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 유학생 김본 ‘노인을 품고 한국을 꿈꾸다’
[보스턴에서 만난 사람들] 유학생 김본 ‘노인을 품고 한국을 꿈꾸다’
  • 강현아 특파원
  • 승인 2018.03.28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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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다양한 연구들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싶은 소망

[업코리아 미국 보스턴 = 강현아 특파원] 미국에서의 한국인 만남은 늘 낯설다. 반가움으로 시작되지만 고국에서처럼 시간과 마음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잠시 거쳐가는 이들부터 정착민까지 미국에 머무는 사정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보스턴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김본(30) 학생(이하 본)을 만났다. 차 한잔 마시게 된 자리가 긴 대화로 이어져 결국 글로 옮겨 적게 되었다.

매사츄세츠주립대학에서 노인학을 연구하고 있는 본에게 어떻게 노인학을 공부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본은 어릴때부터 노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일생이라는 고행을 해내고 그 끝에 서있는 이들에게 느끼는 일종의 찬사와 존경심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시 물었다. 길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을 보아도 그 느낌은 동일한지. 본은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필자의 질문을 부끄럽게 했다.                 

Q. 노인에 대한 남다른 시선을 갖기까지 투영된 자신의 삶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들려줄 있는가.

A. “삶이 쉽지 않은 길이라는 생각은 어릴때부터 해온 것 같다. 5살때 중국으로 선교를 떠난 부모님을 따라 중국의 유치원을 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과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상황과 달리 낯선 중국 땅에서는 어린아이일지라도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언어, 친구, 선생님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90년대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은 그야말로 척박한 땅이었다. 그  당시 느낌을 색깔로 표현하면 칙칙한 회색빛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두운 회색빛이 아마 어린시절 기억에 남아있는 공산주의에 대한 인상인것 같다.” 

Q. 부모님의 중국선교는 어떠한 계기로 이루어졌는가.

A. “모태신앙이 아니었던 아버지는 젊은 시절 하나님을 만났다. 어느 날 아버지는 한 정신 질환자가 휘두른 칼에 심하게 해를 입어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의 침상이었고 홀로 외롭게 회복기를 보내는 중에 한 목사님으로부터 복음을 들은 것이 하나님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후 복음을 마음에 품고 중국으로 건너갔다. 중국에서 아버지의 미션은 직접 복음을 전하는 사역보다는 현지 선교사들과 동역하며 그들의 필요를 돕는 사명이었다.”

Q. 당시 중국의 한인교회의 상황이나 분위기는 어떠했는가.

A. “몇 가정이 집에서 예배를 드렸다. 공산주의 체제 안에서 교회와 예배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허가 받은 교회에 현지인이 아닌 우리와 같은 외국인만 출입이 가능했다. 호텔에서 몰래 예배를 드린 일이 종종 있었고 찬양도 작은 소리로 해야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교회가 법적으로 허가되어 교회 안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었지만 경찰의 감시가 늘 따라다녔다.”

Q. 학창시절은 어떠했는가.

A. “중등교육을 모두 중국에서 마쳤다. 고등학교를 중국에 있는 캐나다 국제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개국어(한국어.중국어.영어)에 익숙해졌다. 다른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에 있는 대학 진학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버지의 권면으로 방향을 미국으로 바꿨다. 대학은 미국 버지니아주의 리버티대학에 입학해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의 느낌은 충격이었다. 대학교가 미션스쿨이었기 때문에 캠퍼스 거리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기도와 찬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문화였고 그런 환경 덕분에 행복한 대학생활을 보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웃음)”

Q. 심리학 전공을 마치고 노인학으로 전공을 전환하였다. 공부를 계속 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A. “대학을 마칠 무렵 부모님은 중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의 제주도로 귀환하셨다. 졸업 후 부모님이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부모님은 공부를 더 하길 원하셨다. 취업 준비와 학업의 연속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4학년 마지막 학기때 우연히 노인학(gerontology)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노인학이라는 학문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오래전부터 노인이라는 대상에 품고 있던 특별한 감정이 다시 떠올랐고 공부를 더 하기로 결심했다.” 

Q. 10년째 타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데 공부가 힘들지 않은가

A “하고싶은 것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 어릴때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공부를 하고 있고 그 사실이 참 기적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타국에서 지내는 것이 어려울때도 있지만 가는 곳 마다 감사한 인연들이 있어서 유학 생활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 번은 초등학교 때 중국에서 한 장로님, 권사님 부부가 선교를 하시다가 쫒기는 상황에 처해 부모님이 우리 집에 숨겨주어 같이 지냈던 일이 있었다. 대학때 그분들이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계시다는 소식을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듣고 직접 찾아갔다. 어릴때 참 많이 예뻐해 주셨던 분들이라 잊지 않고 있었는데 그분들도 나를 은인의 딸로 잊지 않고 기억하고 계셨다. 이렇게 뜻 밖의 놀라운 일들을 만나며 지내기도한다.”

Q. 앞으로 고령화 문제는 세계적인 문제가 것으로 본다. 노인학은 어떠한 학문이고 전공을 통해 어떻게 쓰임받고 싶은가.

A. “노인학은 생긴지 얼마 안 된 학문으로 40년 이상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신생학문이자 고령화라는 문제 때문에 필요에 의해 생긴 학문이다. 사회, 정책, 심리 등의 각 분야를 포함해서 노인층을 타겟으로 하는 종합연구이다. 학계에서는 보통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정의한다. ‘노인’이라고 하면 흔히 ‘약하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노인이 꼭 “사회적 약자”는 아니라는 말이다. 또한 노인학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노년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는 연구이기도 하다.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공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들을 한국 상황에 맞게 적용시키고 싶다. 이미 여러 교수님들이 앞서가고 있고 겸손히 그 뒤를 배워가며 실천하는 것이 꿈이다.”     
 

▲ 매사추세츠주립대학에서 노인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본 학생(왼쪽)이 보스턴에서 표준어를 못하는 중국인 독거노인을 방문하여 글로 대화하고 있다. 사진 업코리아

 Q. 다음은 어디로 가고 싶은가.
 A. “한국으로 가서 꿈을 펼치고 싶다. 그곳에 부모님이 있고 내가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슴에 품고 있다.”

Q.  한국.중국.미국의 관계가 늘 주목되고 있다. 태어난 땅이고, 딛어온 땅이고, 지금 머물고 있는 땅인데 자신만의 견해가 있다면.

A. “정치적인 부분은 어렵고 공부하고 있는 분야에 한해서는 얘기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나라이다. 이미 선행 된 연구들이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노년 전문가 양성 대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과잉 인구를 이유로 35년 이상 실행 되고 있는 ‘한 자녀' 정책이 있다. 이로 인해 노인 인구 비중이 커지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미국은 노인 문제와 관련하여 체계적인 대책이 이미 마련되고 있는 중이다. 각 나라의 연구 방법을 교류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점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유럽에는 치매노인이 살기좋은 공간을 하나의 마을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그런 좋은 예들을 각 나라에 맞게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삶 가운데서 김본의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A. “하나님은….(웃음), 늘 함께하시는 분이다. 가끔은 어릴때 ‘내가 너와 이렇게 함께 해왔다’고 돌아 볼 수 있게 하시고, 때로는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내가 너와 함께 하고 있음’을 나타내시는 그런 분이 나의 하나님이다.”   

김본 학생은 현재 매사추세츠주립대학에서 노인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드넓은 미주에서 조용한 빛을 본다. 고령화로 인한 노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 빛을 이어가며 묵묵히 소명을 감당할 수 있길, 자랑스러운 한국인 김본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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