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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컬럼] 노동의 위기-노동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지만 가혹한 노동은 그것을 파괴한다. -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야곱이 이스라엘로서 특별하게 등장하게 되는 것은 출애굽 사건 이후이다.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야곱의 자손들은 출애굽이후, ‘애굽’으로 대표되는 낡은 세계의 대안 공동체, 이스라엘로 거듭난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구약성경의 출애굽기는 그 앞선 책인 창세기와 비교되기도 하고 대조되기도 하며 서로 연결된다. 창세기가 하나님이 혼돈의 바다를 갈라 육지를 낸 사건이라면 출애굽기는 하나님이 혼돈의 바다 홍해를 갈라 마른 땅을 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서로 비교된다. 그러나 창세기와 출애굽기는 ‘일(노동)’에서 서로 대조된다. 창세기에서의 ‘일(노동)’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한 신성한 사명이지만 출애굽기에서의 ‘일(노동)’은 이집트 왕이 부여한 ‘가혹한 노동’으로 왜곡되어 나타난다.

창세기에 의하면 노동은 사람이 하나님에게 부여받은 신성한 사명이다. 그러나 출애굽기에서는 노동이 사람을 비인간화하여 일하는 기계로 전락시킨다.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가혹한 노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하나님의 형상과 사명을 파괴한다. 하나님의 형상과 사명이 파괴된 인간은 노예로 전락한다.

▲ 노동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명이지만 가혹한 노동은 그것을 파괴한다.

당시 이집트의 히브리 노예들은 이러한 삶의 환경에서 해방을 이루려는 각성된 민중이 아니었고 삶의 의미를 자각하지도 못한 대중일 뿐이었다. 오히려 파라오의 채찍과 강제 노동은 싫어했지만 완전한 해방을 위해 치러야 하는 희생은 두려워하는 오합지졸이었다. ‘파라오’ 체제에서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히브리 노예는 자유롭다고 느끼지만 사실상 삶의 의미를 추구할 에너지없이 살아가는 오늘 날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결국 출애굽기에 등장하는 ‘파라오’ 체제는 먹고 사는 일차원적인 생존을 해결해 주는 대가로 정신과 자유를 송두리째 속박하는 오늘 날 신자유주의 체제와 같은 압제적 지배체제를 의미한다. 우리는 그 지배체제 속에 갇혀 일차원적인 생존의 문제는 해결 받지만 자유라는 가치를 속박당한 채 살아가는 신종 노예일 수 있다. 노예의 신학적 의미는 ‘일차원적인 생존을 위해 삶의 의미를 추구할 에너지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그 위기의 본질은 우리가 일차원적인 생존 문제로 삶의 의미를 추구할 에너지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의 현장에서 만나는 40~50대 직장인들의 삶은 고단하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가족들의 문제와 직장에서의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그들을 짓누른다. 그것은 구조적인 것이어서 위로와 격려로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30대의 직장인들도 여전히 불안하다. 그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전통적인 문화와 관련한 것이다.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와 회식문화 등은 과중한 업무와 함께 삶의 의미를 추구할 에너지를 앗아간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20대의 젊은이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교육대학과 사범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젊은이들이 임용고시를 거쳐 발령을 받게 되는 과정은 너무 애처롭다. 유학을 마친 우수한 인재들이 국내의 취업 정보를 찾아 헤매는 과정도 가슴이 아프다.

생존의 문제로 인하여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에너지를 잃어버린 세대. 이 세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구약성경의 출애굽기는 ‘탈출’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탈출은 우리의 노예됨을 거부하고 인간됨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압제적 지배체제로 부터 탈출. 출범 100일을 넘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이와 같은 기반에서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소위 촛불혁명으로 탄생했다는 문재인 정부가 우리 기업으로 하여금 압제적 체제를 탈출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혹한 노동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킴으로 노예됨을 거부하는 새로운 노동자의 출현을 기대한다. 압제적 체제로부터 고통하는 신음소리는 그런 희망을 기대하게 한다.

이우윤 국민기자  wyrh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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