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계급장인 한국사회
차가 계급장인 한국사회
  • 현민지 인턴기자
  • 승인 2014.03.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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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물론 무시까지... 타고 다니는 차가 곧 그 사람의 지위
▲ '여자들이 외제차에 난리치는 이유'라는 제목의 이미지

[업코리아=현민지 인턴기자] 지난달이었다. 사람이 북적이는 금요일 밤, 한남동 어느 호텔의 주차장 입구에는 ‘만 차’라는 글씨를 써 붙인 간판대가 옮겨졌다. 주차요원도 주차장에 더 이상 자리가 없음을 알리며 두 팔로 엑스 자를 만들어 보인 뒤 흔들었다. 이에 주차장에 주차를 하려고 줄을 서있던 많은 차들이 아쉬운 듯 천천히 방향을 틀었고 막 호텔 근처에 들어온 차들도 주차장 입구까지 간 뒤 진입을 제지하는 주차요원의 손짓에 차머리를 돌렸다. 그러던 중 P사의 스포츠카가 등장했다. 여기서 필자는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주차요원은 눈치를 보며 스포츠카에 다가가더니 운전석에 있는 사람에게 창문을 내리게 한 후 뭐라고 속삭였다. 잠시 후 ‘만 차’라 적힌 갑판 대는 치워지고 스포츠카는 특유의 우렁찬 엔진 소리를 내며 아무렇지 않게 주차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만의 특권이라는 듯. 물론, ‘만 차’표시는 스포츠카가 들어가자마자 다시 새워졌다.

지나가는 멋진 외제차를 보며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가는 사람들, 엄마 자동차가 경차라며 학교가 끝날 때 정문에서 대기하지 말라는 초등학생, 그저 그랬던 소개팅남이 고급 세단이 있다는 걸 안 순간 급 호감으로 바뀌었다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우리는 흔히 듣는다. 우리에게 차는 ‘차 그 이상’인 것이 틀림없다. ‘어떤’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와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어떤’ 사람임을 나타내게 된 것이다. 특정 차와 그 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그러한 상징이 제시하는 의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타인에게 보이는 외적인 모습이 자신의 내적인(역량이라든지) 모습까지 결정되고 사회적 신분과 성공의 상징으로 물질적인 부가 인식되는 한국사회에서 ‘그 사람의 차’가 표방하는 바가 매우 크다는 것은 일상에서 쉽게 체감이 가능하다.

▲ Insite TV의 'Girlgear'에서는 차 종류에 따른 여성들의 반응을 측정한다.

취업 준비생인 이 모씨(29)는 8천만원대의 외제차를 최근에 장만했다. ‘차를 장만한 이후 소개팅이 많이 들어오고 주변의 지인이나 처음 보는 사람들도 나를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전에도 국산차를 타고 다녔었는데 차만 달라져도 대우가 달라지는 게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리해서 차를 산 게 후회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에 용달차를 몰고 일을 하는 김 모씨(41)는 “일 때문에 용달차 타는 나는 매일 더럽다는 시선을 받아 열이 받아. 하층민 취급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타고 다니는 차 때문에 차별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만약 교통사고가 나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취급하는 건 다반사.’라고 말하며 “보험 회사에서는 매 번 합의 대충보라고 하는데 화가 안 나겠나?” 라며 되물었다.

이러한 차이를 실감하기 위해 필자는 직접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용달차와 고급 승용차를 타면서 같은 사람이 각 차를 타고 ‘고급 호텔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어떤 대우를 받는지 실제 겪어보았다.

▲ 다른 차에 탔을 때 달라지는 상황를 실제 측정하기 위한 실험에 동원 된 두 차와 실험자

용달차를 타고 잠실에 위치한 L호텔에 갔다. 용달차를 몰고 들어오는 실험자를 보자마자 주차요원은 빨간 봉을 휘두르며 달려왔다.
다음은 실험자와 주차요원간의 웃지 못 할 대화
주차요원 : “이 차는 여기 못 들어옵니다. 근처 마트나 검품장에 세우세요.”
실험자 : “여기 볼 일 있어서 왔는데요. 여기에 볼 일 있어서 온 거면 여기에 차를 대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주차요원 : “호텔에 납품할 거 있으면 호텔에 있는 검품장에 세워야지.”
실험자 : “남품이 아니라 여기 볼 일이 있어서 왔다니까요?”
주차요원 : “어디 가는데요?”
실험자 : “스포츠센터 갑니다.”
주차요원 : “아니, 아저씨가 무슨 스포츠센터를 가요. 왜가요?”
실험자 : “사우나요, 용달차타고 호텔 사우나가면 법에 걸려요?”
주차요원 : “확실해요?”
실험자 : “용달차 타고 왔다고 거지취급해요? 지금?”

실험자가 주차를 시도하고 호텔에 들어가는 데까지 30분이 넘게 걸렸을 뿐만 아니라 호텔에 들어가는 내내 의심스런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와는 달리 고급 승용차를 타고 같은 L호텔로 들어갔을 때 같은 실험자가 차만 바꾸어서 들어갔을 뿐인데 대우는 확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주차자리로 안내해주기도 했다.

그 밖에도 여러 상황에서 많은 차이와 차별이 있었다. 같은 속도, 같은 도로에서 주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용달차를 향해 들리는 경적 수가 현저하게 많았고, 용달차를 타고 고급 아파트 단지(실험자의 자택)에 들어가려는 찰나 입주민임을 증명하는 카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하는 절차를 거쳐서야 단지에 진입이 가능했다. 앞서 들어 온 외제차의 운전 미숙으로 막힌 골목 안에서는 “용달차가 여기 왜 들어 오냐?”라는 소리도 들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한 식당에서 주차를 시도할 때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있을 때는 사장님, 용달차를 타고 있을 때는 ‘어이’라고 불리며 운전자를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우리사회는 물질적인 부가 사회적 신분과 성공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소유물이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고 타인이 자신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유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외형을 중시하는 물질에 의한 과시와 차별이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로 ‘체면에 민감함’을 든다. 두 번째 이유로는 다른 한국의 전통적인 가치체계의 특성인 권위주의가 철저하게 위계적인 서열관계로 인식되면서 사람들에게 부, 권력에 집착이 팽배한 사회분위기가 있다. 신분제도가 사라진 현실에서는 특정 물질의 소유가 상징이 되면서 남들과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실험을 통해서 보았듯이 차는 분명 그런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인에게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체면에 대한 강한 욕구는 더 비싸고 좋은 차를 타는 것으로 귀결이 된다.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나와는 급이 다른 사람’으로 폄하되며 또 다른 위계질서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차는 단순한 소유물의 개념을 넘어서 지위를 나타내는 재화가 되었고 어느 정도를 충족하지 못할 시 무시와 차별은 당연시 되어버린 듯하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재화가 차만을 지칭하는 것이겠냐 만은 씁쓸한 현실이다. 그 어떤 상징물 없이 온전한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할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상호작용은 불가능해 진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현민지 인턴기자 (hmj2840@naver.com)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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