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솥에 밥 지어 먹는 어리석은 신혼부부
큰 솥에 밥 지어 먹는 어리석은 신혼부부
  • 한무영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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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 물이야기]우리의 빗물관리 시설도 다르지 않다

큰 솥에 밥 지어 먹는 신혼부부
큰 솥에 밥을 지어 먹는 신혼부부가 있다. 일 년에 몇 번 손님을 초대할 때를 대비하여 큰 솥을 장만한 것이다. 초기투자도 문제지만, 부피가 커서 보관이나 청소 등도 어렵고, 밥을 지을 때도 태워 먹기 일쑤이다. 이런 어리석은 신혼부부에게 줄 수 있는 충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은 작은 솥을 장만하고, 행사가 있을 때에는 동네에서 빌린다든지, 아니면 손님이 오는 시간대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작은 솥을 가지고도 행사시는 물론 평상시까지 현명하게 처리해 낼 수 있다.

수능시험 날의 수송대책
이러한 문제점과 해법은 우리 사회가 이미 다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수능시험 보는 날의 수험생 수송대책을 보자. 만약 시험 날 아침에 수험생과 출근자가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도로나 지하철의 수송능력이 모자란다. 만약, 이때를 대비해서 시설을 크게 만드는 것은 비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갑자기 도시전체의 수송시설의 용량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생각해 낸 것은 출근 시차제이다. 가장 바쁠 때 승객의 일부를 분산시켜 천천히 나오도록 하면 시설의 용량을 키우지 않고도 수송문제가 해결된다.

우리의 빗물관리 시설의 현황
이러한 개념을 빗물관리 시설에 적용시켜 보자. 우리나라는 여름에 잠깐 비가 많이 오는 것이 특징이다. 많이 오는 비의 양에 맞추어 크고 비싼 시설을 만드는 것이 좋은지? 지금 만들어져 있는 시설들은 과연 그 규모가 적절한지? 혹시 그 규모를 줄여서 값싸게 만들 수는 없는지? 비가 적게 오는 겨울에도 그 시설을 활용할 방안은 없는지? 등의 의문을 가져보자.

우리 주위의 빗물관리 시설에는 빗물펌프장, 하천, 댐 등이 있다. 이들의 규모를 결정할 때는 모두 적정한 설계빈도를 이용한다. 예를 들어 20년 빈도의 강우에 대한 시설을 한다는 것은 20년 만에 한번 올만한 큰 비에 대비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그 정도의 큰 비에 대해서는 안전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그보다 작은 비가 올 때는 비효율적이다. 우리나라의 강우 특성상 일년 중 거의 대부분은 설계용량보다 적은 수량을 취급하므로 비효율적이다. 반대로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해서 비가 설계용량보다 더 많이 올 때는 용량이 모자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1) 빗물펌프장
빗물펌프장은 빗물이 많이 내리는 여름 한철 중 몇 일만 그 존재가치를 발휘한다. 일년 중 나머지 시간은 가동되는 일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예산을 들여 시설을 하고 또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일년 내내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러한 빗물펌프장을 만든다고 남의 토지를 수용까지 하면서, 주민들의 원망을 듣는 경우가 있다.

2) 하천수로의 단면
하천의 수로는 여름에 최대로 많이 흐를 때를 대비하여 큰 단면을 만든다. 그 대신 여름이외의 기간에는 물이 적게 흐른다. 제방의 최대 높이까지 물이 차서 흐르는 것은 몇십 - 몇백 년에 한번 오는 비에 대하여 맞춘 것이다. 그보다 작은 비나 홍수기이외의 기간에는 모두 다 그 최대허용능력보다 훨씬 적게 물이 흐르고 있다. 하천을 넓고 깊게 만들어 너무 물을 잘 내려 보내다 보니 겨울에는 물이 없어 수심이 낮아 보기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어느 지역에서는 앞으로 더 큰 비가 올 것을 대비하여 하천의 제방을 모두 다 높이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천의 단면은 여름용이기 때문에 나머지 기간에는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

3) 댐의 최고수위와 최저수위
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500년 빈도의 강우강도에 맞추어 설계를 하면, 댐의 높이가 높아진다. 그런데 댐은 그 중요도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사고라도 나면 위험하므로 최대수위까지 채우기도 전에 물을 방류하여 최대 높이를 사용하는 경우는 것의 없다. 또한 갈수기에도 댐에서는 상수원수를 공급하여야 하므로 항상 일정량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저수위 이하로 낮출 수도 없다. 따라서 아무리 높은 댐이라도 실제로 가동이 가능한 수위는 보통 생각하는 수치보다 훨씬 적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만큼 용량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치수시설의 설계개념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의 치수시설은 모두 다 몇십(백) 년에 한번 있을 큰 비가 오더라도 안전하도록 크게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큰 비가 오는 여름에는 안전성은 확보될지 모르나, 그 이외의 기간에는 비효율적일뿐더러, 비가 오지 않는 겨울에는 불편이 따른다. 이것은 손님이 많이 올 것에 대비하여 큰 솥을 장만하고 평시에 밥을 태워먹는 신혼부부와 다를 바가 없다. 이와 같은 것의 비효율성은 누구나 동감한다. 그 해결책으로서 매년 수험생 수송작전을 치루는 우리 사회의 경험을 이용하여 보자. 큰 솥을 장만하려는 신혼부부에게 줄 수 있는 충고를 적용하여보자.

현재의 치수정책은 여름 한철용
지금까지 우리의 치수시설은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설계철학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설계빈도 이상의 큰 비가 온다고 할 때 지금의 시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치수란 단지 여름한철용이기 때문에 지금의 치수일변도의 시설이나 운영철학을 가지고는 일년 내내 물관리를 담당할 수는 없다. 겨울에 하천이 마르는 것을 보면 잘 알수 있다.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생각하고 일년 내내 흐를 물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집에서 밥을 지을 때 큰 솥에 하든, 작은 솥에 하든 다른 사람이 상관할 일은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년에 3개월만 치수를 하는 우리 빗물관리 시스템의 개념과 운전철학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와 우리 후손의 안전과 비용에 관계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비가 더욱 더 불규칙하게 올 것을 대비하여 우리 빗물관리 시스템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하여 합리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 때에는 경제성, 안전성, 문화성, 전통 같은 것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과 관계되기 때문에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수 대신 빗물관리로 이름을 바꾸어야
치수라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홍수를 조절한다는 flood control 이다. 여름에만 비가 많이 오는 우리나라의 강우특성상 치수라는 행정은 여름에만 필요하다. 그 외의 계절에는 물을 관리하는 부서가 없다. 겨울용 물관리 행정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수비수는 없고 공격수로만 이루어진 축구팀과 같다. 이러한 축구팀은 만년 3류 팀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일류 축구팀이 되려면 공격과 수비의 다목적의 역할을 가진 선수가 필요하다. 선수를 많이 기용할 수 없다면, 공격과 수비를 다 같이 할 수 있는 선수로 키워야 한다. 마찬가지로 여름에만 하는 물관리만 아니라 겨울에도 할 수 있는 전천후 물관리를 채택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홍수, 가뭄, 수질오염, 지하수, 하천의 건천화 등 모든 물관리가 쉽게 해결될 실마리가 보인다.

인천광역시의 선도적인 사례
최근 들어 인천광역시는 치수과, 수질과 등, 기존에 있던 물에 관한 여러 부서를 통합하여 물관리과를 신설하였다. 지금 대부분의 도시에서 하고 있는 물관리 방법과 같이 치수 따로, 이수 따로, 수질 따로 하는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개념을 바꾸어 물관리의 멀티플레이어 전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조직으로 개편한 것이다. 여기에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결과는 예산의 절감과 사회적 안전성의 확보로 돌아올 것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인천광역시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무영 교수(서울대 빗물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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