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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콜로라도 여행기> 'Garden of Gods'우리는 분명 단 하나의 주인, 하나님(God)의 정원에 잠시 초대받았다.

남편과 일주일간 미국 콜로라도(Colorado)를 여행했다. 5월의 콜로라도는 사계절을 모두 품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은 벌써 여름이지만 멀찌감치 설경의 하얀 로키산맥을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다. 녹아내린 눈으로 냇가는 촉촉하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산바람은 가을의 바람처럼 소슬하다.

 Garden of Gods.

콜로라도 스프링스(Colorado Springs)에 위치한 공원으로 콜로라도의 주도 덴버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정도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얼마나 대단하여 신들의 정원(Garden of Gods)일까.

서쪽의 브라이스캐년(Bryce Canyon)처럼 더욱 장대한 곳은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대지만 이 곳은 한적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에 걸맞게 이 공원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말을 타고 둘러보기로 했다. 말은 자동차 바퀴로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길까지 틈틈이 거닐 수 있고, 말발굽 소리는 요란한 엔진보다 고요해서 잠자는 야생 동물을 놀라게 하지 않는다. 

한참을 둘러봐도 나무와 돌 뿐인데 무엇을 보려고 이 멀리까지 왔을까. 게다가 바다는 없고 지대가 높아 건조한 바람을 타고 고산증이 밀려온다. 마침 아직 동절기라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정원 입구에 큰 공사가 있어 늦은 시간까지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졌다. 세상 말로 '행운'인 이런 뜻 밖의 '은혜'는 여행에서 정말, 정말로 중요하다. 

우리는 말에서 내려 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로 했다. 저무는 해를 보기 위해서다. 바위 위에 올라 앉아 한참 동안 빛을 바라보았다. 기괴한 바위들이 마술처럼 붉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어떤 것이 본연의 색인지 모르게 빛은 모든 것을 바꿔갔다. 생명이 없는 바위도 그렇게 살아 있게 한다.

 '빛, 이것을 보러 왔구나'

남편이 드론을 띄울 준비를 한다. 아름다운 풍경을 기계에 간직하려는 욕심으로 챙겨온 장비이다. 드론이 높이 오를수록 새들이 몰려들어 결국 서둘러 작동을 멈춘다. 공중의 작은 로봇은 새들에게 낯선 불청객인 것이다. 산들은 조명을 받아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림자는 어느새 산보다 더 커져버리지만 잠시 머물다가 서서히 사라진다. 아주 오래 전 온 세상이 지금보다 더욱 산 뿐이었을 때 다윗은 자신의 인생을 '석양의 그림자'로 비유하며 시를 썼다(시편109:23). 그는 황혼 아래서 숨이 멎듯이 종적을 감추는 그림자를 몹시 슬프게 바라봤을 것이다.  

땅거미가 내릴 무렵 멀리 바위 위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줄 하나에 매달려 정상을 오르는 인간의 아슬아슬한 투지. 그 작은 움직임은 곧 산까지 정복하고 다스릴 기세이다.

▲ <Garden of Gods>의 풍경.  멀리 암벽을 오르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강현아

우리는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서 하산했다. 정원은 여러 신들(Gods)이 주인이라 하기엔 너무 조용했다. 우리는 분명 단 하나의 주인, 하나님(God)의 정원에 잠시 초대받았다. 그것을 암시하는 빛을 보았고, 바위 틈에서 쉼을 얻는 새들의 노래를 들었다.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강현아 특파원  hyunah.kim6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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