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 ‘리셋’ 분석
< 드라마 > ‘리셋’ 분석
  • 조은비 인턴기자
  • 승인 2014.11.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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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구성과 긴장감을 중심으로
▲ 보통의 드라마보다 어두운 화면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출처: ocn)

첫사랑이 눈앞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웃음을 잃은 차우진은 성폭행 범에게 복수하기 위해 검사가 됐다. 8년 만에 성폭행 범을 찾았다. 하지만 법에 심판을 맡기지 못하고 이성을 잃은 채 살인했다. 미쳐버렸다. 그래서 기억을 봉인했다. 그런데 7년 만에 첫사랑을 닮은 아이 은비가 나타난다. 조금씩 기억이 봉인 해제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우연적인 봉인 해제가 아니었다. 차우진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정체불명의 X가 그를 연쇄 살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이었다. 7년 만에 첫사랑을 닮은 아이를 보고, 자신의 기억에 의심을 하게 되는 차우진의 모습,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드라마의 형식을 빌려 글을 시작해보았다. 의도한대로 마치 서론이 없고 본론부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다가,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된다.’라는 문장을 통해 서론임을 깨달았기를 바란다. 드라마에 대한 첫 인상을 이 글을 읽은 사람들에게도 전달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셋’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시작의 긴장감이 매우 높았다.

‘리셋’은 인물들의 성격에서 특이점을 갖는다. 계속해서 차우진을 미궁으로 빠뜨리며 기억을 되찾게 하려는 X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차우진이 X의 정체를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X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지목 할 때마다 X의 대리인인 새로운 피의자가 나타나며,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잔인한 연쇄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그래서 드라마 1회에서 8회, 즉 드라마의 전반에 걸쳐서 한 회마다 계속해서 새로운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보통의 시리얼 드라마에 비해서 더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고는 단적으로 말 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계속해서 새로운 주요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시리얼이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전체적인 드라마가 구성되는 것에 반해, 이 드라마는 많은 인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더욱 많은 이야기와 갈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리셋’은 한 회 내에서 거의 완성된 이야기 구조를 갖는다. 차우진을 유인하는 X의 경고(발단)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전모들(위기), 범인을 찾았을 때(절정)와 그 범인이 남기는 메시지와 함께 사건이 종료(결말)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처음 3~5분 정도를 항상 지난 이야기를 요약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일주일에 한 번 방영하는 드라마의 편성 조건에 따른 것임과 동시에 이야기 구조 속 구조라는 복잡한 구조를 시청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지난 갈등들을 제시함으로써 일주일 동안 잊었던 긴장감을 다시 불러일으켜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질 것이다.

차우진의 동기도 ‘리셋’의 긴장감에 기여한다. 제일 처음에 그는 자신이 기억하지 못 하고 있는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또한 X와의 대결을 하면서 연쇄 살인이 일어나자 검사라는 “직업 의식”과 인간이 인간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는 “윤리 의식”이 동기였다. 드라마의 중반부에서 본인이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살인을 했던 과거의 기억을 되찾았을 때, 그리고 피해자가 은비의 아버지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은비에 대한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동기로 작용한다. 즉, 차우진은 전형적인 인물성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생각과 성격이 변하고, 그에 따른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그의 동기가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단순한 궁금증에서 인간의 내면적 의식과 감정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깊어진다.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수수께끼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든다. 차우진의 단순한 꿈인 줄 알았는데 봉인된 아픔이었고, 우연히 만난 은비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딸이었고, 또 추적하다 보니 사실은 죽이지 않았다. 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추적할 때마다 그 원인이 변했다. 한 명인 줄 알았던 x가 알고 보니 수십 명이었다. 추측을 해서 결과를 맺으면 그 결과가 또 다시 바뀌는 형태가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수십 번 반복되었다. 진실과 거짓, 추적과 도피, 원인과 결과 등의 수수께끼가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국지적인 것에서 지역적인 것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수께끼를 쫓아가는 시청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하였을 것이다.

9화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드라마는 절정에 도달했다. 8화에서 X의 정체를 드디어 찾아냈다. 하지만 X가 한 명이 아니었고, 그들은 마지막으로 죽이고자 했던 김 회장에게 처참히 살해당한 가족과 친구들을 가진 또 다른 피해자들이었다. 그리고 8, 9화에서 이제는 X들의 살인 계획과 그 과정이 시청자들의 공개됐다. 원인과 결과, 진실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드라마의 긴장감이 낮아진 것이 아니다. X들이 원래 악마가 아닌, 악마를 죽이기 위해 악마가 된 자들이라는 반전이 있었고, 그들의 마지막 살인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기에, 마지막 회를 남겨놓은 지금 시청자들의 극적 긴장감은 최고조였다.

10화에서는 아쉽게도 다소 진부한 권선징악의 키워드를 활용하여 급속도로 마무리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마를 치열하게 쫓던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갑자기 풀어버리면서 흥미를 잃게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셋’이 종영된 지금, 한 번에 몰아서 보려고 하는 시청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감히 “마지막 회”를 제외하고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게만 한다면, 리셋의 각 구성에서 긴장감은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최고이다.


조은비 인턴기자
bbmeida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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