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칼럼>내려다본다는 것의 의미
<여행칼럼>내려다본다는 것의 의미
  • 강현아 특파원
  • 승인 2018.08.0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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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주에서 2백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버몬트주

 [업코리아=강현아 특파원] DK와 처음으로 자전거 여행에 나섰다.(DK는 미국에서 불리는 남편의 닉네임이다.) 자전거를 타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두 다리를 번갈아가며 공평하게 힘을 주어 페달을 밟으면 어디든 달릴 수 있다. 오로지 나의 수고로만 두 바퀴를 움직여 이동하는 이 정직한 수단이 참 마음에 든다. 게다가 자연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으니 더욱 기분이 좋다.

우리가 사는 매사추세츠주에서 2백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버몬트주가 있다. DK와 나는 그곳에서 바다 한 가운데에 있는 바이킹(biking) 코스(Colchester Causeway Bike Path)를 달리기로 했다. 미국 동부에는 어디서나 바다가 가깝다. 바다가 가깝다는 것이 얼마나 선물과 같은 일인지 나는 지난 콜로라도주를 여행하고 나서 알았다. 콜로라도의 바람은 몸에 있는 수분까지도 전부 말려버릴 것처럼 건조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려도 바다 내음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달린 곳이 바다가 아닌 엄청난 크기의 호수(Lake Champlain)였다는 사실을 알았다. 끝이 보이지 않아서 바다로 착각한 것이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갈릴리 호수가 바다로 불려도 아무 상관 없는 것처럼.

헬멧을 조이고 물통을 챙겨 힘껏 첫 페달을 밟는다. 페달링이 일으키는 공기의 저항은 온전히 '나의 바람'이 된다. 출발할 때 이 느낌이야말로 자전거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바람이 얼굴에 닿으면 사람들은 어느새 웃곤 하니까.

왕복 15Km에 달하는 바다 위의, 아니 바다 같은 호수 위의 길을 달린다. 앞사람을 추월하고 싶을 때는 'On your left(또는 right)'를 외친다. 언제든 각자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몸이 닿지 않아도 'Excuse me'를 말하거나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기 위해 뭔가를 미리 알리는 것은 이곳의 오랜 관습이다.
 
7Km 지점에서 길은 끝이 난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싣고 배를 타고 돌아가거나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계속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DK는 잠시 그늘 밑에 자전거를 세우고 드론(drone)을 띄울 준비를 한다. 그는 항상 보다 넓은 풍경을 간직하고 싶어한다. 
 
​드론을 보면 한때 한국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꽃보다 청춘'이라는 tv프로그램이 생각난다. 여정 사이사이마다 하늘 높은 곳에서 촬영한 풍경을 내보이곤 했는데 멋진 음악과 함께 그 장면이 나오면 그들의 여행기가 한층 돋보이곤 했다. 사실 그것은 그들이 진짜 여행한 것이 아니다. 드론이 한 것이지. 그래도 보면서 많이 속았다. 하늘 위에서 담은 전경에 미혹되어 눈을 뗄 수 없이 대리만족을 했던 것이다.

DK는 될 수 있는한 멀리 드론을 띄운다. 정말이지 나는 저 작은 로봇이 곧 바다에 빠져버릴 것만 같아서 시야에서 멀어지는 드론을 아찔하게 지켜본다. 드론 속 영상은 내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주변의 세상을 그림처럼 담아냈다. 호수가 은빛을 띄고 있다는 것과 내가 바라본 거대한 구름은 고작 한 점에 불과하다는 것, 나무들이 얼마나 착하게 줄을 서있는지조차도 아주 세세하게 담아 내었다. 열심히 달려도 미처 다 볼 수 없는 것들 전체를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가 정말 저곳에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하고 감탄을 하고 만다.

위에서 내려다본다는 것의 의미가 이런 것인가 보다. 전체를 망라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하나의 점인 '나'도 놓치지 않는 것.

드론은 정말 매력있는 녀석이다. DK가 왜 이 작은 로봇을 항상 데리고 다니는지 알 것 같다.   


<위에서 내려다 본 Colchester Causeway Bike Path, Vermont>
                                    

                                         ▶여행칼럼 버몬트주 계속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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