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회】 문화계도 탈정치화가 필요하다
【특별좌담회】 문화계도 탈정치화가 필요하다
  • 최모림 기자
  • 승인 2008.02.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반수에 가까운 국민들의 지지로 선출된 이명박 정부의 구성이 눈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실용’이다. 대선공약에서도 문화의 산업적 기능을 강조했다. 이는 작금의 시대정신을 여실하게 반영하고 있다. 국민들도 이유와 과정을 떠나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라는 바람에서 이명박 당선인에서 기꺼이 한 표를 던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거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가 시장 시절 보여줬던 불도저식 문화행정을 기억하는 문화예술 관련자들에게는 이 우려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업코리아에서는 새 정부에서 추진해야 하는 문화정책은 어떠한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문화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해 보는 자리를 지난 12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일 시|2008년 2월 12일

장 소|선진화국민회의 장충동 사무실

참석자|

이남식 전주대학교 총장

최경국 명지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이청승 (주)베세토 회장/북경 현우예술대학 이사장

사 회|서경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 최경국 명지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사회=그동안 선진화국민회의가 선진화정책제안운동분부를 만들어서 각 분야의 정책제안운동을 해왔다. 그동안 문화예술분야와 문화컨텐츠부문에서 많은 역할을 해 오셨고 이번 문화분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오신 세 분을 모시고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나라 문화계 전반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지금까지 문화계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그 해결 방안도 대담을 통해 의견도 나누어 봤으면 한다. 먼저 우리나라 문화계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자.

이청승=지난 10년을 여러 가지 갈등과 이념적 실험의 과도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소수 민예총의 문화 세력화와 새로 개편했다는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 권력화가 문제라는 여론이 있었다. 물론 한국예총의 유명무실화가 처음부터 문제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기준이 없었던 시기였다.

최경국=기준이 없었다는 말에 동의한다. 예술문화 분야는 기준을 매기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체능이 부조리를 만드는 구조가 되기 쉽다. 기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지난 10년이었다.

이남식=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문화,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인구만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적인 부분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그 차이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가 이념적인 틀에 맞춰져 문화예술이 창의성을 넘어서 정치화 되는 경향이 있었다.

   
▲ 이청승 베세토 회장
이청승=기존의 문화예술계가 과연 정상적이었는지 먼저 짚어야 할 것 같다. 문화계는 코드인사에 휘둘렸다. 때문에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왜곡됐으며 결국 순수 문화예술가들의 외면마저 불러왔다. 또 모든 것이 나눠 먹기 식으로 이뤄졌다.

최경국=그런 문제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만들 수가 없었던 지난 10년이었다. 또 코드인사로 인해 정치력이 있는 사람만이 더 좋은 자리로 가고, 정치력이 없는 경우는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이남식=수요와 공급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교육자체도 왜곡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부터 전혀 문화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경석=문화분야의 대담 초입이 ‘기준이 없다’는 말로 시작됐다. 지난 10년 동안, 이른바 좌파문화, 코드문화, 재야문화가 등장해 주류 행세를 해왔다. 그러다보니까 문화계가 뒤죽박죽된 경향이 있었고 때문에 기준이 없는 것으로 보여진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국민들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문화계가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이 돼야 할 것 같다. 앞으로 새 정부에서는 문화계가 국민들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길도 모색을 해야 할 것 같다.

이청승=기존의 코드맞추기식 인사가 자위적으로 진행될 수 없도록 하는 여러 가지 참여 장치와 자문기구의 쇄신이 필요하다. 그런 방법이 뭐가 있는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이남식=우리의 제 분야는 전문가들에게 돌려주고 탈정치화를 시켜야 한다. 교육은 교육계에 의사결정을 하게하고, 문화계도 문화적인 분별력을 가진 분들이 결정하게 하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청승=가장 먼저 정치가 문화까지 장악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예술인 스스로가 권력의 시녀가 되기 위해 줄을 서는 경우도 없어져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결국 이명박 정부가 어떤 분에게 문화 분야를 맡기느냐가 중요하다. 문화계 인사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공정, 공평하게 진행돼야 하고 공개채용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게 우리의 삶 자체를 주도하기 때문에 그럴수록 과거 순수 문화예술을 위해 일했던 분들을 중심축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문화풍토를 창출해야 한다.

서경석=우리나라가 문화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문제도 거론해 보자.

이청승=정부는 하드웨어만 만들어 놓고 다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에 관계하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될 부분도 있지만, 정부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문화부정책담당자들의 전문성과 자질이 중요하다.

   
▲ 이남식 전주대학교 총장
이남식=지난 50년, 30년, 20년 동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직도 특정 지역은 문화에 대해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은 국가에서 해결해 줘야 한다.

최경국= 한류문화 연구와 국가이미지의 통합적 관리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국가의 브랜드 관리에서부터 한국 이미지 모니터링까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각종 문헌에 표현되어있는 자국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서경석=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다른 분야의 경우 여기서 저기로 가는 것이 분명하지만 문화분야는 어디로 가야 되는 지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또 다른 코드문화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그런 우려도 있을 수가 있다.

이청승=무엇보다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제 새로 출발하는 ‘이명박정부’가 문화예술 정책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그간 몇 가지 원칙을 토론하고 제안한바 있다. 첫째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한국문화여야 한다. 둘째, 전통에 근거하여 미래를 열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순수한 열정과 실력이 인정받는 문화풍토를 일으켜야 한다. 넷째, 계층을 넘어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다섯째, 항구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 문화를 진흥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경국=그와 같은 원칙들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문화예술단체의 활동이 정상화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이 문화 권력화 되지 않도록 견제와 균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인의 기량이 중시되는 전통문화와 체육 분야에서 학연과 정실의 개입이 중단되어야 한다. 또 한국문학작품의 외국어 번역은 해당국가에서 공모하여 전문성과 실력 위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남식=정보통신부가 해체되면서 미디어 관련 분야가 문화 쪽으로 오게 된다. 문화인들을 다루는 일을 정부가 해야 할 시기는 끝났다고 본다. 오히려 국가 전체가 가져야 되는 정체성, 국가의 매력도를 증가시키는 부분, 있는 것들을 잘 포장하고, 밖에서 잘 이해되도록 하는 것이 문화부 수장의 역할이라고 본다. 장관도 예술적인 안목을 가진 분이 그 일을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서경석=새 정부는 과거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여졌던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럼 과연 새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어떤 점이라고 보나.

이청승=실용적인 작은 정부를 추구하면서도 대운하와 같은 사업으로 경제를 부양하려는 노력은 문화정책에도 반영될 것이다. 예컨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문화재단의 단발성 아이템 중심의 기획운영 보다는 장기적인 문화풍토의 배양과 인성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 문화를 수단으로만 보면 그것은 중국의 문화혁명처럼 큰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이남식=지금까지의 문화계가 좌파적 성향을 보였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국수적이라는 의미도 될 수가 있다. 이제는 문화적 다양성과 개방성 쪽에서 새로운 물꼬를 터야 된다.

최경국=문야예술 분야는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때문에 지원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현재는 정말 실력 있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이 막혀있는 상태다. 새로운 제도를 만들기 보다는 있는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은 지원을 위한 공정한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이청승=이제 산업화와 민주화를 지나 선진문화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개인의 존엄성과 창의를 존중하고 시장경쟁을 통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기회평등과 원칙이 지켜진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범국민적 문화공동체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이남식=예총이나 민예총은 다 구시대의 유산이다. 이들 단체들은 동호인 모임으로 각자의 회비로 운영되어야 한다. 단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차원에서 정부의 역할은 지났다. 모든 예술기관이나 문화예술위원회는 쇄신이 필요하다. 우선 이들 단체의 예산에 대한 부분이 드러나야 한다. 또한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단체나 기구에 정부지원을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산하단체의 자체심의기구가 활성화 돼야 한다. 만일 똑같은 일을 기업에게 맡겼다면 이렇게들 할수 있었겠는가?

   
▲ 최경국 명지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최경국=산하단체의 비리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2006년 정부부처, 산하단체 직원 비위가 5만 4천 건이라는 기사가 있을 정도다. 한편 예총에서 회관을 짓기 위해 정부지원을 요청한다고 하는데 예총은 산하단체도 아니고 임의기구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문화관광부 예하기관의 통폐합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청승=정부가 함부로 손을 대거나 단숨에 없앤다는 것은 힘들다. 오히려 지금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의 혼란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도 제대로 잘해온 것은 많지 않았다고 본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번에 문예부흥운동 같은 것을 새로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경국=문광부 산하 단체가 33개나 된다. 인수위에서는 다른 부처 산하단체의 통폐합문제는 나오고 있지만 아직 문광부의 산하 단체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문광부 산하 단체의 통폐합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청승=기구의 통폐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관 유지비용의 절감을 위해서 필요할 뿐 아니라 효율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슬림화 돼야 한다. 그리고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21세기 문화는 융합화가 매우 중요한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또 그와 같은 맥락에서 한중일 문화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서경석=이번 토론을 보면서 NGO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고 싶다. 다른 분야에는 공정한 발언을 하는 NGO가 있지만 문화분야에서는 중구난방이다. 이런 점들이 그동안 문화분야의 낙후성을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새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해 바른 방향타 역할을 하는 NGO를 기대한다. 긴 시간 토론에 임해 주셔서 감사하다.

정리|최모림 기자

[중도와 균형을 표방하는 신문-업코리아(upkorea.net)]

-Copyrights ⓒ 2006 업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업코리아, UP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