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요양칼럼>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
<실버요양칼럼>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
  • 이남주 국민기자
  • 승인 2014.07.05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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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에게서 침을 빼앗으면 그 벌은 죽는다.

▲ 노 부부의 뒷 모습

 사라져가는 기억속에서도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이 있다. ‘한마음 실버홈’(요양원)에 유oo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 어르신은 뇌졸중으로 인하여 오른쪽 편마비와 치매가 있으신데 유난히 남 때리기를 잘하셨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 무조건 툭 친다. 외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영문도 모르고 매를 맞는 사람은 당황하기 마련이다. “아, 왜 때려?” 하며 역정을 내기 일수인데, 그러면 다시 툭 하고 때린다.

 대상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간호사 선생님이 혈압을 재다가 몇 번 호되게 당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도 말씀을 여쭙다 매를 맞았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도 매 맞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릴 만큼 습관적이다. 같이 계시는 어르신들도 유oo 할아버지 곁으로는 가지 않으신다. 간혹 옆자리에 모시려고 하면 “어이구머니나...” 하시며 멀찌감치 물러나신다.

 그렇게 때리기 좋아하는 유oo 어르신도 때리지 않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원목 (이남주 목사) 이다. 원목을 보면 때리기는커녕 한결같이 “목사님 오호호호호” 하시며 해맑게 웃으신다. 열 번을 만나도 “목사님 오호호호호” 하신다. 그러면서 남을 때리던 주먹을 내보이신다.

 유oo 어르신의 주먹은 내가 봐도 크고 돌처럼 단단하다. 팔순이 가까운 노인네의 주먹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어르신은 그 주먹을 보이시며 ‘가라대’와 ‘유도’를 하셨다고 자랑하신다.

 사라져가는 기억속에서도 유독 그 자부심은 사라지지 않았기에 병마와 싸우는 희망이 되었고, 그나마 목사를 존경하기에 굳게 닫았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목사님 오호호호호” 하시며 행복해 하셨던 것이다.

 벌에게서 침을 빼앗으면 그 벌은 죽는다. 비록 남을 때리는 습관이지만 팔순을 바라보는 유oo 어르신에게는 그마저도 삶을 지탱하게 만드는 소중한 자부심이다.

 이남주 목사 [한마음 주간보호, 한마음 실버홈 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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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나그네 2014-07-05 18:31:31
어르신들을 위해 기도로 섬기는 목사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