청)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

 "오래된 콘텐츠이지만 아주 흥미롭고 좋은 방법이에요. 개인적으로는 그룹으로 하는 티칭을 좋아해요. 소그룹이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 상호작용하며 얻는 것이 정말 유익하지요. 성인들을 대상으로 시도했던 프로젝트 중에 그룹별로 뉴스 기사를 읽고 기사로부터 뭘 배웠는지 서로 묻고 답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 역시 정말 좋은 방법이었지요."

 그런데 가끔은 그녀가 아닌 다른 현지인들은 나의 영어를 잘 못 듣는 경우(못 듣는 척하는 경우 포함)가 있다. 그만큼 잘못된 발음이나 강세도 글로리아는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 매우 전문적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렇게 언어에는 발음보다 이해보다 '인격'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덤으로 깨달아가고 있다.   

-나의 영어를 어떻게 잘 들을 수 있나.

"우리가 이미 많은 대화를 해왔기 때문에 말하는 스타일과 발음하는 방법이 어색해도 듣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요. 원어민들은 영어를 들을 때 음악을 들을 때처럼 리듬과 억양, 그리고 표현이나 플로우(flow)등을 파악하지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같은 말이라도 원어민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현재 모든 진도(Rebecca’s Dream)를 마친 글로리아와 나는 나의 요청으로 영어 성경공부를 함께 하고 있다. 교재는 ‘How to Study Your Bible’(Harvest House). 귀납적 성경공부 방법을 담은 영어 원서와 성경을 교독하는 단순한 방식인데 영어와 성경 모두와 친해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 공부 덕분에 우리는 둘이지만 소중한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다. 

-끝으로 영어가 어려운 이방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기회나 장소에 적극적으로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 좋지요. 영어를 많이 읽거나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슈퍼마켓을 가서 점원에게 말을 걸고, 우체국에서 사람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주변에 있는 사람과 가볍게 날씨 이야기를 해도 좋아요. 실제로 연습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요."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에 각종 영어교육 상품이 난무한 오늘이다. 현지에 와보니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준말)보다 돈보다 때론 친구가 가장 좋은 방법임을 터득하며, 낯선 미국 생활에서 일말의 차별도 없이 무한한 베풂으로 나를 지도해준 글로리아 부인과 날마다 두 팔 벌려 따뜻한 포옹으로 환영을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사부 미스터 돈(Don) 부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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