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휘락 칼럼] 우리만 무장해제 하는 것 아닌가?…차라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자
[박휘락 칼럼] 우리만 무장해제 하는 것 아닌가?…차라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자
  • 박휘락 교수
  • 승인 2018.10.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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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을 때 자주 쓰는 방법은 잠시 동안 현장을 떠나서 침잠하여 “내가 왜 사는가?” 또는 “인생은 무엇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문제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왜 사는지, 인생이 얼마나 유한한지도 모르는 채 바쁘게 살면 방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금년 2월부터 숨가쁘게 전개되어온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화와 협상에 관해서도 이러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 행사는 요란했지만 성과는 없고, 대신에 우리의 안보만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를 위해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하는 데 그것이 안보를 해친다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그 동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정확하게 말하면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한반도의 안정과 한민족의 번영에 절대적이라고 인식하였고,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이를 달성하고자 총력을 기울여 노력해왔다. 세 차례의 정상회담도 개최하고, 미북 회담도 중재하였으며, 열렬한 환영과 축하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북한은 시종일관 ‘비핵화 의지’만을 강조할 뿐 핵무기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전혀 강구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북한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온갖 정성을 다했지만, 북한은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합의된 경제지원의 이행만 강조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데만 그쳤다. 2018년 6월 12일 미북회담에서도 비핵화에 관한 진전은 없었고, 이후부터 북한은 비핵화 문제를 우리와 논의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2018년 9월 18-19일 개최된 평양 정상회담에서 인공기와 함께 한반도기를 흔드는 것도 용인하였고, 4대 대기업 총수 방북을 포함하여 북한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사항은 수용하였지만 북한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야한다는 원론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핵무기를 포기 또는 폐기할 것이면 그렇게 말하지, 왜 ‘비핵화’나 ‘평화의 터전’ 등의 추상적인 말만 하겠는가?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이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는 잠정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 북한은 실질적인 비핵화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인 핵무기 및 핵시설의 신고와 폐기 일정은 거론조차 못하게 하면서 미국과의 관계개선, 남한의 경제지원,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의 체결, 유엔 경제제재의 해제만을 요구하고 있다. 2018년 9월 29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한국의 일부 인사들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나 말을 협상전략으로 해석하고, 상당수의 국민들도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제반 언행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고, 한 방향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생각이 없다.

우리만 무장해제 하는 것 아닌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해야하는 것은 맞다. 그것 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은 북한의 핵무기를 선제 타격하여 파괴하는 것인데, 북한이 상당수의 핵무기를 개발하여 다수 지역에 은밀하게 숨겨두었을 것이라서 일거에 모두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상태이고, 실패하였을 경우 북한이 핵무기로 반격하면 한반도는 핵전장으로 변모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까지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반신반의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한미 양국의 이러한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따라서 비핵화 협상이라는 미끼로 남한과 미국을 갖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비핵화를 위한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한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명시한 헌법3조에 근거하면 북한은 한반도의 북쪽을 불법 점유한 정치집단이지만,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는 북한 정권을 인정하였고 모든 공무원과 언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깍듯이 붙인다. 고모부를 고사총으로 총살하고, 이복형을 신경가스로 독살하였으며, 수많은 무고한 북한 주민을 수시로 처형하고 있는 김정은의 비인도성은 누구도 거론하지 않는다. 판문점 회담 직후에는 김정은에 대한 신뢰도가 77.5%까지 치솟기도 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하여 한미동맹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고, 따라서 적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 동맹국에는 엄격한, 정말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다가 북한이 한반도의 유일 정통정부가 되는 것 아닌가?

가장 우려해야할 대가는 2018년 9월 19일 남북 국방장관이 서명한 남북한 군사합의다. 이 합의를 통하여 한국은 북한에 대하여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해군과 공군의 작전을 비무장지대 근처나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 주변에서 크게 제한하기로 했고, 한강하구와 철원지역 등 북한의 대규모 지상군사력이 기습 공격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하게 되었으며, 백령도를 비롯한 서북 5개 도서의 아군 군사 활동은 제한하였을 뿐만 아니라 접경해상에서 남북한 공동어로를 보장하기로 함으로써 북한군의 기습침투에 유리한 상황을 허용하게 되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정부에게 대책을 강구하도록 요구할 정도로 보수층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적지 않다.

군사합의의 이와 같은 불리함은 정부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선의로 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용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려면 이 정도의 손해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규모의 손해는 감수하더라도 북핵 폐기라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옳게 평가될 수 있다고 인식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와 같이 양보했지만, 북한은 핵무기 폐기에 관하여 하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이용하여 기습남침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강하구가 민간인으로 복잡해진 틈을 활용하여 북한의 대규모 부대가 김포반도로 도하하여 서울을 남쪽에서 포위하려는 의도는 아닐까? 철원지역 비무장지대 유해발굴을 위하여 지뢰가 모두 제거되고, 12m폭의 도로까지 설치되었을 때 어느 야간에 북한이 대규모 부대로 기습공격 할 가능성은 없는가? 군사분야에 대한 합의를 악용할 경우 북한은 소의 ‘7일 전쟁계획’을 구현하여 6.25전쟁 때 못 이룬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을 전격적으로 달성할 수도 있다. 기우(杞憂)로만 치부할 수 있는가?

설상가상으로 비핵화 협상의 과정에서 국민들의 대북 경계심이 극도로 이완되고, 국론분열까지 심화되고 있다. 몇 차례의 정상회담 효과로 인하여 국민들은 남북한이 정전상태라거나 북한이 틈만 있으면 남한을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일 통일부장관이 국회에서 북한이 20-6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국외에서는 보도되어도 국내에서는 중요한 뉴스로 취급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고 있고, 다른 일부에서는 그들을 반대하여 심각한 국론분열이 발생하고 있다. 해방 직후의 대한민국처럼 좌우의 대립과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고, 북한 동조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6.25전쟁 시 휴전협정을 협상한 조이(Charles Turner Joy) 제독은 공산주의자들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협상을 하지 않는 방법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그들의 협상전략에 민주주의 국가가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실토한 적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협상을 통하여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차라리 핵을 머리에 이고 살자!

이제 우리는 비핵화의 환상이나 ‘비핵화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이 ‘전 한반도 공산화 통일’이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핵무기는 폐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폐기한다 해도 1950-2010년 사이의 남북관계로 되돌아가는 것이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도 폐기하고, 남북한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며, 그 결과 남북한이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북한은 핵보유국이 되었고, 남한은 이와 같이 무방비인데, 그 남한을 취하는 대신에 민족공영을 우선시하여 남한에게 숙이고 들어오겠는가? 여러분이 북한 지도자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동시에 우리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하여 우리의 안전과 번영이 송두리째 위험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핵무기가 치명적인 만큼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수차례 초토화시킬 수 있는 대규모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두려워 누구도 전쟁을 시작할 수 없었다. 지금도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 주변 국가나 그들과 대결하고 있는 국가가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을 활용하여 핵균형을 도모함으로써 여전한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면서, 유사시에 대비한 방어태세를 갖추어 나가면 된다.

국민들이 확고한 결의를 갖고, 정부와 군대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다면 한국은 북학의 핵을 머리에 이고도 충분히 안보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 최강의 핵전력을 가진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고, 미국은 한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그들의 핵무기를 사용하여 대규모 응징보복을 하겠다는 점을 지속적이면서 반복적으로 약속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도발할 기미가 보일 경우 미국은 핵무기를 탑재한 그들의 잠수함과 폭격기들을 한국 근처에 전진배치 시킬 것이고, 북한의 위협 수준에 상응하도록 실제적인 조치도 강구할 것이다. 한국 스스로도 ‘3축 체계’라는 명칭으로 북한이 핵무기 공격을 가하겠다는 징후가 발견될 경우 이를 사전에 파괴하고(킬 체인), 그래도 발사되면 공중에서 요격하며(한국형 미사일방어: KAMD), 공격을 받더라도 첨단의 재래식 전력으로 대량의 응징보복을 가하겠다는(대량응징보복: KMPR)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출현할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어느 시기에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완벽하게 선제타격하거나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할 수도 있다.

헌법 제66조 2항의 대통령 책무를 생각해야할 때다.

치명적인 암을 치료해야만 하는 어떤 사람의 경우에 현 한국의 상황을 비유해보자.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그 사람은 총력을 기울여 암을 치료하기로 하였다. 수술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특효약’을 수소문하였고, 결국 찾았다고 생각하였다. 그 특효약을 사용하자 그 사람의 건강상태도 호전되고, 통증도 사라졌으며, 활기도 회복되었다. 그러나 얼마간 치료 후 정밀진단을 해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암세포가 줄어들기는 커녕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어떤 친구는 특효약의 일시적인 부작용이니 계속하자고 말하고, 다른 친구는 이러다간 환자가 죽겠다면서 특효약의 사용을 중단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러분이 그 환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생명은 도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라면 특효약 사용을 중단하면서 상황을 더욱 냉정하게 파악 및 평가해볼 것이다.

암을 완치할 수 없다면 암을 관리하면서 더불어 사는 수밖에 없다.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렇게 암 세포를 안고서 장수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그렇게 관리하면서 살다보면 진정한 특효약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도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잠시 쉬어보자. 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현 방법을 지속하면 북한의 핵무기가 폐기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판단해보자.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북한의 핵무기와 더불어 사는 방법밖에 없다. 북한의 핵억제와 방어를 위한 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북한의 핵효과를 상쇄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도 없이 비핵화에만 집착하다가 나중에 속수무책이 되면 어떻게 하려는가? 그렇게 견디어 가다보면 예상치 않던 국제정치의 변화가 발생하여 북핵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줄 수도 있고, 북한 내부에서도 예상치 않던 변화가 발생하여 그들이 핵폐기 정책으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헌법 제66조 2항에서는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지닌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추진해온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대화와 협상은 이 책무를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고, 장병들이 피땀 흘려 지켜온 영해를 구분하는 선인 서해의 북방한계선이 위태로워지고 있으며, 북한에 의한 공산화 통일이 우려되고,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3조가 이행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국민을 모시는 공복(公僕)으로서의 책임감과 겸손함을 바탕으로 현 상황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현재의 비핵화 협상을 잠시 중단하면서 대통령의 책무, 국가의 근본적 존재이유 등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깊게 고민해보기를 현 정부의 관리들에게 촉구한다. 협상을 하지 않는 것도 훌륭한 협상전략이 될 수 있다.

글/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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