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탐방] 천천히, 오래 걷는 법, <제주몬트락> 김덕중 대표
[기자탐방] 천천히, 오래 걷는 법, <제주몬트락> 김덕중 대표
  • 김정호 기자
  • 승인 2017.04.1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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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 : 월간 외식경영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간다. 마치 ‘빨라야만 생존할 수 있는’ 세계에 사는 듯하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각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길은 끊이지 않은 채 저 멀리로 이어져 있으니까. <제주몬트락> 김덕중 대표, 그의 걸음이 낮고 일정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글 김준성 기자

스물다섯, 갑자기 찾아온 성공

최근 눈에 자주 띄는 브랜드 중 하나인 <제주몬트락>. 깔끔하고 세련된 브랜드와 실내외 인테리어에서부터 친환경·무항생제 인증 제주 돼지고기, 이북식 제주돼지갈비 청국장과 제주돼지 고기국수 등의 사이드메뉴에 이르기까지. 제주 흑돼지를 메인 아이템으로 한 매장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제주몬트락>은 ‘나름 괜찮은데?’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드는 곳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회사연혁을 살펴본다. 2014년 12월 법인설립. 3년도 채 되지 않은 곳이 이만큼 괜찮은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원래 자산이 많은 곳인가? 아니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제대로 받았나?’,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인터뷰 당일 <제주몬트락>의 김덕중 대표를 처음 만났다. 예상 외로 꾸밈없고 털털한 모습, 보이는 모습은 직선적인데 말의 행간에서 느껴지는 다소 투박한 감성이 그와의 대화를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끌게 했다.

본래 그의 전공분야는 전기공학. 스물다섯 되던 해에 친구 둘과 함께 벤처창업을 시작했다. IT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IT업체 컨설팅을 주요업무로 담당했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3명이 전부였던 작은 기업은 몇 년 만에 30여명의 중소기업으로 세를 불려갔다. 당시 경상이익만 연 10억원. 뿐만 아니라 그는 영화투자와 K-POP 공연기획, 일본저작권협회 업무 등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도 다양한 일을 병행했는데 이 시기를 그는 이렇게 기억한다.

“회사의 경영관리와 영업까지 도맡아서 했어요. 그래서 처음 4년 동안은 4시간 이상을 잔 적이 없죠. 친구들과 어울려 놀 때 외에는 늘 회사 생각뿐이었어요. 잠을 적게 자도 피곤하지 않았고요. 그 때부터 일 생각을 하는 게 몸에 배인 거 같아요. 물론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인지 어설픈 부분들도 많았어요. 조직이 갑자기 커져버리면서 팀 간 커뮤니케이션, 내부적인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던 거죠. 능력은 부족한데 한창 열정만 가득했던 때인 거 같아요. 큰 성공이 갑자기 찾아왔는데 그걸 오래 붙들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랐던 거죠.”

하루가 다르게 쭉쭉 성장하던 벤처기업은 창업 후 7년이 지나면서 관리와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공동창업을 했던 친구들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나고, 조직은 자연스레 와해되는 과정을 밟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썼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그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했다. 그리고는 3개월여를 술만 마시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높은 곳으로 한번 올라갔으니 이제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 즉, 극단의 좌절감이 그의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 사진제공 : 월간 외식경영

아침엔 사무실, 저녁엔 매장으로 출근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샤워를 하던 중 거울을 봤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 그 앞에 서 있더라고요. 한참동안 제 얼굴을 바라보면서 ‘무엇이 날 이 모습으로 변하게 만들었을까. 왜 이러고 사는 걸까’ 그런 생각도 문득 드는 거죠. 그냥 그렇게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IT 회사를 정리한 후 4년여의 시간이 흘러 다시 문화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을 때쯤, 한 친구가 “내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이라며 그를 한 고깃집에 데려간다. 작은 규모 매장의 삼겹살전문점이었는데 그 앞은 언제나 손님들로 길게 줄이 서 있었다. ‘삼겹살이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다고 줄까지 서서 먹어?’라고 생각했지만 친구의 정성에 두어 번 더 그곳을 함께 방문하게 되고 그 매장의 대표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 그 브랜드는 전수창업 형태로 매장 수를 확대해나가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매장의 대표가 매달 저를 찾아와 사업, 경영적인 부분들을 물어보곤 했죠. 그렇게 몇 번을 식당 브랜드와 경영시스템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하게 되면서 사업을 키워나가기로 했어요. 매장 도면작업에서부터 시공, 가맹영업 등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들도 하나하나 공부하며 시스템 정비를 해나가기 시작했죠.”

가맹사업을 위한 사무실이 갖춰진 후 1년여는 ‘아침 9시 사무실 출근, 저녁 5시 매장 출근’의 생활을 반복했다. 식당이 잘 되기 위해서는 현장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식당 문을 닫고 난 후에는 새벽까지 직원들과 술자리를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인근 모텔에서 잠을 청하는 날들도 많았다.

“현장에서 손님을 만나고, 그들의 반응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컴퓨터 앞에만 앉아 일을 하다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스트레스도 더 많이 받게 되잖아요? 식당에서 일하는 건 그런 피로감이 없었죠. 몸이 조금 힘들어도 너무 즐거웠어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행복, 즐거움의 시간은 지극히 짧다. 해당 브랜드의 기업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내부적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처도 커져만 갔다. 주변 환경과 상황이 달라지면서 애초에 품었던 결심들 또한 변색되어 가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는 그 길로 미련 없이 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그의 나이 39세.

 

친환경축산인증·무항생제인증 식재료로 경쟁력 높여

2012년부터 3년여를 몸담았던 회사를 나왔지만 큰 아쉬움은 없었다. 게다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잘 했던 덕분인지 주변인들로부터 “고깃집 프랜차이즈를 직접 운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사업을 하게 되면 파트너로 함께 하자”는 제안을 여러 번 받게 된다. 외식사업이나 음식점 운영에 큰 욕심은 없었지만 ‘이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뭔가를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2014년 12월, ‘(주)모닥홀딩스’라는 이름의 법인을 설립하고 이듬해 4월에는 오랜 준비 끝에 <모닥제주흑돼지>라는 상호를 단 165.2m²(50평) 규모 매장을 양재동에 오픈했어요. 메뉴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그냥 나가는 손님들도 많았지만 결국엔 메뉴 퀄리티, 서비스의 질이 손님들을 불러 모을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렇게 4~5개월여가 흘렀을까. 1억원이 넘는 월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당시 메르스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외식업계 또한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잘 버텨나갔죠. 잘 안 될 거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아예 하질 않았어요.”

방문고객들이 많아지면서 매장은 2층으로 확장하며 330.5m²(100평) 규모로 늘렸다. 이와 동시에 좀 더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으로 매만진 브랜드를 프랜차이즈화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건 결국 식재료의 퀄리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환경축산인증, 무항생제인증도 받고 아스파라거스와 곰취 등을 찬으로 활용해 건강식으로서의 아이덴티티까지 살려나갔죠. 특히 제주 돼지고기 원육의 경우, 사육농가와 가공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산단계에서 똑같은 등급을 받더라도 미세하게 품질 차이가 생길 수 있어요. 사육과 가공이 동시에 이뤄지는 우수한 축산업체를 찾으려고 발품 팔았던 건 그래서였죠. 그리고 단일규모 2만두 이상 관리하는 곳 중 친환경축산인증과 무항생제인증까지 받은 ‘동부축산’과 독점공급계약을 맺었어요. 수개월 동안 제주도를 오가며 정말 많은 정성을 기울였죠.”

실제로 저희의 돼지고기 원육은 6개월간 항생제 없이 키워내기 위해 무항생제 인증 배합사료와 목초로 된 친환경사료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스트레스 없는 돼지고기를 생산하고자 지하 50m 깊이에서 끌어올린 17도 내외의 암반풍을 축사에 공급, 최상급 원육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100% 제주 돼지고기만을 사용하는 식당으로서 제주도지사가 인증한 ‘제주 돼지고기 인증’ 1호점, ‘제주흑돼지 인증’ 5호점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몬트락>은 론칭 초기, 매장 수를 빠르게 확산시키기보다 식재료의 퀄리티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 ‘빠르게’보다 ‘오래’ 롱런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뼈대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바로 식재료의 퀄리티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을 공들였던 ‘뼈대’는 이제 갖춰졌다. 그리고 영역을 조금씩 늘려나갈 시간이 그들 앞에 다가오고 있다. 현재 <제주몬트락>의 총 매장 수는 15개이며 이 중, 직영점은 2개. 올해 안으로 총 50여개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이다.

 

롱런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예비창업자들을 만나면 꼭 하는 말이 있어요. 자신과 어울리는 브랜드, 가장 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찾으라고. 그렇지 않으면 힘든 순간에 오래 버틸 수가 없죠. 그 브랜드의 운영철학과 지향점을 체크해야 하는 건 아마도 그래서일 거예요. 힘든 길을 함께하는 사람, 시스템이 자신의 생각, 코드와도 잘 맞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요?”

<제주몬트락>의 본사인 ‘(주)모닥홀딩스’는 자유분방한 기업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꾸준한 교육과 학습을 통해 실수가 반복되지 않아야만 자유로운 기업문화 또한 가능할 것이라 믿고 있다.

“외식업 분야에서 ‘프리미엄’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식품공장이나 HMR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천천히 해나가고 있는 것이죠. 직원도, 가맹점주도 저 또는 본사가 100%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상대방 입장에 서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일 뿐이죠. 그렇게 회사 전체가 걸림 없이 돌아가는 게 저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잘 되는 길일 테니까요. 오래가는 브랜드, 많은 가맹점 수, 자유로운 기업문화 등등의 모든 것이 결국엔 좋은 회사,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한 점의 목표로 모아집니다. <제주몬트락> 또한 그 지점을 향해 오래 걸을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합니다.”

법인이 설립되고 <제주몬트락>이라는 브랜드가 세상의 빛을 본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브랜드가 눈앞에 구현되기까지는 지난 수많은 시간들과 어려움, 그리고 함께해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제주 흑돼지, 돼지고기 아이템을 내세운 수많은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는 외식시장의 한 가운데에서 천천히, 하지만 무겁고 선명한 발자국 내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 이기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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