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 민국!
아, 대---한 민국!
  • 관리자
  • 승인 200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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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보경 해외통신원]
지난 2002년 여름,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두 번째로 친정을 방문하게 됐다. 무엇이 그리도 살기가 바쁘고 힘들었다고 남들은 그리도 자주 간다는 친정에 겨우 두 번밖에 못가는 것인지에 대한 회환(?)에 지나온 삶이 괜시리 고달프게 느껴져 많은 생각과 번뇌 가득 찬 심정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어엿하게 고등학생과 중학생으로 자란 두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친정 나들이, 첫 번째 방문 이후 11년 만에 찾는 내 조국이었다.

굳이 월드컵을 보기 위한 여행 계획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 식구는 이번 방문에서 뜻밖의 횡재를 할 수 있었다. 바로 월드컵 개최 기간이 우리의 조국 방문시기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게 2002년 월드컵의 의미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새삼 다시 여기에서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청 앞을 가득 메웠던 그 붉은 인파와 그 속에서 우리 세 식구, 그리고 친정 식구들과 시댁 친척들과의 얼싸안음은 미국에서 태어나 모습은 한국인이지만 미국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두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가슴 벅차는 경험이었다. 남들 다 입는 빨간 티셔츠도 입혔고, 빨간 모자에 빨간 두건, 그리고 빨간 기념 타월에 박지성, 김남일 이름이 새겨진 운동복까지 신나게 쇼핑하며, 거리 응원에도 참가, '대한민국 짜짠짜 짜짜' 와 '오 필승 코리아'로 하루하루가 감동 그 자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선 친정 나들이에 보약이나 한재 먹고 돌아가면 되지 하는 느긋했던(?) 마음이 월드컵을 겪으며 나 자신도 모르게 대한민국 사랑으로 불붙게 되고 만 것이다.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훨씬 편한 둘째 아이가 '오 필승 코리아!'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애국심에 불타는 모정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매일매일 힘들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인사동에서 남산으로, 시청 앞 광장에서 남대문까지 마구마구 데리고 다니며 조국 알리기에 진을 뺐다. 대중목욕탕에 가서는 안 들어가겠다는 아이들을 금전으로 유혹해 들여보내면서는 미국 사람들이 때를 안 닦아 얼마나 더러운 지를 강조하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햄버거가 간절히 먹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배추김치 생각에 서러웠던 내 자신의 이민 초기 시절은 기억 못하는 듯이 한국 사람이 한국 음식을 먹어야지 하며 길거리 떡볶이, 튀김, 김밥, 순대 등을 매일매일 간식거리로 사 주고 한국 시장문화의 소박함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8강 진출이 확정되던 날 우연히 종로 근처에 있던 우리 세 식구는 질서 정연하게 '대한민국! 짜짠짜 짜짜!'를 외치고 응원가를 부르며 어깨를 마주한 채 지하철 속으로 사라져 들어가는 젊은 인파와 마주치는 경험을 했다. 감격하기 잘하는 나는 벌써 가슴이 벅차와 눈물이 글썽 거렸고, 우리 아이들도 그 젊은 인파속에 파묻히고 박수치며 '오!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다. 저런 젊은 인파를 보니 우리나라의 장래가 너무나도 밝아보였다. 경제 성장 수치가 얼마인지 따져 보지 않아도, 외채가 얼마고, 실업률이 무엇인지 알 필요도 없었다.

월드컵만 끝나면 저 힘차고 애국심 강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영차영차 끌고 나가 금방이라도 선진 대열에 세워 놓을 것 같은 기대 속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누가 시켜서도, 돈을 받고 하는 것도 아닌 저 순수하고도 자발적인 애국심의 표현, 오로지 한마음으로 뭉치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정열을 불사를 수 있는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니 불끈 불끈 솟는 희망에 가슴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 우리에게 저 젊은이들을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만 있다면 우리의 앞날은 보장되어 있는 거야.' 라는 다짐 한 구석에 우리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 되며 안타까움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여러 대통령을 거치며 각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것을 반복해 왔다. 모두들 새나라 건설을 외치며 지도자 자리에 올라서지만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국민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겨우겨우 물러나는 일을 반복해 왔다. 물론 지도자 한사람의 능력이나 힘만으로 한 나라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얼마나 능력 있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그 나라 국민 모두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바로 선, 바로 된 지도자만 맞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21세기의 선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한다. 바로 월드컵을 통해 보여진 그 젊은 힘과 정열, 그리고 무엇 보다도 중요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뜨거운 애국심이 그 증표가 아니고 무엇인가?

월드컵과 함께 한 우리 세 식구의 조국 사랑! 두 아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조국에 대한 이미지가 태극기와 함께 가슴 깊이 새겨져 의미가 깊었고, 나 자신에게는 언제나 죽을 때까지 가슴 속에 아련히 남아 있는 머나먼 고향으로서가 아니라 반드시 잘살고 발전해 우리 해외 이민자 모두의 두둑한 배후세력(?)으로 존재해야 할 내 조국 대한민국으로 각인되어 졌다는 것이다.

' 아! 대 한민국, 내 사랑이여!'

* 필자 약력

upkorea.net 해외 통신원
콜로라도주 덴버거주
이화 여대 신방과 졸업,
86년 미국으로 이민,
한국일보 덴버지사 기자로 근무
현재 부동산 중개인업에 종사

업코리아, UP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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