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천황가의 근원(1) - '고대 한일관계: 쿠다라(百濟) 야마토(倭)'
일본 천황가의 근원(1) - '고대 한일관계: 쿠다라(百濟) 야마토(倭)'
  • 홍원탁
  • 승인 2003.09.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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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탁 교수의 역사산책]
그렇다면 390년경에 야마토 왕조를 세운 일본 천황가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야마토 왜(倭)'는 어떻게 창건되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일본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내용의 해답이 있다.

우선 '일본인'이란 이 세상의 어느 민족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고유한 민족'인데, 야마토 일본이라는 나라는, '수천 년에 걸친, 점진적인 정치적 사회적 발전단계'를 거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순수한 토착 지배세력'인 천황가 선조들의 노력으로, 야마토 지역을 본거지로 해서 성립된, 일본열도 최초의 통일국가라는 얘기다.

수많은 일본 사학자들은, 과거에도 또 현재에도, 이 모범답안을 다양한 형태로 포장해서 일본 국민에게 제공을 해오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한다는 고전적 경제 법칙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북중국-내몽골 지역의 기마 유목민족 전문가인 동경대학 교수 에가미(江上波夫: 1906-2002)의 기마민족설은, 아주 이례적으로, 야마토 왕국의 근원을, 대륙에서 건너온 기마 민족에 의한 정복에서 찾으려했다.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대략 4세기말을 전환점으로 해서 새삼 발견되는, 말과 관련된 다양한 고분 발굴 물이다.

하지만 에가미는,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일본 국민에게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그 기마 정복민족의 정체를 최대한 애매모호하게 또 신비하게 만들었다. 즉, 구체성을 제거함으로서 자신의 학설에 대한 일본 대중의 거부감을 최소화 하려했다.

어딘가 알 수 없는 나라에서 말을 타고 건너온 왕자와 그 일행에 의해 야마토 왕국이 창건되었다면 오히려 낭만과 신비감이 극대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기마(騎馬)민족설이란 바로 '천황족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귀에 익은 (고사기-일본서기) 얘기에다, '말을 타고' 내려왔다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한 꼴이었다.

에가미 교수가 1948년 이래 끊임없이 주장해 온 이 기마 민족설은, 수많은 일본 사학자들에 의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아주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야마토 왕국이 대륙에서 도래한 사람들에 의해 세워진 정복 왕조라면, 과연 그 도래인 집단은 누구였을까?

컬럼비아 대학교수인 레드야드(Ledyard)에 의해 1975년에 수정된 기마민족설은, 에가미가 말하는 그 기마 정복자들의 근원에 대한 일차적인 구체화 작업이었다.

레드야드의 '수정판 기마민족설'에 의하면, 4세기 후반에, 만주 땅의 기마 민족인 부여 사람들이, 조국의 멸망의 슬픔을 뒤로하고 한반도를 쳐 내려오면서, 백제지역을 지나 곧바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와, 일본열도를 정복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고분 발굴물의 성격이 크게 바뀐다는 시기와도 시대적으로 일치하는 내용이 된다.

레드야드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는, 서기 346년에 부여가 망하게 되었다는 기록과, 일본서기의 신공왕후 조에서 발견되는 (대략 350-380년 기간에 해당하는) 종잡을 수 없는 기록들이다.

레드야드 말대로, 만약 이 부여 사람들이 한반도를 종횡무진으로 쳐 내려오는 길에, 한국 사람들을 노예로 잡아 말 뒤에 묶어 끌고 일본열도에 건너와서, 산같이 큰 천황 묘들을 만드는데 부려먹었다면, 현대 일본 사람들의 기분도 아주 크게 상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애당초 부여라는 나라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천황족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이야기나 크게 다를 것도 없는 것이다.

내가 1988년, 1994년 2003년에 출판한 저서들에서 주장한 것은, '4세기 후반에 백제 사람들이 일본열도에 건너와 야마토 왕국을 세웠고, 천황족의 근원은 백제 왕족이다'라는 것이다. 내 주장의 핵심적인 근거는, 고사기와 일본서기의 전편에 흐르고 있는 내용이다.

보완적인 성격의 근거는 신찬 성씨록, 속일본기, 풍토기, 삼국사기, 삼국유사, 중국 왕조의 정식 역사 책(정사) 등의 기록들과, 다양한 고고학적 물증들과,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등이다.

/홍원탁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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