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증세의 딜레머
복지와 증세의 딜레머
  • 정준길 변호사
  • 승인 2013.1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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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길 변호사(새누리당 광진을 당협위원장).

국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세금을 납부할 의무를 지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과거 역사를 보면 인류 역사의 중요한 사건들 중 세금과 관련하여 발생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영국의 대헌장(마그나카르타)도 영국의 존 왕이 기사들에게 방패세를 부과한 것인 원인이 되었고, 영국의 청교도혁명도 대헌장을 무시하고 찰스1세가 의회의 동의없이 세금을 부과하자 발생한 것이고, 프랑스 혁명도 루이 16세가 베르사유 궁전 신축과 전쟁으로 인해 국고가 비게 되자 세금을 더 걷기위해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삼부회를 소집한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미국 독립혁명 역시 영국이 차에 대한 지나친 세금을 부과한 것이 원인이 된 보스톤 차 사건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금을 거두려는 국가와 납세자 사이에 갈등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현대에 있어서는 거두어들인 세금을 어떤 용도에 사용하는가의 문제가 세금을 누구에게 부과하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해졌습니다.

우리의 경우 봉건사회에서 근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일제의 수탈을 겪은 후 외국에서 그대로 도입한 세금제도에 대해서 혹은 그 세금의 사용처에 대해 사회적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진 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대한민국에 복지와 증세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참으로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께서 증세없는 복지를 약속하고서 증세를 언급한 것에 대해 정치적인 시각으로 문제제기와 책임을 묻으려고만 하는 일부 논의를 제외하고 모든 국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국가에 내는 이유는 국가가 거둔 세금으로 전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유용하게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각 개인에게 세금을 낸 것 이상의 혜택이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국가는 국가가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전체 예산 대비 지난 2011년 복지예산 비율은 28%였고, 내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그 비율도 3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우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저출산,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국민들도 무상급식 등 논의를 거치면서 복지 확대에 대한 요구가 더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정치권에서 대선시 약속한 것처럼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다른 국가의 경험을 반추해보면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제 개편 등을 통해 복지혜택을 주기는 쉽지만, 그로 인해 일단 복지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그 수혜가 중단되면 오히려 박탈감이 커지고, 그들이 모두 투표권을 가지므로 정치권에서는 이를 지속시키거나 확대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되므로 복지 수요는 끊임없이 커지는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고, 이와 같은 복지 포플리즘에 빠지게 되면 그 국가의 종착역은 재정 파탄에 이르거나 후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국채발행 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 약속은 한국 경제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고, 노령자나 실업자를 위한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하게 되면 기존의 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도 지킬 수가 있는데,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성장률이 1% 오르면 세수는 2조원 정도 늘어나게 된다고 하며, 아울러 노인계층의 일자리 확대는 그 자체로 국가의 복지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으므로 '증세 없는 복지'의 또다른 대안이 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기업 등의 적극적인 호응을 이끌어 낼 방안을 모색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그나마 순항하고 있으나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향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므로, 결국 현실적으로는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증세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 이전에 반드시 거쳐야할 수순이 있습니다.

첫째, 제대로 된 세금집행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과세할 곳에서 세금이 있지만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은 영역에서 제대로 세금을 걷는 일이며, 이를 통해 조세 정의가 실천되고 실질적인 공평과세가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정부의 예산지출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현 정부는 향후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공약 이행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으로 85조원을 마련키로 했으나, 그 이외에도 불요불급한 예산이 없는지 좀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고, 이와 관련해 공무원 숫자의 적정성, 공무원 연금 운용과 관련한 문제점들도 전체적으로 함께 검토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필요에 따라서는 선거에서 공약한 사항 중 일부를 축소 조정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용기도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서도 복지재원이 부족하다면 그 때 비로소 국민에게 증세의 불가피성을 설득해 동의를 얻는 수순을 밟아야 할 것입니다.

셋째, 비과세, 감면제도를 원칙적으로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합니다.

법인세 실효세율이란 전체 세전이익에서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법인세 비율을 뜻하는데, 대한민국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해 16.80%로, 미국(26%), 독일(29.55%), 영국(28%), 일본(38%)의 법인세 실효세율 등인 비교할 때 매우 낮으며, 특히 지난해 자본금 5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은 17.10%지만, 자본금 500억원 이하 기업의 실효세율은 18.68%로 대기업 실효세율이 중소기업보다 낮은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비과세ㆍ감면은 정부가 깎아주던 세금을 원상 복귀시키는 것으로 사실상 증세효과를 내게 되는데, 실제로 2012년 기준 잠정 국세 감면액은 29조7,000억원에 달해 이를 모두 정비하면 단숨에 세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비과세ㆍ감면이 기업의 고용과 투자, 연구개발(R&D)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어 이를 대거 정비할 경우 기업 투자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위와 같은 비과세, 감면 제도는 과거 국가주도의 성장정책 하에서 국가가 기업을 보호하던 제도로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대기업의 경우 지금도 여전히 그와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넷째, 여러 세금 항목 중 증세의 대상을 제대로 정해야 하는 바, 개인적으로는 법인세 증세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인세는 직접세이므로 조세형평성에도 맞고, 특히 과세대상이 자연인이 아니라 법인이므로 다른 세목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으며, 전 정부 때 낮춰준 법인세율을 원상 복구한다는 명분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이 지난 2010년 기준 3.5%로 OECD 회원국 평균 2.9%보다 높고, 법인세율을 높이면 기업 활동이 위축돼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세수부족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세계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1년 우리 기업의 법인세와 사회보장기여금 부담률을 합한 비용은 이윤 대비 29.8%로, OECD 회원국 평균인 42.5%를 크게 밑돌고 있고, 과거 법인세 인하로 인해 기업 활동이 더 활발해지거나 혹은 투자나 고용을 늘었다고 볼만한 통계나 근거가 없으므로 이 역시 논리적인 기우에 불과하다 할 것입니다.

복지와 증세의 문제가 모순적인 문제가 될지 혹은 조화가 가능한 문제가 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가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일자리 역시 끊임없이 창출되어 국민소득 3만불, 4만불 시대가 열려 기존의 세제를 건드리지 않고서도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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