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효과적으로 쓰여야
복지예산, 효과적으로 쓰여야
  • 이광효 기자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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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분배가 성장 촉진은 무리한 결론

청와대 양극화 특별기획팀의 양극화 시리즈 5편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下)’에 대해 ‘선진화정책운동 특별기획팀’(선진화 특별기획팀)이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선진화특별기획팀은 지금까지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와대 양극화 시리즈 1-4회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 특별기획팀은 지난 1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재한 양극화 시리즈 4회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下)’에서 복지예산의 증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새로운 성장에너지이고 청와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를 지향한다며 참여정부가 큰 정부가 아니라는 것은 OECD 선진국과 비교해 GDP 대비 재정규모,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과 공무원 수를 근거로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진화 특별기획팀은 지난 17일 발표한 ‘복지예산, 효과적으로 쓰여야 한다’란 제목의 반박문에서 “우리 경제 능력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복지예산이 증가하면 자칫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그러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증세를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로 귀결될 수 있다”며 “복지지출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를 간과한다면 빈곤소외계층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효과적인 복지 예산 운용을 강조했다.

먼저 선진화 특별기획팀은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이라며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재분배간의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밝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고 경제 분석 방법에 있어 경제성장은 거시변수이고 재분배는 미시변수이기 때문에 통계분석을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또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수히 많은데 재분배변수 하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진화 특별기획팀은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도 처음부터 복지지출이 높았고 분배상태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이 경제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서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여력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이 나라들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모든 제도가 선진화되어 있고 기술수준이 높기 때문이지 복지지출이 높아서가 아니다”라고반박했다.

청와대가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선진화특별기획팀은 “일인당 국민소득 14,000달러의 국가와 30,000달러가 넘는 국가를 비교하여 작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며 “그들 나라의 소득수준이 15,000달러이던 1980년대엔 그들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해있을 때이고 현재 국민소득 15,000달러인 우리나라와 비교할 바가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선진화정책운동 반론문 및 청와대 양극화 시리즈 5회 전문.

<시리즈 5> 복지예산, 효과적으로 쓰여야 한다
청와대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下)”에 대한 반박문

청와대 양극화 특별기획시리즈 4편(하)는 복지투자, 즉 복지예산의 증가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새로운 성장에너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주장의 상당부분은 맞습니다. 다만 복지투자가 우리 경제능력에 맞게 이루어지고 제대로 이루어질 때만 그러합니다.

우리 경제 능력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복지예산이 증가하면 자칫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그러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증세를 해야 하고 이 모든 것은 경제침체로 귀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빈곤소외계층을 더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복지지출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를 간과한다면 빈곤소외계층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보육을 위한 복지지출이 질 낮은 보육공급자에게 주어지고 보육수혜자의 선택권이 없다면 그러한 보육지출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고 낭비될 뿐입니다. 장애인과 근로빈곤층을 위한 복지예산이 그들의 자립능력을 높이지 못하고 일시적인 고통 완화에만 쓰인다면 그들은 결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복지예산을 증가시키더라도 우리 경제능력에 맞게 증가시켜야 하고 생산적, 효과적으로 쓰이도록 해야 합니다.

청와대는 복지예산의 증가를 뒷받침하기 위해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는데 다음에서 그 근거의 타당성 여부를 따져보고자 합니다.

첫째, 청와대는 “역사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소득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는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촉진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와 같은 선진복지국가들을 예로 들면서 그 나라들에서는 복지지출 비중을 높이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그 이유는 경제성장과 재분배간의 인과관계를 통계적으로 밝히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제분석 방법에 있어 경제성장은 거시변수이고 재분배는 미시변수이기 때문에 통계분석을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또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무수히 많은데 재분배변수 하나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일부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이 무리한 분석방법을 사용하여 재분배가 마치 경제성장을 촉진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무리한 결론입니다. 왜냐면 역으로 경제성장이 양호한 분배상태를 초래했다고 말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경험적으로 보면 경제성장은 분배상태를 개선할 수도 있고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위기나 경제침체는 예외 없이 실업을 양산하여 빈곤을 심화시키고 분배상태를 악화시켰습니다.

그리고 경제발전 단계를 따라가 보면 경제성장이 초기 단계엔 분배를 악화시키지만 어느 정도 소득 수준에 이르면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킴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소득수준이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한 횡단면 분석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고 세전 소득 보다는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 더 뚜렷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나라 전체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빈곤이 줄어들고 중산층이 늘어나서 분배상태가 나아지기도 하지만 복지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커져서 분배상태가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독일,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도 처음부터 복지지출이 높았고 분배상태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국민소득이 경제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서 복지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할 여력이 생기면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 나라들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모든 제도가 선진화되어 있고 기술수준이 높기 때문이지 복지지출이 높아서가 아닙니다. 이 나라들이 7,80년대에 지나친 복지지출로 인해 사회적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이 추락하면서 복지제도를 개선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청와대는 “복지지출을 도외시할 경우 장기적으로 내수가 위축되어 성장이 저해될 것이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복지지출 증가를 통해 소비를 증가하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 같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소득층의 소비는 증가시키지만 중산층 이상의 세금을 증가시켜 중산층 이상의 소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물론 빈곤층의 소득 증가가 중산층 이상 보다는 보다 직접적으로 소비에 직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소비증가를 가져오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의 소비증가는 경제침체의 악화를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겠지만 성장을 촉진하진 못합니다. 역시 성장은 기업의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그로 인한 소득의 증가가 소비로 연결될 때 가능한 것입니다.

둘째, 청와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큰 정부가 아니라는 것을 OECD선진국과 비교하여 GDP 대비 재정규모, 조세부담률, 국민부담률과 공무원 수를 근거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인당 국민소득 14,000달러의 국가와 30,000달러가 넘는 국가를 비교하여 작다고 하는 것은 문제이고 더욱이 최근 우리 정부의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재정규모, 조세부담률 및 국민부담률이 OECD 선진국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능력으로 보아서 낮은 것은 당연하고 선진국들도 그 수준을 낮추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한 때 지나친 복지제도의 도입으로 인해 늘어난 재정규모로 인해 경제가 비효율적으로 되고 국가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엄청난 경제적 고통을 받았던 유럽복지국가들이 그 규모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한번 높아진 복지지출과 재정규모를 낮추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에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도달해 있고 풍부한 자연자원과 높은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이러한 부담을 견딜 여력이 있는 것입니다. 경제능력이 낮은 우리와 OECD 선진국를 단순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인식한 청와대가 그들 선진국의 소득수준이 15,000달러이던 때와 비교해도 여전히 우리의 재정규모가 낮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그들 나라의 소득수준이 15,000달러이던 1980년대엔 그들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해있을 때인 것입니다. 현재 국민소득 15,000달러인 우리나라와 비교할 바가 안 되는 것입니다. 그들 나라가 중진국 수준이던 20세기 초반과 비교하는 것이 더 합당한 것입니다.

셋째, 청와대는 우리의 공무원 수가 OECD 선진국들 보다 훨씬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작은 정부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보다 소득 수준이 높고 고령사회에 진입하여 복지수요가 많은 나라와 비교하여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입니다. 우리는 공기업을 포함하여 공공부문이 크기 때문에 이들을 포함하면 공공부문 종사자 수가 훨씬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소득능력이 비슷한 중진국과 비교해야지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공공부문 종사자 수만 가지고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필요한 정부부문에 적정한 인원이 배치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처럼 규제부서에 불필요하게 많은 공무원이 있고 보직 없는 수많은 인공위성 공무원들이 떠돌아다니는 것은 문제인 것입니다. 시장에 맡길 것은 시장에 맡기고 정부가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 것이 작은 정부의 요체인 것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규제 부서의 공무원 숫자는 대폭 줄여야 하고 불필요한 결제라인의 중복을 줄이기 위해 고위 공무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 분야의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바람직한 정부는 “작고 효율적이면서도 할일은 하는 정부”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청와대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에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가 힘을 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백번 옳은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난 반박문 4(상)에서 복지예산을 단순히 증가하는 것 보다 복지의 파라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것입니다. “정부-기업-종교단체-가족”이 연계된 새로운 사회복지의 파라다임이 필요한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경제능력에 맞게 복지지출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증가된 복지지출은 효과적으로 쓰여서 빈곤소외계층의 자립능력과 경쟁력을 높여 그들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빈곤소외계층과 실업자들의 교육 및 훈련과 연계된 생산적 복지(productive welfare), 저소득층의 근로 노력과 연계된 근로복지(workfare), 출산 장려와 보육과 연계된 미래의 성장동력을 위한 복지 등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정부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을 장려하기 위한 세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하고 종교단체의 지역 복지 활동을 장려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빈곤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빈곤층 자녀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빈곤층 자녀들은 열악한 조건의 학교에 갈 수 밖에 없는 현재의 교육평준화제도를 개선하고 그들도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선진화정책운동 특별기획팀

복지예산,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下)
청와대 특별기획 |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


복지지출이 늘어나면 성장 동력이 훼손돼 결국 분배도 성장도 놓치게 된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나 통계적으로 소득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증거는 별로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재분배가 경제성장을 촉진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복지지출 확대를 우려하는 학자들은 이런 논리를 이유로 듭니다. 관대한 실업 급여나 조기은퇴 급여가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결국 노동투입이 축소된다. 특히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를 할 경우 생산기반의 해외이전, 내외국인의 국내 투자 의욕 저해 등의 부작용으로 성장이 저해된다. 세입이 계획대로 늘어나지 않는데도 무분별하게 복지지출만 늘릴 경우 재정위기가 발생한다. 대충 이런 논리들입니다.

복지지출 늘리면 ‘성장 훼손’은 낡은 고정관념

그러나 이 같은 가설을 기우(杞憂)로 만드는 사례들은 역사적으로, 통계적으로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은 복지지출 비중을 높이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997년 기준으로 독일·스웨덴의 노동자는 1인당 연간 1,550시간, 노르웨이의 노동자는 1,400시간을 일하면서도 훨씬 많은 시간동안 일하는 미국(1,966시간)이나 일본(1,900시간)과 비슷한 양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후생(well-being)의 기준으로 보면 복지국가의 노동자들이 훨씬 높은 성과를 달성한 것입니다. 미국 국내에서도 코네티컷,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 복지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에서 경제성장이 저해되지 않고 오히려 촉진된 것도 좋은 예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복지경제학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피터 린더트(Peter Lindert)는 이를 ‘공짜 점심의 퍼즐(Free-Lunch Puzzle)’이라고 불렀습니다. 일견 복지지출(공짜 점심)이 늘어나면 성장이 저해될 것 같은데 이 같은 경우가 실제 별로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역사적으로 복지지출을 통한 재분배가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심하게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둘째, 복지국가들은 재원조달 과정에서 성장촉진적인 조세의 조합을 선택해왔다. 즉, 술·담배 등 비탄력적 부문에 대한 세율, 환경 관련 세율 등은 높으나 자본과 노동소득에 대한 한계세율은 높지 않은 편이며 청년층이 노동과 훈련을 기피할 유인을 극소화하는 정책들을 채택해왔다.

셋째로 조기퇴직이나 실업자에 대한 정부보조금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취업자들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져 성장을 저해하지 않았다.
넷째, 복지국가들은 구직 지원, 재교육, 공공부문 고용창출, 보육지원을 통한 여성인력 활용 등 성장촉진적인 사회정책들을 병행하였다 등입니다

복지지출 부족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저해

오히려 복지지출을 도외시할 경우 장기적으로 내수가 위축되어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는 분석이 최근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첫째, 고령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현재처럼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고용불안이 커지면 중장년층이 노후대비를 위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둘째, 양극화로 인해 저소득층 소비가 위축되면 경제 전체의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복지지출 확대 없이 시장에만 양극화 문제를 맡겨두면 기업 투자행태의 보수화, 비정규직 증가, 해외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분배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인 ‘물흐름 효과(trickle-down effect)’가 약화되어 양극화 심화를 막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현재와 같은 양극화 추세를 좌시하면 치유할 수 없는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되어 잠재적 사회불안요인이 되고 결국 중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등입니다

결국 복지지출을 늘리면 성장이 훼손되므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하고 시장중심의 경기활성화 대책으로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은 최근의 현실변화와 역사적 사례를 소홀히 한 낡은 주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양극화와 미래대비를 위해 일차적으로는 시장의 역할을 중시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증거가 다수 발견되고 있습니다. 이제 복지지출 확대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복지예산 늘리면 수혜자, 비용부담자는 누가 될까

지금보다 더 복지를 확충해야 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척도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누가 주요 수혜층이고, 누가 주요 비용부담자인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같이 소득 계층별 수혜-비용부담 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수혜 복지지출 사업이 너무 다양한 데다 수혜자 그룹을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히 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각 복지프로그램별 수혜대상을 고려해 개략적으로 복지지출의 수혜자층을 잠정 추정해 본 비공식 자료에 의하면 이렇습니다. 전 국민을 지원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지원 등을 포함할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소득 1·2분위 계층이 약 60%, 소득 5분위 계층이 약 15% 전후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전체를 5분위로 나눴을 때 하위소득 20%를 1분위라고 함)

이 같이 1, 2 분위층에 복지혜택이 집중하는 것은 기초생보자 지원, 의료급여, 장애인수당, 빈곤아동 지원 등 대다수 복지프로그램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는 반면 전 국민이 수혜자인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은 도입기간이 짧아 본격적인 서비스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 국민연금 지급이 본격화되고 보육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가 확충되면 수혜계층이 전 분위계층으로 점점 고르게 확산되리라 예상됩니다.

비용부담구조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복지지출을 늘리면 복지 이외 다른 분야의 사업비를 줄여 충당하거나 국민세금 등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업비를 줄여 충당하면 그 사업의 수혜계층에 대한 혜택이 불가피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복지지출을 늘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시멘트 재정에서 사람 중심의 재정으로

과거 30~40년 동안 개발연대의 재정은 ‘시멘트재정’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재정은 ‘사람중심의 재정’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지적(인터넷참여연대)이 눈에 들어옵니다. 과거 도로, 항만, 공항 등 경제사업 지출이 중앙재정의 25∼30% 수준까지 차지해 이를 빗대어 얘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부도 여건변화에 따라 늘어나야 하는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제사업 지출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왔으며 지난 해 그 비중을 19.9%까지 낮추었습니다. 성장의 원천이 도로, 항만 등 물적자본에서 사람, 기술, 지식 등 인적자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에 대한 투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한편, 복지지출을 늘려 누군가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주로 어떤 계층이 부담하게 될까요? 이는 어느 세목의 세 부담을 늘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세나 소득세 등의 세 부담이 높아지면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물론 중소기업이나 종업원에게 전가되는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말입니다. 만약 부가세와 같은 간접세가 늘어난다면 계층별 세 부담 비중이 완화되는 형태로 가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세 부담 확대문제는 매우 꼼꼼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고소득층은 부담 늘리고, 저소득층은 혜택 늘려야
 
추가적인 세 부담 측면보다 더 관심이 많은 분야는 과세 투명성 제고를 통한 세수확대와 여건 변화에 맞게 비과세 감면제도를 조정하는 것입니다. 신용카드의 활성화, 고소득 전문직 소득파악 강화, 부가세 과표 양성화 등 과세절차와 징수를 보다 투명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정당하지 못하게 비용부담을 회피해 온 계층의 부담을 정상화 하는 것입니다. 직접세의 비과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경우 그 부담의 80% 이상이 대기업과 소득 5분위 계층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과적으로 복지지출의 확대는 고소득층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서 저소득층의 수혜폭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복지지출은 다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투자입니다.

복지예산 증가는 앞서 설명한 ‘복지병’ 논쟁뿐만 아니라 ‘큰 정부-작은 정부’ 논쟁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즉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노력, 동반성장, 따뜻한 사회 구현 등을 ‘큰 정부’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참여정부는 '큰 정부(Big Government)‘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Good Government)’를 선호합니다.

‘큰 정부’가 아니라 '할 일은 하는 좋은 정부'

참여정부가 관심을 두는 것이 '큰 정부'가 아닌 만큼 ‘큰 정부-작은 정부’ 논쟁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해를 풀기 위해 이 점은 분명히 해두고자 합니다. 어떤 지표상으로 본다면 우리 재정은 작은 정부에 해당합니다. 몇 가지 기준만 비교해 보겠습니다.

먼저 GDP 대비 재정규모, 조세부담율, 국민부담율 등을 보면 우리는 OECD 최하위수준입니다. 객관적으로 낮은 수준입니다. OECD가 발표한 04년 기준 GDP대비 재정규모 비율을 보면 한국은 27.3%로 미국(36%), 일본(37.6%)보다 낮은 수준이며 영국(43.7%), 독일(47.7%)에는 한참 뒤떨어지고 스웨덴(58.2%)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혹자는 소득수준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의 소득수준 1만5천불 당시 재정규모 비율을 비교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37%(83년), 일본 32.2%(86년), 영국 42.2%(90년)로 우리의 27.3%(04년)에 비해 모두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한국이 큰 정부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대국민 서비스 인력 크게 부족

공무원 수로 비교해 봐도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최저수준입니다. 2000년 기준으로 OECD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1천명당 공무원 수가 우리나라는 18.5명입니다. 일본 31.2명, 독일 52.9명, 미국 70.4명, 프랑스 71.7명에 비하면 결코 큰 정부라 할 수 없습니다.

최근 행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복지전달체계 분야의 공무원 인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해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복지 분야 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가 영국 337명, 호주 806명, 일본 2,134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6,78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공무원 수로 파악하는 ‘큰 정부’ 논쟁에 대해선 국민이 국가에 요구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몇 가지 사례만 들어보겠습니다. 치매와 중풍으로 장기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수가 6만명, 암환자가 31만5천명, 재가환자가 25만명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만 보면 사회복지사 1인당 담당인구가 영국 280명, 호주 800명에 비해 우리는 3,900명입니다.

국가적 서비스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지난 번 수입 농수산물에서 발암의심물질이 검출되고 기생충알 김치파동도 있었습니다. 국가가 수입식품을 전수조사해서라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수입식품의 검역을 철저히 해달라고 합니다. 많은 검역인력이 필요할 것이 뻔합니다.

문화재관리에 대해서도 언론은 매장문화재를 발굴만 하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매장문화재 보전처리 담당인력은 203명으로 기존 문화재 보전처리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태라고 합니다. 역시 전문 인력 확충이 전제되어야 할 사안입니다.

이외에도 보육인력, 의료인력, 방재인력, 여권발급, 지적업무 같은 대민 행정인력 등 국가의 사회적 서비스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요구와 지적은 끝이 없습니다. 이런 수요를 모두 충족하려면 공무원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고 재원도 엄청나게 소요됩니다.

좋은 서비스 늘리려면 비용에도 관심 가져야

그러나 언론은 제대로 된 국가 서비스, 정부가 꼭 제공해야 할 공공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드는 비용에는 무관심합니다. 전문 인력을 확충할 경우에도 자꾸 공무원 수만 늘리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비판합니다.

문제 제기를 했으면 해법에도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즉 좋은 서비스를 원하면 그 비용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꺼이 더 많은 부담을 할 준비도 있어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역할과 기능이 달라지면서 정부역할이 줄어드는 분야도 생기고, 이 경우 과감하게 인력을 줄이거나 구조조정해 더 필요한 분야에 투입해야 합니다. 향후 필요한 분야에서의 증원이 절실하다면, 불필요한 분야에서의 구조조정 또한 게을리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큰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닙니다. GDP대비 재정규모 비율로나 공무원 수로나 결코 ‘큰 정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정부’에 가깝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국민이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공공·사회적 서비스를 제 때 제공하는 '할 일을 하는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합니다.

정부 힘만으로는 부족…공동체 힘 합쳐 보완해야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힘만으로는 모자랍니다. 지역과 사회 단위의 공동체 정신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힘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네의 어려운 독거노인에 대해 정부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지역공동체, 사회공동체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연말이면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고 불우이웃돕기가 이루어집니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언론사를 중심으로 재해민 돕기 운동이 진행됩니다.

특히 지난 해 말 시청 앞에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이 같은 행사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사회를 촘촘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보통사람들이 쉽게 상상할 수 없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부문화 자선정신이 그것입니다. 미국은 국세청(IRS)처럼 기부금액을 집계할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습니다. IRS에 따르면 총기부금의 80%를 개인이 내고 있다고 합니다.

시청 앞에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동정심에 호소하는 이 같은 행사가 매년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제도화돼 있지 않아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불우이웃돕기성금의 경우 78%를 기업이나 법인이 내고 개인이 내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자원봉사도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연구용역을 의뢰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5년 자원봉사 참여율(최근 1년간 자원봉사 유경험 20세 이상 성인/20세 이상 전체인구)은 20.5%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영국 51%(2003), 미국 50%, 호주 46%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따뜻한 사회’를 위해 우리의 더 노력이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복지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

3~4세 유아에 대한 투자는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이뤄지는 ‘사후적 대책’보다 7.16배 더 효과적이라는 실증연구가 있습니다(Perry Study, 2003). 아동 1인당 2년간 약 1만 5천불을 투입하면 20년뒤 10만 5천불의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고 합니다. 범죄예방 등 사회비용의 절감과 성인에 대한 사회복지 서비스 절감, 세금 수입 등을 통해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 같이 복지투자는 단순히 가지지 못한 자를 그냥 도와주는 예산이 아닙니다.

복지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이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실업, 장애 등 사람의 위기는 곧 노사간 갈등, 계층간 갈등과 같은 사회의 위기입니다. 복지투자는 이러한 사회의 위기를 줄이기 위해 사람에 대해 이뤄지는 ‘선투자’입니다. 특히 취약아동, 장애인, 근로빈곤층 등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과 균등한 교육기회를 위한 교육지원은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인적 자본’ 투자입니다.

복지투자는 사회적 역동성 창출을 통한 새로운 성장 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꿈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히 주어질 때 사회적 역동성이 창출됩니다. 복지투자는 기회의 평등, 조건의 평등을 이끌어내는 투자입니다. 따라서 복지투자는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성장에너지라 할 수 있습니다.

복지투자는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선투자이고 동반성장을 위한 실천수단입니다.

<특별기획팀>

 




이광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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